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김영우 pengo@itdonga.com

군사용어 중에, 해군 함대의 선단에서 깃발을 꽂아 놓은 가장 중요한 선박을 뜻하는 ‘플래그십(Flagship)’이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민간 마케팅 시장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쉽게 말해 그 업체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제품 및 브랜드를 의미한다.

플래그십은 해당 업체의 역량이 총 집결된 제품이기에 성능이나 기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가격은 제법 비싸기 마련이다. 단순히 많이 팔기 위해 적당한 성능과 가격으로 내놓는 보급형 제품과는 의미상 큰 차이가 있다.

모니터 업계에도 각 업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제품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벤큐(BenQ)의 24인치형(61cm) 모니터인 EW2420 같은 제품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2)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2)

벤큐 EW2420은 VA패널에 LED 백라이트를 갖춰 화질을 강화했으며, 1,920 x 1,080의 풀 HD 해상도, 2개의 HDMI 포트와 4개의 USB 허브까지 갖췄다. 벤큐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제품의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족자’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모니터라는 제품이 디자인 면에서 튀기는 힘들다. 화면과 이를 둘러싼 프레임, 그리고 이를 받치는 스탠드의 디자인을 차별화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기 때문이다. 벤큐 EW2420도 이런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프레임 하단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서 마치 족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으며, 전원 버튼을 측면 하단에 배치하여 포인트를 준 것이 눈에 띈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3)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3)

LED 백라이트를 내장한 모니터들은 제품의 두께가 슬림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벤큐 EW2420은 LED 백라이트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두께는 일반적인 LCD 모니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질 관련 사양(패널, 백라이트)이 비슷한 같은 회사의 VW2420H 모델이 상당히 슬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아무래도 EW2420이 추가된 기능이 많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VW2420H와 다르게 전원부가 본체에 내장되어 있는 것도 EW2420의 두께를 더하게 하는 요소다(대신 전원 어댑터 없이 케이블만 꽂으면 되므로 설치는 더 편하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4)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4)

멀티미디어 기능 향상 위한 각종 배려

EW2420의 특징적인 기능들은 모니터 후면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일단 후면 가운데에 있는 베사(VESA)규격의 마운트 홀(고정 홈)이 눈에 띈다. 때문에 시중에 팔리는 베사 표준 규격의 100 x 100mm 스탠드에 고정이 가능하므로 벽걸이 형태로 모니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유용하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5)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5)

그리고 후면 상단에는 헤드폰을 거치할 수 있는 고리도 부착할 수 있다. EW2420의 측면에 헤드폰 출력 단자가 있으니 이 둘을 함께 응용하면 활용도가 높아진다.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모니터다운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6)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6)

단자부분도 특색 있다. 특히, 일반 모니터에는 1개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HDMI 포트가 2개나 있다. HDMI는 디지털 방식의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할 수 있어서 연결이 간편하며,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 엑스박스360과 같은 비디오게임기, 혹은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의 AV기기를 연결할 때 편리하게 쓰인다. HDMI 포트가 2개이기 때문에 PC와 다른 기기를 함께 사용할 경우 번거롭게 포트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7)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7)

그리고 1개의 USB 포트를 여러 개로 확장시키는 USB 허브(hub) 기능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니터의 후면과 측면에 각각 2개씩의 USB 포트가 있는데, 이는 특히 PC를 책상 아래에 놓고 쓰는 경우에 굳이 자세를 낮추지 않고도 USB 메모리나 마우스 등을 꽂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8)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8)

실제로 PC(노트북)와 PS3를 EW2420에 동시에 연결해 즐겨보았다. HDMI로 연결하니 PS3에서 자동으로 1,920 x 1,080 해상도가 설정되었고, 음성 출력 역시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PS3를 플레이 하다가 PC 화면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면 모니터 측면의 ‘Enter’ 버튼을 눌러 입력 모드를 변경하면 된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9)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9)

그리고 간혹 HDMI 포트가 있는 모니터 중에서는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지 않아서 HDMI의 음성신호를 출력하기 위해 별도의 스피커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EW2420는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편이 없다. 내장 스피커는 스테레오 방식이며 출력은 각각 1.5W로서, 가볍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정도로 쓰기에 적합하다. 만약 이 정도의 소리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별도의 스피커나 헤드폰을 모니터에 꽂아서 쓰도록 하자. EW2420에는 별도의 스피커 및 헤드폰을 꽂을 수 있는 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VA 패널 + LED 백라이트의 만남

모니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화질 면에서는 그다지 흠 잡을 데가 없다. 일단 LCD 모니터의 화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패널의 경우, 대부분의 보급형 모니터가 사용하는 TN 패널이 아닌 VA 패널을 갖췄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VA 패널은 TN 패널에 비해 선명도 및 색감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며, 특히 시야각이 넓어서 상하, 혹은 좌우 측에서 에서 봐도 왜곡 없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보급형 TN 모니터와 시야각을 비교해 본 결과, TN 모니터는 좌우 100도 정도만 되어도 거의 화면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EW2420는 170도 이상의 각도에서도 화면에 이상이 없었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0)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0)

고화질 모니터의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높은 명암비(Contrast Ratio)다. 명암비란 간단히 말해 화면 상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얼마나 잘 구분되는지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명암비가 높은 모니터는 야경 속에 묻힌 회색빛의 사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만, 명암비가 낮은 모니터는 그러하지 못하다.

모니터의 명암비는 패널에 빛을 공급하는 백라이트의 성능에 큰 영향을 받는데, 보급형 모니터의 경우, ‘CCFL(냉음극형광램프)’ 방식의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반면, EW2420를 비롯한 고급형 모니터는 ‘LED(발광다이오드)’ 방식의 백라이트를 사용한다. LED 백라이트는 CCFL 방식의 백라이트에 비해 휘도가 높은데다 전력소모도 적고 수명도 길다.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1)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1)

EW2420는 기본적으로 3,000 : 1의 고정 명암비를 갖추고 있으며, 동적 명암비 모드(특정 순간의 영상을 표현할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해당 부분의 백 라이트를 조절해 순간적으로 명암비를 증가시키는 것)를 사용할 경우, 20,000,000 : 1까지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보급형 모니터의 고정 명암비가 1,000 : 1 정도, 동적 명암비가 10,000 : 1 정도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탠드의 활용 면에서는 아쉬움 있어

다만, EW2420의 스탠드의 활용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상하 각도를 조절하는 틸트(tilt) 기능은 있지만, 높이 조절 기능이나 화면을 기울이거나 완전히 세울 수 있는 피벗(pivot)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틸트 기능만으로도 큰 지장 없이 모니터를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우수한 제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플래그십’ 다운 면모 보여주는 제품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2)
내가 바로 ‘플래그십’ 모니터, 벤큐 EW2420 (12)

이번에 살펴본 벤큐 EW2420은 모니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화질은 물론, 멀티미디어 기능 및 각종 활용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약간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다소 비싼 가격(2010년 12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 38만 원)인데, 현재 VA 패널과 LED 백라이트를 동시에 갖춘 제품을 시장에서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고 업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제품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회사의 규모나 역량에 비해 국내 시장에선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는 벤큐의 입장은 안타까울 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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