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폭발했다” 제보한 소비자 쇠고랑 차나?

“보상 필요 없다’”며 1인 시위에 맞고소까지 하더니… 정체는 블랙컨슈머?

삼성전자의 휴대폰이 폭발했다며 관련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이모씨(29)에게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씨에 대해 휴대폰을 고의로 파손시킨 후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시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해 업계를 뜨겁게 달군 휴대폰 폭발 사건은 블랙컨슈머의 자작극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블랙컨슈머란?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는 보상금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원래 상품을 구입해 일정 기간 사용 후 제품에 문제가 있다며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하거나, 사소한 하자에 대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뜻했지만 최근 들어 보상금을 노리고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일을 꾸미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2005년 일어난 ‘웬디스 햄버거 손가락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애나 아얄라라는 여성이 웬디스 햄버거에서 사람 손가락이 나왔다고 민원을 제기했던 사건이다. 아얄라는 남편과 일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손가락을 잘리게 되자 50달러를 주고 손가락을 넘겨 받았으며, 이 손가락을 햄버거에 넣고 거짓으로 일을 꾸민 뒤 웬디스측에 백만 달러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결국 사건의 전말은 밝혀졌지만 웬디스는 매출면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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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2010년 말 벌어진 ‘쥐식빵 사건’이 큰 화제를 모았다. 뚜레쥬르 점포를 운영하던 김모씨가 경쟁사인 파리바게뜨에 타격을 입히고자 파리바게뜨 식빵에서 죽은 쥐가 나왔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사건이다. 이로 인해 파리바게뜨는 성탄절을 앞두고 매출에 큰 피해를 입었다.

거짓 사건 꾸며 보상금 받고 맞고소까지?

논란은 2010년 5월 시작됐다. 이씨는 삼성전자의 ‘매직홀폰(SPH-830)’을 충전기에 연결해 놓은 채로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휴대폰에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급히 물을 부어 불을 끄고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 센터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이씨는 관련 사진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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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지 3일 뒤, 삼성전자는 이씨를 만나 500만 원을 건넸다. 사건의 확산을 막는데 협조하고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돈을 받았다. 이대로 끝났다면 이씨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이 폭발한다면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씨의 휴대폰 배터리는 멀쩡했다. 불에 타 망가진 부분은 발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폴더 부분이었다. 삼성전자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제품 분석을 의뢰했고, 내부 폭발이 아닌 외부 발화에 의한 사고라는 보고서를 받았다.

7월에는 일부 언론에서 이씨가 LG전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블랙컨슈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LG전자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사용하다 환불을 받은 적이 있으며, 대기업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LG전자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씨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씨는 7월 23일부터 약 한 달 반 가량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씨는 ‘나는 애니콜 폭발 피해자다’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삼성전자가 법적 소송을 들먹이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관련 동영상을 올려 사건의 불씨를 계속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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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못한 삼성전자는 9월 명예훼손 혐의로 이씨를 고소했다. 외부발화로 인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외국 언론 등에 사건을 제보해 자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것. 이에 이씨는 삼성전자가 자신을 블랙컨슈머로 매도하고 있다며 맞고소에 나섰다. 삼성노조와 시민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이씨는 “소비자의 과실이 아니라는 인간적인 사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고소를 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11월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해당 휴대폰 감정을 의뢰했고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로 인해 변형된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이씨의 집을 수색해 전자레인지와 주방용 장갑을 발견했다. 처음 이씨가 휴대폰이 폭발했다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 있던 장갑이었다. 경찰은 이씨가 2008년부터 8차례에 걸쳐 비슷한 방식으로 1,000만 원 어치의 새 제품을 챙긴 블랙컨슈머였다고 밝혔다. 현재 이씨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 동안 ‘골리앗에 맞선 용감한 다윗’으로 비춰졌던 이씨는 과연 진짜 블랙컨슈머였을까.

블랙컨슈머와의 싸움, 이겨도 이긴 게 아냐

사실 삼성전자는 해당 휴대폰을 넘겨 받았을 때, 블랙컨슈머의 소행임을 바로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에게 500만 원의 보상금을 건네며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사건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의 매출과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 폭발 사건이 부상하자 인터넷에는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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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일단 일단락됐지만, 삼성전자가 그 동안 입은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단지 상처뿐인 승리만 남았을 뿐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제 돈 들여’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아직 휴대폰 폭발의 원인이 삼성전자에 있다고 믿는 소비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블랙컨슈머를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터졌을 때 입막음을 위해 합의금을 지급하는 관례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음성적으로 뒷거래를 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에게 인터넷에 사건을 올리지 말고 특정 창구만을 이용해 민원을 제기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결국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더 우려되는 점은 기업과 소비자 간에 불신이 쌓여간다는 것이다. 향후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의 소행이 아닌지 소비자를 의심할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는커녕 자신이 범죄자로 의심받지 않도록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개천 전체가 흙탕물이 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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