귀신이 되어서도 아이패드 써야 하나?

‘없어서 못판다’는 아이패드2, 이승뿐 아니라 저승에서도 매진?

로이터통신은 4일(영국 기준) 말레이시아 화교들의 올해 청명절 제사 용품으로 ‘아이패드2’ 모조품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는 청명절에 조상들의 묘를 방문해 벌초를 하고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나 금괴를 불로 태우는 풍습이 있다. 이는 저승에 있는 조상들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건네는 노잣돈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가짜 돈 대신 유명 연예인과의 가짜 결혼증명서, 종이 별장, 종이 자동차, 종이 명품 가방 등 현실에서 쉽게 소유하기 힘든 물건들이 제사 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종이로 만든 아이패드2가 인기 목록에 새로 추가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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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변두리에서 제사 용품을 판매하는 제프리 테(Jeffrey Te)는 이번 청명절에 종이 아이패드2를 판매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는 “조상들이 아이패드2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며 “이번 청명절을 대비해 중국에서 300개의 종이 아이패드2를 들여왔는데 모두 동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이 ‘아이폰’과 종이 ‘갤럭시 탭’이 쌓여 있는 선반을 가리키며 “(아이패드2가 매진됐기 때문에) 아이패드1만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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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아이패드2 겉면에 적혀 있는 용량은 무려 888GB다. 중국에서는 ‘8’이 횡재를 뜻하는 말과 발음이 같아 행운의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종이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격은 1달러에 불과하다. 참고로 실제 아이패드2의 가격은 16GB 기준 499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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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진리인가

청명절 제사 용품으로 연예인 결혼증명서, 별장, 고급 자동차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서민들은 쉽게 손에 넣기 힘든, 부유층들만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이승에서 얻지 못한 부(富)를 저승에서라도 누리겠다는 서민들의 염원이 담길 만도 하다. 하지만 아이패드2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용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이패드2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16GB 와이파이 모델은 499달러, 64GB 와이파이 3G 모델은 829달러로 경쟁사들의 태블릿 PC와 비교해봐도 가격경쟁력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 일부 모델의 경우 오히려 저렴하기까지 하다. 이렇게나 대중적인 IT기기인 아이패드2가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고급품으로 여길 만한가 싶다.

현재 아이패드2를 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단순히 초기 공급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부유층을 타깃으로 잡고 한정 수량만을 생산해 희소 가치를 높이는 고급품과는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대기 수요에 맞출만한 물량이 생산될 것이고, 돈만 있다면 누구나 아이패드2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아이패드2는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값비싼 명품도, 구하기 힘든 한정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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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일부 중국인들의 아이패드2에 대한 열망은 다소 과열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홍콩의 경우 아이패드2가 공식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흘러 들어온 일부 제품이 암거래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물론 물량이 부족한 만큼 가격도 비싸다. 64GB 모델의 가격은 15,000홍콩달러(미화 약 2,000달러)로, 정상가보다 무려 250% 비싼 가격이다. 그나마도 아이패드2를 사려고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관광객들 때문에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베이징 출신 관광객 저우 웬(Zhou Wen)은 “홍콩의 아이패드2가 중국 본토보다 더 싸다”며 “(여행 오기 전) 많은 친구들이 자기 것도 사오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패드2의 성능이 현존하는 태블릿 PC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미국 소비자경제지 컨슈머리포트가 5일 발표한 ‘태블릿 PC 성능 비교 평가’에 다르면, 아이패드2 3G 32GB모델이 터치 응답도, 휴대성, 다양성 등 17개 항목 대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모토로라의 ‘줌’은 4위,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은 6위, 델의 ‘스트릭’은 9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능만으로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아이패드2를 사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열망을 설명할 수 없다. 시중에 판매되는 태블릿 PC는 7인치부터 10.1인치까지 다양한 화면 크기와 보급형부터 프리미엄형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화면 크기, 성능, 가격이 다를진대, 왜 꼭 아이패드가 아니면 안되는 것인가.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태블릿 PC가 아니라 ‘아이패드’라는, 혹은 ‘애플’이라는 브랜드인지도 모를 일이다.

진짜 경쟁자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애플이다

단순히 아이패드2보다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저렴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태블릿 PC 시장을 평정하지는 못한다. 아이패드, 애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뛰어넘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더 높은 성능의 태블릿 PC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보다 조금 나은 성능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 아이패드2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출시된다면, 애플 마니아들은 그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그 제품을 뛰어넘는 ‘아이패드3’가 나오기를 기다릴지 모른다.

귀신이 되어서도 아이패드 써야 하나? (6)
귀신이 되어서도 아이패드 써야 하나? (6)

내년 청명절에는 종이 아이패드3가 매진될 것이다. 이와 함께 종이 ‘갤럭시 탭2’와 종이 ‘옵티머스 패드’도 (재고 없이) 불티나게 팔리길 기대해 본다. 귀신이 되어서까지 아이패드만 써야 하나? 망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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