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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세계를 통일하고 싶은 ‘푸른 이빨’ - 블루투스(Bluetooth)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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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Bluetooth)는 휴대폰, 노트북, 이어/헤드폰 등의 휴대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을 뜻한다. 주로 10미터 안팎의 초단거리에서 저전력 무선 연결이 필요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블루투스 헤드셋을 사용하면 거추장스러운 케이블 없이도 주머니 속의 MP3플레이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통신기술은 1994년 휴대폰 공급업체인 에릭슨(Ericsson)이 시작한 무선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1998년 에릭슨, 노키아, IBM, 도시바, 인텔 등으로 구성된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블루투스 SIG 회원은 급속도로 늘어나 2010년 말 기준 전 세계 회원사가 13,000여 개에 이른다.

블루투스라는 이름은 10세기경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최초로 통일한 노르웨이의 초대 국왕 하랄(Harald) 1세의 별명에서 차용했다. 하랄 1세는 블루투스(Bluetooth, 푸른 이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블루베리를 좋아해 항상 치아가 푸르게 물들어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파란색 의치를 해 넣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SIG는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하랄 1세처럼 통신장치들을 하나의 무선 기술 규격으로 통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식명칭을 블루투스로 정했다. 이에 따라 블루투스의 공식 로고도 하랄의 H와 블루투스의 B를 뜻하는 스칸디나비아 룬 문자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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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의 원리

블루투스의 무선 시스템은 ISM(Industrial Scientific and Medical) 주파수 대역인 2400~2483.5MHz를 사용한다. 이 중 위 아래 주파수를 쓰는 다른 시스템들의 간섭을 막기 위해 2400MHz 이후 2MHz, 2483.5MHz 이전 3.5MHz까지의 범위를 제외한 2402~2480MHz, 총 79개 채널을 쓴다. ISM이란 산업, 과학, 의료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으로, 전파 사용에 대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저전력의 전파를 발산하는 개인 무선기기에 많이 쓰인다. 아마추어 무선, 무선LAN, 블루투스가 이 ISM 대역을 사용한다.

여러 시스템들과 같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스템간 전파 간섭이 생길 우려가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블루투스는 주파수 호핑(Frequency Hopping) 방식을 취한다. 주파수 호핑이란 많은 수의 채널을 특정 패턴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며 패킷(데이터)을 조금씩 전송하는 기법이다. 블루투스는 할당된 79개 채널을 1초당 1600번 호핑한다.

이 호핑 패턴이 블루투스 기기간에 동기화되어야 통신이 이루어진다. 블루투스는 기기간 마스터(Master)와 슬레이브(Slave) 구성으로 연결되는데, 마스터 기기가 생성하는 주파수 호핑에 슬레이브 기기를 동기화시키지 못하면 두 기기 간 통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다른 시스템의 전파 간섭을 피해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하나의 마스터 기기에는 최대 7대의 슬레이브 기기를 연결할 수 있으며, 마스터 기기와 슬레이브 기기 간 통신만 가능할 뿐 슬레이브 기기 간의 통신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마스터와 슬레이브의 역할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서로 역할을 바꿀 수 있다.

블루투스 기기 연결 방법

블루투스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방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한두 번만 연결해 보면 누구라도 능히 블루투스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마스터 기기, 슬레이브 기기 모두 블루투스를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하는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마스터, 헤드폰이 슬레이브가 된다. 헤드폰 전원을 켜고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활성화하면 이내 주변의 모든 블루투스 기기를 탐색한다.

그 중에서 연결을 원하는 헤드폰 모델을 선택하면 즉시 연결(페어링- paring, 두 기기를 한 쌍으로 묶는다는 의미)된다. 블루투스 기기에 따라 연결 시 암호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에 블루투스 마우스/키보드 등을 연결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MS 윈도우 운영체제의 작업 표시줄에서 블루투스 아이콘을 클릭하여 ‘장치 추가’ 메뉴를 선택한 다음, 블루투스 기기를 탐색하여 연결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 이때 연결 암호를 입력하여 연결을 완료하면 된다. 암호는 일반적으로 슬레이브 기기에 부여된 문자 또는 숫자를 입력한다.

아울러 일단 한 번 연결되면 그 이후부터는 각 기기의 전원과 블루투스를 켜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생존을 위한 블루투스의 몸부림

초창기 블루투스는 두 기기 사이에 방해물이 있을 경우에도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송 거리가 기존 무선 기술에 비해 우수하다는 점, 소비 전력이 적고 전파 간섭이 적다는 점 때문에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네트워크 기술에 비해 블루투스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블루투스가 낼 수 있었던 최대 1Mbps의 속도는 당시만해도 기존 기술에 비해 6배 가량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유무선 랜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발달하면서 랜에 비해 느린 블루투스의 속도는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고품질 음악이나 동영상을 전송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블루투스 모듈의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블루투스 개발 당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모듈 가격을 5달러 정도로 내리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저렴한 무선 랜 기술에 자리를 내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블루투스도 가만히 앉아서 죽을 날만 기다리지는 않았다. 블루투스 1.1, 블루투스 1.2, 블루투스 2.0 등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속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에는 속도를 24Mbps로 대폭 높여 대용량 그림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블루투스 3.0이 나왔고, 2010년에는 24Mbp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손목시계용 코인 배터리로도 수 년간 쓸 수 있을 정도로 소비 전력을 낮춘 블루투스 4.0까지 나왔다.

물론 그 동안 무선 랜도 끊임없이 발전했다. 2010년 발표된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인터넷망 없이 휴대기기간 직접 연결해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삼았던 무선 랜이 기기 간 통신이라는 블루투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 더욱이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기존 와이파이와 똑같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만큼 전력 소모는 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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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블루투스와 무선 랜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향후 개인 무선 기술 경쟁구도는 저전력을 내세운 ‘블루투스 4.0’ vs 빠른 속도가 강점인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보안의 취약점도 해결해야

블루투스가 싸워야 할 상대는 무선 랜뿐만이 아니다. 블루투스를 켜 놓은 상태에서는 해킹이 너무 쉽다는 보안상의 문제점도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블루투스 동글(Dongle, 중계기)을 장착한 노트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블루투스 휴대폰 속 정보를 빼오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해킹은 블루재킹(bluejacking), 블루스나핑(bluesnarfing), 블루버깅(bluebugging)으로 나뉜다. 이 중 블루재킹은 단순히 스팸메시지를 뿌리는 수준으로, 귀찮은 존재긴 하지만 보안에 큰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일정표, 전화번호,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에 접근하는 블루스나핑, 희생자의 휴대폰을 원격 조종해 통화내용을 엿듣는 블루버깅은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공공장소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을 꺼야 한다. 또한 안티 바이러스나 방화벽 기능을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용 보안 제품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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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통신을 제패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블루투스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힘을 못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 전력이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전송 속도와 비용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선 헤드셋, 무선 키보드 등 일부 기기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다른 모바일 기기에서는 여전히 무선 랜, NFC(근거리 통신) 등의 다른 무선 기술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과연 블루투스가 하랄 1세처럼 무선 세계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당분간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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