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만 바꿨을 뿐인데…” 아르마니 이름값이 40만 원?

삼성전자와 아르마니의 합작 스마트폰이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손잡고 ‘조르지오 아르마니 삼성 갤럭시S’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의 사양은 4인치 슈퍼 아몰레드 액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2(프로요), 1GHz 프로세서, 500만 화소 카메라 등으로 갤럭시S와 큰 차이가 없다. 외관도 미국 AT&T용 갤럭시S인 ‘캡티베이트(Galaxy Captivate)’와 흡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AT&T의 로고가 있던 자리에 아르마니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아르마니 앱이 기본 탑재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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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과 디자인에서 거의 바뀐 것이 없지만 가격은 올랐다. 무려 700유로(한화 약 108만 원)에 달한다. 같은 제품인 캡티베이트의 미국 공식 가격은 599달러(한화 약 68만 원). 2년 약정을 맺으면 199달러(한화 약 22만 원)까지 내려간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1센트에 팔리기도 했다.

이 스마트폰은 올해 12월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두바이, 중국, 홍콩, 스페인, 러시아, 네덜란드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에서 판매된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출시계획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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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명품폰과 무엇이 다른가

휴대폰과 명품브랜드가 합작한 명품 마케팅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LG전자는 2007년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프라다와 제휴해 ‘프라다폰’을 내놓았다.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LG전자와 프라다가 긴밀하게 협력해 제작한 이 프라다폰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프라다는 단순히 브랜드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인터페이스, 가죽케이스, 벨 소리 등 제품의 많은 부분에 직접 관여했다. 2009년 스카이가 선보인 ‘듀퐁폰’에도 듀퐁의 독특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라이터 뚜껑을 여는 방식인 푸쉬업(Push-up) 방식과 라이터 소리를 구현했으며 측면에는 금장을 입혀 듀퐁의 세공술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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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여러 개의 합작품을 내놓은 바 있다. 2007년에 선보인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가죽케이스를 디자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8년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공동제작한 ‘아르마니 나이트이펙트’는 아르마니가 도쿄의 야경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제품이다. 전작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해 국내에 출시한 세 번째 아르마니폰은 금색의 재질과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역시 아르마니가 직접 제품 디자인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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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조르지오 아르마니 삼성 갤럭시S는 상황이 다르다. 캡티베이트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아르마니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심지어 아르마니가 제품의 어느 부분에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 제품 디자인에서 유일하게 아르마니의 손길이 닿은 부분은 제품 상단의 로고뿐이다. 단지 브랜드만 빌려 온 것이 전부라면 합작폰이라고 부르기가 무색해진다.

그렇다면 이 제품이 700유로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아르마니 앰블럼이 박힌 박스가 등장한다. 또한 아르마니 앱이 탑재되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특권이 수십만 원의 웃돈을 주고 구매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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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캡티베이트를 거의 공짜로 구매할 수 있는 미국인들의 평가는 갈리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엔가젯이 관련 기사를 보도하자 미국 네티즌들은 열띤 논쟁을 벌였다. ID Mffan310은 “AT&T 스토어에서 2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캡티베이트를 살짝 바꿔 950달러를 받으려 하다니, 날 놀리지 마라”며 “캡티베이트가 좋은 제품이긴 하지만 950달러의 가치는 없다”고 평했다. ID Nick Kay는 “전작 아르마니폰은 금색 테두리와 사파이어 액정 등으로 매우 고급스러웠다”며 “하지만 이건 앞면에 들러붙은 로고가 전부일 뿐 전체적으로 불완전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ID Naad33은 “패션용품으로 괜찮은 기기라고 생각한다”며 “갤럭시S의 값싼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한 삼성의 좋은 결단”이라고 평했다. ID MagnetMan은 “세상에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출시되기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 제품이 판매될 유럽, 남미, 아시아에서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비교 대상인 캡티베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명품 스마트폰 조르지오 아르마니 삼성 갤럭시S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12월이 되어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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