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김경무 ilmare36@naver.com

노트북 사용자 중에서 노트북 내장 스피커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음질을 고려한 음향 기기가 아닌 노트북 구성에 필요한 필수 부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많이 듣는다던가, 영화를 좋아하는 사용자는 대부분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추가적으로 구입해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헤드폰과 이어폰은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스피커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자니 무게와 부피가 만만찮다. 음질과 휴대성을 모두 만족한 음향 기기를 찾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키보드/마우스 전문업체인 레이저(Razor)에서 내놓은 ‘페록스(FEROX)’는 그런 사용자의 요구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노트북용 외장형 스피커다. 작고 가벼우며 스마트한 디자인까지 갖췄다. 처음부터 노트북에 딸려 나오는 보조 기기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로 노트북 사용자에게 최적화됐다.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1)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1)

작고 귀여운 디자인

페록스는 컵케익을 거꾸로 엎어놓은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한 손에 쏙 들어갈만한 크기다. 어찌 보면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도 든다. 색깔은 모든 부위를 검정색으로 처리했지만 최상단과 최하단에는 하이그로시 재질로 포인트를 줘서 세련미를 높였다.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2)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2)

레이저 로고가 새겨진 상단을 누르면 알루미늄 재질의 벌집모양 더스트캡과 스피커 출력장치가 1cm가량 솟아오른다. 스피커를 보관할 때는 다시 한 번 상단을 눌러 원래대로 되돌리면 된다. 이는 부피가 줄어들어 보관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더스트캡 안으로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단에는 USB포트가 위치해 있으며, 바닥에 닿는 부분에는 둥근 고리모양의 LED조명이 달려 있다. LED가 파란색으로 빛나면 충전이 모두 완료된 상태를 뜻하며, 빨간색으로 빛나면 충전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3)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3)

같이 제공되는 연결 케이블에는 USB포트와 오디오잭이 붙어 있다. USB포트는 스피커에 전원을 공급할 때 쓰이는데, 스피커가 충전이 된 상태라면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다. 케이블 길이는 상당히 짧은 편이다. 데스크탑에 연결해봤는데 길이가 너무 짧아서 스피커를 탁자에 올려 놓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노트북에 연결했을 때는 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긴 케이블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제품 패키지에 파우치가 같이 들어있는데, 넣어보면 이 스피커가 얼마나 작은지 감이 확 온다. 아, 이쯤 돼야 들고 다닐만 하지!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4)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4)

이건 정말 편리하더라

페록스에는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독특하게도 360도 전방향으로 소리가 퍼진다는 점이다(제품 사양에는 이를 360° 옴니다이렉셔널(Omnidirectional)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노트북의 기본적인 용도, 즉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청중에게 소리를 들려준다던가, 회의실 한가운데 스피커를 놓고 회의를 진행할 때 편리하다. 실제로 필자가 써 본 결과, 다같이 모여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기에 대단히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5)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5)

또한 별도의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 점도 인상깊다. 원래 배터리가 없는 소형 스피커들은 별도의 전원이 필요하지 않은 대신 출력에 한계가 있다. 반대로 대형 스피커들은 출력은 높지만 별도로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페록스는 양쪽의 단점을 보완했다. 내장 배터리를 장착해 출력을 높이면서도 휴대성을 잃지 않은 것이다. 충전이 필요할 때는 USB를 통해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에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고, 배터리가 충분할 때는 오디오 잭만 연결해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충전과 재생이 동시에 가능하다. 레이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최대 12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노트북 외에 MP3 플레이어에 연결해 사용해도 괜찮다.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MP3 플레이어도 때에 따라 음악을 외부로 출력해야 할 경우가 분명 있을 테니까.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6)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6)

음질은(이미 다른 리뷰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글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실 음향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음질이다. 그러나 음질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이유는 페록스와 같은 휴대용 외장 스피커에서는 음질보다는 휴대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페록스는 가벼운 무게와 개성있는 디자인을 장점으로 삼은 제품이지 음질이나 음량 등 음향기기로서의 고유 기능을 강조한 제품은 아니다. 즉, 음질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페록스의 음질에 대해 한 마디로 결론을 내리면, 그래도 일반적인 노트북의 내장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나은 듯하고, 데스크탑용 중저가 스피커와는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한다. 다만 같은 가격대(약 8만 원대)에 데스크탑용 스피커보다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약 1주일간 사용해 본 결과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USB케이블을 연결하면 노이즈가 제법 발생하는데, 음악을 들을 때는 관계 없지만 음악이 멈춘 후에는 ‘지지직’하는 소리가 미약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노트북 볼륨을 최대로 높이면 노이즈가 더욱 심하게 들리는데, 아무래도 USB 전원 충전으로 인한 전기적 간섭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USB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깔끔한 사운드가 출력된다. 이에 대해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면 볼륨을 최대로 올리지 않거나, USB 케이블을 빼고 사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8)
노트북에 딱 맞는 포터블 스피커, 레이저 페록스 (8)

또한 두 개의 스피커 사이를 최대한 멀게 배치하면 음질 향상을 체감할 수 있다. 전방향으로 소리가 출력되다 보니 두 스피커가 가까우면 소리간섭이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노트북 사용 시 양쪽 귀로부터 약 50cm 정도 떨어뜨려 놓으니 상당히 입체적인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즉 전체적으로 스피커의 위치에 따라서 체감 음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리저리 배치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음질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하자면, 레이저 페록스는 세련된 디자인에 휴대성도 높고 크기에 비해 만족스러운 음질과 음량이 특징이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외부 강의나 프리젠테이션 업무가 잦은 노트북 사용자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밖에 노트북에 필요한 몇 가지 주변기기, 예를 들어 마우스, 노트북 케이스 등과 함께 음질이나 음량을 강조한 외장 스피커를 원하는 사용자에게도 적합한 아이템이라 본다. 게임을 즐기는 노트북 또는 데스크탑 사용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양질의 사운드가 가미되면 게임을 즐기는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자랐던 1%를 채우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고급스피커의 기능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음량조절이 자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그렇다. 간결한 디자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사용 중 무의식 중에 소리를 줄이려고 스피커를 잡게 되는 걸 보면 역시 기본 기능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된다(데스크탑 스피커에 익숙했던 필자는 처음에 소리를 줄이려고 페록스를 잡고 콜라 뚜껑 따듯 윗부분을 돌리려 했다. 아마도 윗부분이 볼륨 조절 다이얼일 거라 생각할 사용자는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 케이블 연결도 그다지 불편하진 않지만, 기왕이면 블루투스 기능도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록스는 앞서 말한 대로 음질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한 제품이다. 그렇기에 노트북이나 MP3 플레이어 연결 케이블이 없었으면 더 간결하고 유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는 블루투스 연결보다는 케이블 연결이 직관적이고 간편하겠지만, 기왕에 디자인을 중시했으면 끝까지 밀고가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제품 색상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 중에는 디자인과 색상이 화려한 제품이 많은데, 이들 노트북에 맞춰서 두세 가지 정도의 색상을 추가적으로 내놓았다면 노트북과의 조합 또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정말 사고는 싶은데 자신의 노트북이 빨간색이라면 검정색 일색인 페록스를 선택하기가 좀 꺼려지지 않을까? 노트북을 비롯해 대부분의 IT 제품이 점차 기능과 성능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두는 추세다 보니, 차기 모델에서는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김경무(ilmare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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