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김영우 pengo@itdonga.com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인 핀란드의 노키아(Nokia)와 세계 최대의 컴퓨터 운영체제 회사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가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발표의 내용은 지금까지 ‘노키아 심비안’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만을 내놓던 노키아가 앞으로는 심비안 대신 MS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1)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1)

휴대폰과 운영체제 시장에서 각각 1위를 하고 있는 ‘골리앗’끼리 힘을 합쳐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다니, 표면상으로는 그야말로 핵폭탄급 위력을 기대할 수 있는 무기가 생긴 셈인데, 웬일인지 이 발표 이후 노키아의 주가는 하락했으며, 오히려 노키아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가 상승 국면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어째서일까?

이는 노키아와 MS의 미묘한 위치 때문이다. 양사는 휴대폰과 컴퓨터 운영체제 분야에서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이번에 맺은 제휴의 핵심인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용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불안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쪽에서 두 업체는 골리앗이라기보단 ‘다윗’에 가깝다.

노키아의 심비안은 2010년까지의 통계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스마트폰용 운영체제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심비안 자체가 다른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비해 성능이나 기능이 확연히 우수해서 라기보다는 노키아가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탓에 반사적으로 얻은 위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리고 노키아는 유럽과 중국, 제3세계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일지 몰라도 한국이나 일본, 북미 등 토종 업체들의 텃세가 심한 곳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호조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캐널리스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0년 4분기를 기점으로 구글 안드로이드가 노키아 심비안을 밀어내고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2)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2)

MS의 사정도 그다지 나을 것이 없다. MS가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라고는 하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MS의 ‘윈도우 모바일’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불과 4.2%로, 심비안의 37.6%, 안드로이드의 22.7%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010년 말에 MS는 신형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윈도우 폰 7’을 출시했지만 시장 도입 초반인데다가 안드로이드의 인기도 여전해서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두 업체가 제휴를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나 워낙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초대형 업체들이기에 둘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스마트폰에 MS의 운영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노키아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심비안을 대체할 운영체제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MS는 노키아가 기본적으로 보유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상승이 절박한 윈도우 폰 7의 보급 활성화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이처럼 쉽게 풀릴 것 같지만은 않다. 특히 노키아의 경우, 자사의 독점적인 운영체제였던 심비안을 사실상 포기하고 타사(MS)의 운영체제에 의존하게 됨으로 인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 약화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윈도우 폰 7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노키아 외에 다른 제조사들도 출시할 수 있다.

더욱이, 그동안 심비안 기반의 스마트폰만 내놓던 노키아가 새롭게 윈도우 폰 7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공백기 동안 노키아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반면, 경쟁사들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노키아와 MS의 제휴가 발표된 직후 노키아의 주가가 떨어지고 경쟁사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라는 의미다.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3)
노키아 - MS 제휴, 몸 낮춘 두 명의 ‘골리앗’? (3)

이러한 불안한 목소리 속에서도 양사는 배수진을 거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MS 출신의 노키아 CEO인 스티브 엘롭은 최근 발표에서 “노키아가 이번 제휴로 인해 MS로부터 수십억 달러 수준의 금전적 지원을 얻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1위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다윗’의 자세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두 ‘골리앗’의 과감한 이번 결정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IT시장의 변화 속도를 고려해볼 때 그 결과는 의외로 빠른 1 ~ 2년 사이에 나타날 것이며, 그것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차후 스마트폰 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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