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1)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1)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 전쟁, 이번엔 삼성전자가 한발 빨랐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각축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는 태블릿 PC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태블릿 PC 갤럭시 탭을 공개하고 8일부터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라이벌격인 애플의 아이패드보다 조금 빠른 행보다. 아이패드는 KT와 최종 조율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달 안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먼저 시장에 진출한 아이패드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태블릿 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북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아이패드는 3분기 글로벌 태블릿 PC 시장에서 419만 대를 팔아 치우며 95.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갤럭시 탭이 시장에 진출한 지 두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은 이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패드를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체인지웨이브가 향후 태블릿 PC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북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이패드를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80%에 달한 반면, 갤럭시 탭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은 3%에 그쳤다. 시장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태블릿 PC 시장에서는 아이패드보다 갤럭시 탭의 출시가 앞섰다. 선발주자 아이패드와 후발주자 갤럭시 탭의 위치가 서로 바뀐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탭의 출시를 서두른 이유가 아이패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판도가 보이지 않는 국내 태블릿 PC 시장에서 선발주자로 입지를 굳히고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2)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2)

선점 효과가 무엇이기에

선점 효과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선도적인 제품 하나만을 기억할 뿐, 2등부터는 미투제품(원조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목적으로 모방해서 만든 제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1등 제품의 브랜드명이 제품군을 통칭하는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3M사의 접착용 테이프 ‘스카치테이프’나 킴벌리클라크사의 미용티슈 ‘크리넥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한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후발주자들의 진입이 녹록지 않게 된다.

선점 효과는 향후 시장의 규모가 확대됐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10만 원의 시장을 독점하는 것보다 100만 원의 시장에서 80%를 점유하는 것이 이득이다. 후발주자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시장을 키우지만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쪽은 선점한 기업이다. 후발주자들의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국 1등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논리다.

여기에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결합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경로 의존성이란 한 경로에 의존하게 되면 나중에 그 길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벗어나지 않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두벌식 자판에 익숙해져서 세벌식 자판이 더 우수한 것을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익스플로러를 오래 사용해 파이어폭스와 크롬을 외면하는 경우가 경로 의존성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비합리적인 관성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선보여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마케팅 업계에서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시장 선점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태블릿 PC 성능, 선점 효과 크다

흔히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는 ‘휴대성 vs 콘텐츠’로 압축되곤 한다. 갤럭시 탭은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휴대성이 뛰어나지만 7인치 크기의 화면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이 “책, 신문, 잡지,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슈퍼 미디어 디바이스”라고 소개한 것처럼 갤럭시 탭은 1인용 멀티미디어 디바이스에 최적화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아이패드는 9.7인치 크기로 갤럭시 탭보다는 휴대성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2인이 함께 영화를 본다고 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즉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는 아이패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것은 아니다. 애플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22만 개에 달하지만 사용자들은 그 많은 앱을 다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 KT경제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의 평균 보유 앱 수는 85.5개에 불과했다. 선호 앱을 살펴보면 서울버스노선도, 한국지하철노선도, 서울맛집, Playmap(주변 검색) 등으로 한국인이 사용하기 적합한 앱이 주를 이루었다. 22만 개의 앱 중 상당수가 한국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패드의 수많은 앱이 반드시 한국 태블릿 PC 사용자들에게 어필한다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한국형 특화 서비스를 강조하는 갤럭시 탭이 더 인기를 끌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콘텐츠 개발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동영상 강의 등 다양한 내수용 콘텐츠를 구비했다.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의 성능 비교가 어려울수록 선점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진다. 삼성전자가 한 발 빨리 갤럭시 탭을 출시한 이유도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3)
갤럭시 탭, 아이패드 누르고 국내 시장 장악 가능할까 (3)

갤럭시 탭의 국내 시장 선점 가능성은?

그렇다면 갤럭시 탭이 한국 태블릿 PC 시장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쉬운 일도 아니다.

우선 갤럭시 탭과 아이패드의 출시일 간격이 너무 짧다. 아이패드가 이달 말에 출시된다고 해도 불과 3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에는 촉박한 기간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태블릿 PC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갤럭시 탭이 판도를 가를 정도로 팔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태블릿 PC 열풍은 아이패드가 출시된 후 대기수요층이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스카치테이프나 크리넥스와는 달리, 갤럭시 탭이 원조제품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아이패드가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른 경로로 다수의 아이패드가 유입됐다. 또한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단일 운영체제인 iOS 4.0이 사전에 공개되면서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아이패드를 접하기도 전에 사용법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출시는 갤럭시 탭이 빨랐지만 선점 효과는 아이패드가 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S가 강세를 보이는 점은 호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월 기준 14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아이폰보다 높다. 10월 기준 이동통신 3사 스마트폰 사용자 중 아이폰 사용자는 130만 명, 갤럭시S 사용자는 160만 명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의 승자가 한국 시장의 승자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물론 아이폰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선택하고 갤럭시S 사용자가 갤럭시 탭을 선택한다는 보장은 없다. 스마트폰과 다른 운영체제의 태블릿 PC를 구매해 양쪽의 기능을 모두 이용하려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해야 하는 태블릿 PC의 특성상 현재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도 제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의 판매는 아이폰을 담당했던 KT가, 갤럭시 탭의 판매는 갤럭시S를 담당했던 SK텔레콤이 맡는다.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고 가정했을 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동시에 사용할 경우 혜택을 받는 요금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부분이다.

신종균 사장은 “올해 말까지 갤럭시 탭을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 이상 팔겠다”고 자신했다. 갤럭시 탭의 국내 판매량이 중요한 시점이다. 과연 갤럭시 탭이 삼성전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것인가? 머지않아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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