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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CPU는 GPU와 8코어를 집어삼켜?

김영우

2000년대 이전에는 PC를 사기 위해 고민할 사항이 특히 많았다. PC를 구성하는 부품의 수가 한 둘이 아니다 보니 한정된 비용 하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능을 낼 수 있는 부품들이 조합된 PC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상당수 부품들이 통합되면서 이러한 경우의 수는 다소 줄어들었다. 특히 랜카드나 사운드카드 등이 메인보드에 통합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요즘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 정도를 제외하면 고민거리가 크게 줄어든 편이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남은 고민마저도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세계 C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인텔과 AMD의 2011년 전략을 살펴보면 양사의 신제품 중 절대 다수가 CPU와 GPU를 통합한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는 2010년에 출시된 인텔의 코드명 클락데일(Clarkdale) 계열의 코어 i5 600 시리즈와 코어 i3 500등에서 이미 구현된 바 있지만 2011년부터는 이러한 흐름이 좀 더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텔, ‘샌디브릿지’로 CPU + GPU 시장의 진정한 맹주 노려

일단 인텔의 전략을 살펴보자. 인텔이 2011년에 출시할 주력 CPU들은 코드명 ‘샌디브릿지(Sandy Bridge)’ 아키텍쳐(architecture: 기본 구조)에 의거한 제품들이다. 샌디브릿지 계열의 제품들은 2011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데스크탑 및 노트북용 외에도 서버용도 준비 중이다. 제품명은 기존 제품과 마찬가지로 고급형은 코어 i7, 중급형은 코어 i5, 그리고 보급형은 코어 i3가 될 예정이지만, ‘코어 i5 750’과 같이 3자리 수의 모델 번호를 쓰는 기존 제품과 달리, 샌디브릿지 계열의 제품은 ‘코어 i5 2500’과 같이 4자리 수의 모델 번호가 부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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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브릿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CPU에 내장된 GPU의 성능이 클락데일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이 내장 GPU의 성능은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아 정확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정보에 의하면 기존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능가하며, 10만원 대 근처로 팔리는 중급형 그래픽카드의 성능과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샌디브릿지 기반의 PC에서는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은 상태에서도 ‘스타크래프트2’와 같은 신작 3D 게임을 중간 정도의 그래픽 옵션으로 원활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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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GPU의 성능 외에 CPU 자체의 연산 성능도 향상될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총 8개의 코어를 갖춘 고성능 제품의 등장이다. 특히 이는 인텔 특유의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이 더해져 마치 16개 코어를 갖춘 CPU와 유사한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8코어 CPU는 데스크탑용 제품 중 최상위 버전인 ‘코어 i7 익스트림’ 시리즈와 서버용 최상위 제품인 ‘제온 E7’ 시리즈의 이름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세계 CPU 시장의 1인자인 것은 유명하지만 GPU 시장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텔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업무용으로 주로 쓰이는 메인보드 내장형 GPU 시장에서 인텔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에 의존한 바가 크기 때문에 인텔의 GPU 시장 점유율에 큰 의의를 두기는 힘들었다. 만약 샌디브릿지가 성능 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다면 PC 시장 전반에 대한 인텔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MD, ‘퓨전’ APU로 진정한 ‘통합’ 기대

인텔의 경쟁사인 AMD 역시 2011년 전략의 중심에 CPU와 GPU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실 AMD가 2006년에 GPU 전문업체인 ATi를 인수한 직후부터 개발하던 ‘퓨전(Fusion)’ 플랫폼이 비로소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AMD는 특히 자사의 퓨전이 기존의 CPU나 GPU와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APU라는 용어가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만큼 퓨전에 대한 AMD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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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AMD가 출시할 제품은 크게 고급형 및 데스크탑 시장을 겨냥한 ‘불도저(Bulldozer)’ 계열 제품과 보급형 및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밥켓(Bobcat)’ 계열 제품으로 나뉘어진다. 그 중 밥켓 계열 제품은 모두 퓨전 APU가 적용된 코드명 ‘자카테(Zacate)’와 코드명 ‘온타리오(Ontario)’가 중심이다. 그 중 자카테는 기존의 울트라씬 계열 노트북 시장을, 온타리오는 넷북 계열 노트북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두 제품 모두 특히 풀 HD급 멀티미디어 기능과 높은 배터리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정식 제품명은 자카테의 경우 ‘AMD E 시리즈’, 온타리오는 ‘AMD C 시리즈’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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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불도저 계열의 경우, 인텔과 마찬가지로 8코어를 갖춘 제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 제품의 개발 코드명은 ‘잠베지(Zambezi)’이며, 8코어 제품뿐 아니라 4코어 제품도 병행 출시될 예정이다. 일단 2011년에 등장할 잠베지는 GPU를 내장하고 있지 않지만, 자사의 별도 GPU인 라데온 HD 6000 시리즈와 함께 사용하면 보다 성능 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GPU 기능까지 갖춘 불도저인 ‘코모도(Komodo)’ 및 ‘트리니티(Trinity)’는 2012년의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AMD 퓨전 APU 역시 아직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아 정확한 성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AMD는 자체적으로 GPU를 제조하는 회사이기도 하고, AMD의 관계자들 역시 인텔 샌디브릿지를 능가하는 그래픽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CPU와 GPU의 융합, 그리고 8코어

2011년 CPU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CPU와 GPU의 융합, 그리고 8코어 CPU의 등장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인텔과 AMD의 신형 CPU에 내장될 GPU 기능은 아직 기존의 상위급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보급형 및 중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의 상당수를 빼앗아 올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양사의 최상위급 CPU 라인업이 6코어에서 8코어 제품으로 향상됨에 따라 PC 전체에서 CPU에 대한 성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이러한 신기술 경쟁으로 인해 2011년 PC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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