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 걱정. 요구르트 내놨더니, 생강빵 달라고?

컵케이크(Cupcake), 도넛(Doughnut), 이클레어(Eclair), 프로즌 요구르트(Frozen yogurt, Froyo). 어느 제과점에 걸린 상품 목록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각 버전별 별칭(코드명)이다. 지난 2009년 4월 30일부터 2010년 5월 20일까지 총 4번의 업데이트가 있었다. 그런데 오는 12월 6일, 구글이 ‘D:into mobile(모바일 속으로)’라는 행사에서 안드로이드 2.2(프로요, Froyo) 다음 버전인 2.3(진저브래드, Gingerbread)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 제조사들의 소리 없는 한숨은 깊어만 간다. 대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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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각 버전마다 붙이는 코드명은 알파벳 A부터 시작해 ‘먹을 것’으로 이름 짓고 있다. Froyo, Gingerbread 다음 버전은 H로 시작하는 honey comb(허니컴, 벌집, 우유에 타 먹는 시리얼의 한 종류)이며, 그 다음 버전은 아이스크림(Ice Cream)이라고도 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현 주소

현재 국내에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한 기업은 삼성전자, 팬택,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이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IT 시장에서 휴대폰이나 PC, 외장 하드디스크,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라는 점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 이러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제품만 잘 만들어 내놓으면 시장에서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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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제품 자체의 사양/성능보다 운영체제에 따른 애플리케이션(앱) 확보가 주요 경쟁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 하드웨어 제조사가 애플의 iOS와 같은 운영체제를 개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 구글이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개함으로써 각 제조사를 통해 안드로이드폰이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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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각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사 제품에 맞게 최적화(수정) 작업을 거쳐 출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구글에서 내놓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주기가 제조사의 예상보다 빨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 앞서 언급한 대로 1년 사이에 4번의 업데이트나 있었지만, 제조사 어느 한 곳도 이를 제때에 적용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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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국내에서 100만 대 이상 팔린 삼성전자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2.1 버전을 탑재하고 지난 6월에 출시했다. 그러나 구글은 이미 그보다 한달 전인 5월에 안드로이드 2.2버전을 발표한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 동안 2.1버전에 맞춰 개발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1 버전을 탑재한 상태에서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사용자들은 삼성전자에 갤럭시S의 2.2버전 업그레이드를 계속 요구했고, 약 5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만간 구글이 2.3 버전을 또 발표하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어렵게 1차 필기 시험 통과했더니 이제 2차 실기 시험 보러 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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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제조사의 최신 스마트폰은 2.2 버전을 탑재하고 있지만, 이전 제품은 아직 업데이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업데이트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미룰 수도 없다. 그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의 항변?

이에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이 아니라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전 버전으로도 스마트폰에 최적화 작업을 잘 하면, 오히려 성능은 더 높게 나오기도 한다”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어린이가 탄 21단 기어 자전거보다 (사이클링에 최적화된) 경륜선수가 탄 배달용 자전거가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는 법이니까. 다만, 이전 버전이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는 ‘순정’ 안드로이드를 너무 많이 건드려놔서 각 업데이트를 발표하는 데도 오래 걸렸을뿐더러, 업데이트 적용 후 오히려 전반적인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최적화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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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상 업데이트를 적용해도 체감할 정도로 모든 게 확 바뀌지는 않는다. 성능이 향상된다 해도 몇몇 작업 속도에 대한 것이지 전체적인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동안 제기됐던 몇몇 버그가 수정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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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됐다고 해서 앱 실행 속도도 덩달아 빨라지는 건 아니다. 앱은 해당 개발자가 운영체제 버전에 맞춰서 다시 최적화해야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MS 윈도우 XP에서 잘 실행되던 프로그램이 윈도우 7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는 그 프로그램이 윈도우 7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물론 그렇다고 운영체제 및 제조사의 책임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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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기다리지 않고 기다릴 책임도 없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제조사의 이러한 상황과 사정을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이전 버전이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 없을 정도만 성능을 보여준다면, 사용자는 어떤 불만도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제품 사양은 최고인데 운영체제 버전 차이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성능이 낮다면 사용자는 (구글이 아닌) 각 제조사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남들은 업데이트 해서 성능이 더 좋아졌다는데, 왜 우리는 안 해주나!”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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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제조사의 사정을 기다려 주지 않고 기다릴 책임도 없다. 구글이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면, 사용자는 언제쯤 자기 스마트폰에 적용될지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즉, 사용자는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그걸로 끝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끊임 없는 사후 지원을 바란다. 최근 삼성전자 옴니아2 스마트폰 사용자는 자신들을 가리켜 ‘삼성전자에게 버림받는 사용자’ 라고 말할 정도로 사후 서비스 지원 요구가 절실한 상태다. 이미 사용자는 이를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에 대한 이해가 예전보다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벌써부터 각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에 2.3버전 업데이트 지원 여부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이제 생강빵(진저브래드)을 먹고 싶어 한다. 얼마 전까지 얼린 요구르트를 맛보기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이제는 구글 제과점의 생강빵 유혹에 빠져 있다. 이래저래 제조사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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