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코리아, 안팎으로 살찌워 1000등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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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코리아(대표 노운하)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났다. 해외에서는 유수의 가전 종합메이커로 대접받고 있는 그들이지만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주력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 ‘루믹스’ 시리즈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제품은 아니다. 파나소닉의 국내 디지털카메라 점유율은 약 3% 정도. 일부 카메라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헤드폰, 이어폰, 안마의자, 승마기, 전기이발기는 제품군의 특성상 일반 소비자들이 그 인기를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다.

이는 마치 교실 구석에서 존재감 없이 앉아 있는 평범한 학생과 같다. 아버지(본사)는 똑똑해서 높은 위치에 있다는데, 아들(한국지사)은 전교에서 1000등 밖이다. 급우들도 다들 이름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하는 친구인지는 모른다. 이렇게 10년을 조용하게 지냈다.

2010년 12월 1일, 묵묵히 지내던 파나소닉코리아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했다. 일본 본사가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18년까지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TOP 3를, 국내 전체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에서 10%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코리아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디지털카메라의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동안 파나소닉코리아는 본사에게 안 아픈 손가락?

처음 파나소닉코리아가 설립될 때 본사는 한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노운하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데다가 진출도 늦어서 완제품 판매량이 미미했다”며 “설립 당시 매출 신장이나 신 사업 확장에 큰 욕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나소닉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파나소닉코리아도 주력상품을 만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2009년부터 방향을 선회해 성장을 모색했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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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에서 거울과 펜타프리즘(거울에 비친 화상을 굴절시켜 뷰 파인더로 보이게 하는 프리즘)을 제거해 부피를 줄인 카메라다. DSLR의 성능과 콤팩트카메라의 휴대성을 동시에 갖춰 초보자부터 중급사용자까지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카메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하반기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해 지금은 DSLR과 콤팩트카메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파나소닉코리아는 미러리스 카메라 열풍의 덕을 톡톡히 봤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시장 진입이 수월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코리아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약 6%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판매 호조에 힘입어 2009년 4월부터 1년간 올린 매출은 722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8.54% 증가했다. 같은 시기 니콘코리아, 소니코리아, 올림푸스가 실적부진으로 적자를 보인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 본사가 한국 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시각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여기에 환율 문제가 겹쳐 신제품 출시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루믹스 GF1의 경우 엔화의 강세로 인해 일본에 비해 4개월이나 늦게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판매를 시작한지 20분만에 한정 수량 500대가 매진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노 대표는 “국내에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판매가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출시하는 루믹스 GH2와 GF2는 일본과 거의 동시에 출시하거나 한달 정도의 간격으로 출시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루믹스 G시리즈 모델을 추가로 확대해 총 5가지 기종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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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몸집 불리는 데 주력, 2018년엔 1000대 기업 진입

파나소닉코리아는 2012년까지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와 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으로 에코 비즈니스 분야에 뛰어든다. 노 대표는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초저가형 카메라 수요는 감소하고 대신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2018년까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3위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신규 경쟁자가 유입되겠지만, 파나소닉코리아 제품이 경쟁사에 비해 성능에서 호평 받고 있어 오히려 경쟁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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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송장비 부문에서도 P2HD 디지털방송장비와 3D카메라를 앞세워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노 대표는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는 3D제품이 나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다”며, “하지만 3D캠코더는 가능성이 있다. 성장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마의자 분야도 신제품을 통해 굳히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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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년부터는 주택설비에 친환경제품을 공급하는 에코 비즈니스 사업을 전개한다. 가정용 연료전지 및 태양전지, 가정용 축전지와 고효율 LED 램프, 열펌프(Heat Pump) 등의 에코제품을 공급하여 가정에서 손쉽게 그린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노 대표는 “환경을 감안한 설비들을 도입해 B2B형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현재도 특수한 분야의 설비에서는 파나소닉의 제품을 납품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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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파나소닉 본사가 창업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또한 파나소닉코리아에도 의미 있는 해가 된다.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 성장을 통해 한국 1000대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 판매액은 2005억 원. 기존 주력 상품 외에 새롭게 도전하는 주택설비환경 사업을 통해 급성장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노 대표는 마지막 인사말로 “기자간담회를 6년 만에 하게 됐다”며 “방향을 잡은 대로, 먼저 양적인 성장을 이룬 후 질적으로 안정화를 모색하겠다. 한국시장에서도 시장 입지를 다지며 업계 선두주자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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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파나소닉은 매출액이 98조 원에 달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하지만 파나소닉코리아는 그 동안 한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전체 매출액 중 파나소닉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되지 않는다. 비주류 상품군인 안마의자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는 발표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파나소닉코리아는 한마디로 ‘머리는 좋은데 게을러서 공부는 안하는 애’ 이미지였다. 좋은 핏줄을 타고 났음에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날 간담회에서 파나소닉코리아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노운하 대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맡았으며, 질의응답 시간에도 답변을 도맡는 등 의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만일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안하던 애’가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파나소닉코리아의 1000대 기업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행사였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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