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2011년 2월 15일, 레이저(Razer)는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2)’로 전향한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를 개인 후원한다고 밝혔다. 레이저는 이전부터 주요 프로게이머들에게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헤드셋과 같은 주변기기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쳐 왔다.

레이저 CEO이자 크레에이티브 담당 이사 민 리앙 탄(Min-Liang Tan)은 "이 자리를 찾아 준 기자 분들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오늘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운을 뗐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

레이저는 현재 세계 7개 국가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레이저에게 있어 다수의 e-스포츠 팬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주변기기가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 CEO는 “For the Gamers, By the Gamer가 우리의 모토”라며, “레이저는 게이머를 위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이념 아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선수 후원도 주요한 사업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임요환 선수는 한국 e-스포츠 시장을 대표하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선수”라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한 ‘친구’ 임요환 선수를 후원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2)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2)

그는 “임요환 선수가 레이저 제품의 팬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앞으로 레이저는 임요환 선수와의 협력을 통해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이저는 블리자드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출시할 스타2 ‘악령 마우스’, ‘불곰 키보드’, ‘밴시 헤드셋’이 양 사의 공동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는 스타2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APM을 적용한 것. 민 CEO는 “APM 시스템을 탑재한 레이저 제품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인사를 마쳤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3)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3)

APM을 이용한 시스템은?

APM은 Actions-Per-Minute의 약자로 분당 행동 수를 말한다. 즉 게이머가 1분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마우스 또는 키보드를 입력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레이저는 이 APM을 제품에 접목해 APM 라이트닝 시스템(APM Lighting System, 일반적으로 일반인은 50~100 APM 정도이고 프로게이머는 300 APM 이상을 유지한다)을 고안했다. 레이저 APM 시스템이 접목된 헤드셋, 키보드, 마우스와 같은 주변기기는 게이머의 APM 수치에 따라 LED가 다양한 색깔로 바뀐다. 이외에 스타2의 경우 본진 공격을 당하거나 게이머의 병력이 공격당하면 위험 신호로 알려주는데, 이럴 때에도 주변기기의 색깔이 바뀐다. 또한 해당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원하는 대로 색깔을 변경할 수 있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4)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4)

이어 임 선수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블리즈컨 2010 행사장에서 레이저 데스에더(DeathAdder)를 접한 뒤로 지금까지 줄곧 데스에더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 딱 맞는 듯한 느낌”이라며, “사실 당시 행사장에 비치된 데스에더 제품 중 2개를 몰래 빼서 가져갈 생각도 했었다”라고 레이저 마우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임 선수가 꼽은 데스에더 제품의 장점은 손에 감기는 듯한 그립감과 안정적인 마우스 감도다. 또한 커서가 갑자기 튕기는 현상(마우스 커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순간 움직이는 현상)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우레탄 재질로 되어 있어 땀으로 인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 했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5)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5)

그는 “주변 선수나 팬이 게이밍 마우스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레이저 마우스를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데스에더만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레이저 임퍼레이터(Imperator)와 같은 다른 제품도 사용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사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레이저는 임 선수 후원뿐만 아니라, 국내 e-스포츠 시장 발전을 위해 3년간 미화 약 5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투자 금액은 임 선수의 팀인 슬레이어스(SlayerS) 후원뿐만 아니라, e-스포츠 대회와 기타 게임 커뮤니티를 후원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제품으로 후원을 할지, 대회 상금 후원이나 스폰서로 등장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이번 후원 계약 발표는 사실 갑작스러웠다. 임 선수가 인텔이라는 큰 IT 글로벌 업체와 후원 계약을 맺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과 같은 전문 게이밍 주변기기 업체인 레이저와 프로게이머 임 선수와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야구 배트는 야구 선수가, 축구 공은 축구 선수가 사용해야 신뢰도가 쌓이는 것처럼 말이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7)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7)

행사장에서 임 선수는 직접 레이저 스타2 세트로 스타2를 게임하며 APM이 변하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스타2를 관람할 때 볼거리로 손색이 없겠다는 느낌이다. 선수의 장비가 다양한 색깔로 시시각각 변화한다면, 이 자체로도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8)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8)

모든 행사가 끝나고, 민 CEO 및 임 선수와 함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민 CEO와 진행한 일문일답 내용이다.

이번에 임 선수와 후원 계약을 맺고 e-스포츠 시장에 대한 향후 지원을 약속한 계기가 있다면?

민 CEO: 한국은 e-스포츠의 수도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고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 경기를 볼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e-스포츠 시장이 활성화된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레이저가 출시하는 다양한 게이밍 주변기기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좋은 효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국내에는 레이저뿐만 아니라, 로지텍, 스틸시리즈 등 다양한 게이밍 주변기기 업체가 진출해 있다. 2011년 국내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민 CEO: 현재 레이저는 유럽과 미국에서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있다. 제품과 디자인에 대해서 자신감 하나로 이 자리에 위치했다.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처럼만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011년, 레이저는 한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난 지스타 2010 인터뷰에서 임요환 선수, 이윤열 선수와 같은 국내 유명 프로게이머에게 제품을 후원하는 홍보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질문하자 “그런 식의 홍보보다 제품 자체의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라고 대답한 게 기억난다. 임 선수와의 후원 계약은 과거의 말을 뒤집는 것이 아닌가?

민 CEO: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대답은 ‘No’가 아니라 ‘No Comment’였다. 레이저는 제품 출시 계획이나 출시할 제품에 대한 정보 등을 미리 발표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음에 봤을 때는 더 놀라운 소식들로 찾아올 것을 약속한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9)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9)

한국 e-스포츠 시장에 3년간 500만 달러 가깝게 후원한다고 했는데, 후원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민 CEO: 한국 e-스포츠에 후원하는 이유는 레이저의 명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 시장에 투자해서 한국 e-스포츠 시장이 발전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나의 게이머 입장에서 더욱 발전된 e-스포츠 시장을 원한다.

후원 방식은 무엇인가? 혹 다음 스타2 GSL 대회에서는 레이저 스타2 세트 주변기기를 볼 수도 있는 것인가?

민 CEO: 대회에 주변기기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지, 대회 상금을 후원하게 되는 방식이 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품 후원에 대한 것은 전체 e-스포츠 산업이 좀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서 후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1)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1)

게이밍 주변기기가 본격적인 고급화에 들어서고 있다. 고가의 게이밍 제품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도 분명 존재한다. 향후 보급형 제품에 대한 출시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민 CEO: 지적한 것처럼 게이밍 주변기기의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레이저는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게임을 좀 더 쉽고 잘하도록 돕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과 기능, 성능이 가격보다 우선이다. 처음 레이저라는 전문 게이밍 주변기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주변에서 말렸었다. 하지만 본인은 게임을 진정 즐기는 게이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이머들을 믿는다.

게이머들을 위한 주변기기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은 없는지 궁금하다. 게이밍 주변기기는 보다 빠른 입력 속도를 위해 유선 키보드, 마우스가 강조되곤 하는데, 무선 마우스, 키보드처럼 일반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없는가?

민 CEO: 지난 CES 2011에서 컨셉 디자인 키보드 제품을 선보여 다자인 관련 최고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아이패드를 꺼내 저장된 관련 동영상을 직접 보여 주었다). 이 제품은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평소 사용할 때는 일반적인 키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스타2,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실행하면 키보드 LED가 변해 키 배열이 각 게임에 맞게 새롭게 재배치되는 제품이다. 앞으로 일반인을 위한 제품이나 스마트 모바일 기기(태블릿 PC,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를 생각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0)
스타2 임요환 선수, 이제 레이저로 중무장한다 (10)

지난 지스타 2010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 민 리앙 탄 CEO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게임 자체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이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요환 선수가 레이저 데스에더를 처음 접하고 이를 사용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진정 게이머를 위한 제품이 게이밍 주변기기인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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