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 ‘KMI’ 승인 불허, 이통3사 과점체제 유지

이기성 wlrl@itdonga.com

‘무제한 데이터 요금 월 28,000원’, ‘무제한 데이터+기본료 월 35,000원’ 등 기존 이동통신사 대비 최대 30%이상 저렴한 통큰 요금제를 제시하고 나선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결국 제4이동통신 사업자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서 한국모바일인터넷(이하 KMI)이 신청한 와이브로 기반 제4이동통신 사업에 대해 허가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KMI는 항목별 60점 이상, 평균 7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방통위 심사에서 평균 66.5점을 받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KMI는 지난해 11월에도 제4이동통신 허가 심사를 신청, 평균 66.5점으로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적이 있다.

제4이통사 ‘KMI’ 승인 불허, 이통3사 과점체제 유지 (1)
제4이통사 ‘KMI’ 승인 불허, 이통3사 과점체제 유지 (1)

빛 바랜 KMI의 ‘도전’

지난 탈락의 원인을 되짚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다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승인서를 제출한 KMI는 이번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냉철한 판단에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방통위 관계자는 KMI가 첫 번째로 탈락할 당시 기존 이통사처럼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재무와 향후 서비스 계획 등이 미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에 대해서는 “KMI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추가로 6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왔으나, 심사위원들은 여전히 재무계획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얘기했으며, “기지국 공용화 및 서비스 운용을 위한 망구축 등 세부 계획도 답보상태에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KMI는 기존 이통사 대비 파격적으로 싼 요금을 무기로 내세웠다. 음성 기본료와 무제한 데이터를 합친 요금이 월 35,000원, 음성을 제외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은 25,000원으로 기존 이통사의 무제한 데이터 이용이 포함된 요금 55,000원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것이다.

따라서 KMI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결정되면, 기존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통신 3강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물가 인상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통신요금 인하라는 달콤한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KMI가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으로 촉발될 혜택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KMI가 탈락하면서 사실상 이통3사가 고수하고 있는 요금 정책이 변동될 가망성이 거의 희박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미소 짓는 이통3사, 정부의 압박에도 ‘코웃음’

현 정부가 2011년 들어 가장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 바로 ‘구제역’과 ‘물가’일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 5%, 물가 3%’라는 국정 목표를 설정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IT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통신비 인하 관련 등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고, 이로 인해 이통3사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이미 지난 3년간 통신 요금을 20%나 인하했고,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비가 필요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KMI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해 KMI가 첫 번째로 탈락했을 때는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면, KMI가 두 번째 신청서를 접수한 직후에는 SK텔레콤과 KT의 주가가 곤두박질 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이는 KMI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면, 무한 경쟁으로 인해 기존 사업자들의 미래 계획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3사는 아무래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보다, 제살깎기식 무한 경쟁이 더 무섭다”며, “KMI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따라서 24일, 방통위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였을 이통3사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그러나 승인이 유력해 보였던 KMI가 방통위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10년간 유지되어 온 이통3사의 과점체제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방통위를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통신요금 수준 및 요금체계의 적정성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이기성(wlrl@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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