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왜 아이폰이고 갤럭시는 왜 갤럭시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비슷한 기능과 디자인이 범람하는 경쟁시장에서 신제품이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좋은 이름’이다. 마케터들은 제품의 컨셉을 잘 설명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짓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때로는 대규모 공모전을 통해 참신한 이름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브랜딩 전문회사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간단해 보이는 제품명일지라도 알고 보면 수많은 과정을 통해 어렵게 결정된 경우가 많다.

아이폰(애플), 갤럭시(삼성), 옵티머스(LG), 스트릭(델) 등 각각의 스마트폰 이름들도 마찬가지다. 이름뿐 아니라 이름 뒤에 붙는 단순 철자 하나, 숫자 하나에도 많은 고민의 흔적이 녹아 있다. 스마트폰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스마트폰 이름,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살펴봤다.

글로벌 기업, 이름 뜻은 비밀?

애플의 아이폰(iPhone)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아이튠즈(iTunes) 등 애플의 제품에는 모두 접두사 'i'가 붙는다. 물론 구글이나 BBC 등 다른 회사에서도 'i'가 붙은 제품을 선보인 사례가 있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i'는 애플 고유의 접두사로 인식된다.

애플은 아이폰의 '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추측 가운데 두어 가지 의견이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첫 번째는 인터넷(internet)의 약자라는 설이다. 애플은 1998년 매킨토시(애플의 개인용 컴퓨터)의 저가형 버전인 아이맥(iMac)을 출시했는데, 당시 애플은 아이맥에 붙은 'i'는 인터넷을 뜻하는 말이라고 발표했다. 아이맥의 장점이 웹서핑과 같은 인터넷 작업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후 출시한 아이팟, 아이폰 등에 붙은 'i'도 모두 인터넷을 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i'가 개인(individual) 혹은 자신(I, 인칭대명사)을 뜻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아이팟과 아이폰 등의 애플 기기들은 모두 개인이 사용하기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아이폰 뒤에 붙는 접미사도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 아니다. 현재 아이폰은 4세대 제품인 아이폰4까지 출시됐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존 제품들에도 세대별 순서대로 숫자가 붙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아이폰 1세대는 '아이폰', 아이폰 2세대는 '아이폰3G', 아이폰 3세대는 '아이폰3Gs'다. 아이폰3G은 아이폰 시리즈 중 처음으로 3G망을 도입했다는 뜻이며, 아이폰3Gs는 스피드(speed)의 's'를 통해 전작보다 더 빨라졌음을 강조했다. 즉, 아이폰 뒤에 붙는 숫자가 반드시 아이폰의 세대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4세대 아이폰이 아이폰4라고 해서 앞으로 출시될 5세대 아이폰의 이름이 반드시 아이폰5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구글의 넥서스(Nexus)

2010년 구글은 휴대폰/스마트폰 제조사인 HTC와 손잡고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한 넥서스원(Nexus One)을 선보였다. 하지만 넥서스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유명 SF작가 필립 딕(Philip K. Dick)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넥서스6(Nexus-6)'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필립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기도 하다. 필립의 유가족들은 "넥서스원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곧바로 소설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구글은 이름 사용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자문도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글은 넥서스원과 필립의 소설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넥서스의 뜻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구글은 이후 HTC와 결별하고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두 번째 레퍼런스폰(표준 제품)인 '넥서스S(Nexus S)'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다소 예상하기 힘든 이름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넥서스 시리즈의 두 번째 제품은 '넥서스투(Nexus two)'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에 유명 IT블로그 테크크런치(TechCrunch) 설립자 마이클 애링턴(Michael Arrington)은 구글은 삼성전자에 넥서스투라는 이름을 제안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했다며, 삼성전자가 "우리는 절대 두 번째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넥서스 S의 'S'는 삼성(Samsung)의 머리글자를 뜻하게 됐다.

델의 스트릭(Streak)

PC 제조사로 유명한 델은 '델 미니'라는 넷북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 델 미니 뒤에는 접미사로 숫자가 따라 붙는데, 이는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나타낸다. 이를테면 델 미니9은 8.9인치, 델 미니12는 12.1인치인 식이다.

델의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Steak)의 원래 이름은 델 미니5였다. 애초 태블릿폰은 휴대폰보다는 PC에 가깝다는 인식 때문에, 5인치 크기의 넷북이라는 의미로 이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델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공식 명칭을 스트릭으로 바꿨다. 태블릿폰을 기존 넷북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대신 새로운 독자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는 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델이 발표한 7인치 태블릿 PC에는 스트릭7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델 역시 스트릭의 의미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따라서 스트릭의 사전적 의미 중 '전속력으로 가다'를 뜻할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국내 기업, 이름 뜻 널리 알려라

삼성전자의 갤럭시(Galaxy)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스마트폰 이름은 직관적이다. 갤럭시(Galaxy)가 갤럭시인 이유는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간모양의 로봇을 뜻하는 안드로이드의 이미지에 맞춰 은하계를 뜻하는 갤럭시로 이름을 정했다. 삼성전자는 운영체제에 맞춰 브랜드명을 정해 왔는데,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옴니아(Omnia, 만물을 뜻하는 라틴어)와 자체 운영체제인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wave)가 그 예다.

갤럭시 뒤에 붙는 접미사에도 각각 뜻이 있다. 갤럭시A의 'A'는 삼성전자의 국내 첫 안드로이드(Android) 스마트폰이라는 뜻과 자사 휴대폰 라인업인 애니콜(Anycall)을 상징한다. 갤럭시U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갤럭시S는 수퍼 스마트폰(Super smartphone)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말이고, 실제로는 해당 통신사를 의미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갤럭시U는 LG유플러스에서, 갤럭시S는 SK텔레콤에서 출시됐기 때문이다. 또한 KT에서 출시한 갤럭시에는 갤럭시K라는 이름이 붙었다.

팬택의 시리우스(Sirius), 이자르(Izar), 미라크(Mirach), 베가(Vega)

팬택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 스마트폰의 이름은 별에서 따왔다. 첫 번째 스마트폰 시리우스(Sirius)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천랑성을 말하며, 이자르(Izar)는 프레세페 성단 중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을, 미라크(Mirach)는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별을 뜻한다. 최근 출시한 베가(Vega) 역시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LG전자의 옵티머스(Optimus)

옵티머스(optimus)는 '가장 좋은', '최선의'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LG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 라인업에 옵티머스라는 이름을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옵티머스Q, 옵티머스Z, 옵티머스 원, 옵티머스 시크, 옵티머스 마하, 옵티머스 2X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옵티머스Q는 쿼티자판(QWERTY, 일반 키보드 자판)을 탑재했다는 뜻이며, 옵티머스Z는 '정점(Zenith)'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피드를 강점으로 내세운 옵티머스 마하는 음속의 배수를 나타내는 마하(Mach)를 뜻하며,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옵티머스 시크는 세련미를 강조하는 시크(chic)를 뜻한다. 옵티머스 2X는 듀얼코어를 탑재했다는 뜻이다.

애초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에 자사의 휴대폰 브랜드인 싸이언(CYON)의 로고를 붙였다. 그러나 옵티머스 원부터는 싸이언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저가 휴대폰의 이미지를 떼어내겠다는 의도다. LG전자는 지난 3월 2일 CYON을 LG mobile로 바꾸고 브랜드 세대교체를 선언한 바 있다.

잘 지은 이름, 열 기능 안부럽다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름의 뜻을 숨기거나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름에 제품의 컨셉이 담겨 있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이름을 짓기 위한 노력은 같다.

일찍이 공자는 정명순행(正名順行)이라 했다. 이름이 바르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뜻이다. 올해 새롭게 등장할 스마트폰들은 또 어떤 이름을 달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