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빛으로 최대한의 밝기를 얻다 - ISO 감도

김영우 pengo@itdonga.com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빛을 잘 다룬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빛을 렌즈로 받아들여 필름(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는 CCD나 CMOS 등의 이미지 센서)에 도달하게 해야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되도록 주변이 밝은 곳에서 찍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카메라의 조리개를 넓히거나 셔터 속도를 낮추는 등의 조작이 필요하다.

다만 카메라의 구조상 조리개를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셔터 속도를 너무 낮추면 흔들린 사진이 찍히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래시를 쓰기도 하지만 이 경우엔 자연스런 밝기의 사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방법이 적은 양의 빛으로도 더 빠르고 민감하게 감광(영상이 새겨짐)할 수 있는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빛에 대한 감도(감광 속도)가 2배인 필름을 사용한다면 기존의 필름에 비해 절반 정도의 빛만 있어도 동일한 밝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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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카메라 필름 제조사들은 감도가 다른 여러 종류의 필름을 내놓기 시작했고, 사용자들은 자신의 용도와 촬영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필름 감도의 규격 표시나 감도 기준이 제조사마다, 혹은 나라마다 다르다 보니 선택 상의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필름 감도의 세계 표준, ‘ISO’ 규격의 등장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ASA(American Standards Association)라는 규격을 사용했으며,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는 DIN(Deutsche Industrie Normen) 규격, 그리고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서는 GOST(GOsudarstvennyy STandart)규격으로 필름의 감도를 표기했다. 이들의 표기 방법이 서로 다르다 보니, 같은 필름이라도 미국에서는 ASA 100이라고 표기되던 것이 독일에서는 DIN 21°라고 표기되었으며, 구 소련에서는 GOST 90이라고 표기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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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필름 감도 기준을 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ISO 5800:1987(컬러 필름용)’, ‘ISO 6:1993(흑백 필름용)’ 등의 규격이며 흔히들 줄여서 ‘ISO 감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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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감도는 예전에 사용하던 ASA 기준과 DIN 기준을 함께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용도로 쓰이는 가장 낮은 감도의 필름은 ISO 100/21°라고 표기하며, 이보다 감도가 2배인 필름은 ISO 200/24°, 그리고 4배라면 ISO 400/27° 등으로 표기한다(ISO 50/18°, ISO 25/15° 등의 이른바 ‘초저감도 필름’도 존재하긴 하지만, 특수한 용도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편의상 DIN 기준을 생략하는 일이 많아져서 2011년 2월 현재, ISO 감도라고 한다면 앞쪽의 ASA 수치만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ISO = ASA’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이지만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ISO

필름이 아닌 디지털 방식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하여 촬영하는 카메라의 경우, 내장된 이미지센서가 필름 카메라의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감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ISO 수치가 정해진다. 이미지 센서의 방식 카메라의 ISO 수치의 경우 전자 스틸 카메라(Electronic still-picture camera)는 ‘ISO 12232:1998’, 디지털 스틸 카메라(Digital still camera)는 ‘ISO 12232:2006’ 규격으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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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스틸 카메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한 후, 아날로그 방식의 저장매체(플로피 디스크 등)로 저장하는 초기형 디지털 카메라를 말하는데, 이들은 2000년대 이후 거의 나오지 않으며 2011년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과 저장을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하는 디지털 스틸 카메라이다. 따라서 근래에 말하는 ISO 감도라면 ISO 12232:2006 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ISO 수치를 바꾸려면 필름 자체를 교체해야 했으나 디지털 카메라는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ISO 수치를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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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ISO 감도를 높이면 어두운 장소에서도 밝은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ISO 감도가 높아질수록 필름 카메라의 경우에는 영상을 구성하는 입자가 커지기 때문에 매우 거친 느낌의 사진이 찍히게 되며,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디테일(섬세함) 및 채도(색의 청명도)가 점차 저하되고 노이즈가 증가하여 전반적인 사진의 화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특히 1990년대에 나온 초기형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ISO 수치가 200 정도만 되어도 노이즈가 매우 심했기 때문에 여간 해서는 ISO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지센서의 제조 기술 및 디지털 카메라 내부의 영상 처리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2011년 현재 나오는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ISO 200이나 ISO 400 정도까지는 큰 문제 없이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일부 전문가용 제품 중에는 ISO 감도를 10,000 단위까지 높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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