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 음질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젠하이저 PC230 헤드셋

이문규 munch@itdonga.com

‘젠하이저(Sennheiser)’. 일반 사용자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사운드 관련 음향기기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단단한 입지를 굳힌 1945년 독일 태생의 전문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제품에 번들 이어폰을 제공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영상, 음향 기기는 대부분 명성이 높을수록, 그래서 가격이 비쌀수록 그만큼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그 가치가 모든 사용자에게 적용될 수 없겠지만, 오디오나 사운드에 관심 있는 사용자라면 리뷰어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젠하이저와 그 제품에 대해 잘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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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뷰를 통해 언급한 바 있지만, 사운드 출력 기기, 예를 들어, 스피커, 이어폰, 헤드셋 등을 리뷰하여 독자에게 충실히 전달하기가 가장 곤란하다. 음질의 수준을 글로써 표현하기가, 그로써 독자들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음향 기기는 일반적으로 ‘비싼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음질 이외의 외형적 특징을 강조하기도 모호하다. 여기, 젠하이저의 PC230 헤드셋도 그러한 제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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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headset)은…

헤드폰과 마이크가 한몸에 달린 음향 기기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컴퓨터 통신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헤드셋이 필수적인 컴퓨터 주변기기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화상, 음성 대화를 한다거나 컴퓨터 게임을 즐길 때 다른 플레이어와 교신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격은 브랜드, 모델, 음질, 기능 등에 따라 몇 천원부터 수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듣고 말하는 기능만 필요하다면 저가 제품도 충분히 쓸 만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면 고가 헤드셋도 나름대로 의미는 부여한다.

겉보기에는 그다지…

인터넷 쇼핑몰 등을 보면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헤드셋이 널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헤드셋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고 외형이나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그에 비한다면 젠하이저 PC230은 8만 원대의 중고가 ‘티’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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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눈에 봐서는 약 10,000원짜리로 느껴진다. 5명의 지인에게 확인한 결과, 최대 15,000원부터 최소 5,000원까지 나왔다(방법은 간단했다. 제품 보여주며 ‘이거 얼마일 거 같냐?’라 물었다). 이렇게 PC230은 외형적으로는 중고가 헤드셋의 ‘포스’를 풍기지 못한다. 이는 다른 헤드셋도 마찬가지겠지만, 외형과 디자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수준이다.

다만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펴보면, 꼼꼼한 생산 마무리나 완성도에 그저 그런 싸구려 제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유연하지만 탄력 있는 밴드 부분도 그렇고 양쪽 스피커의 스펀지 부착 상태만 봐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있으면 밴드 부분에 머리 눌려 양쪽 귀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생기는데, PC230은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세지 않아 그나마 온전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머리에 썼을 때 흘러내리거나 양쪽 스피커가 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격한 움직임이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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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양쪽으로 약 4cm 정도 길이가 조절되며, 왼쪽(L) 스피커에는 마이크가 달려 있다. 이 마이크는 좌우로 약 70도 정도 회전할 수 있으며(PC230을 어느 방향으로 쓰든 마이크를 내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마이크 끝 부분을 안으로 접어 위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마이크 위치 변경 또는 처리가 저가 헤드셋과의 가격 차를 증명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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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230의 마이크는 위로 돌려놓으면(즉 사용하지 않을 경우) 꺼지도록, 아래로 내릴 경우(즉 사용할 경우) 켜지도록 마이크 On/Off 스위치를 내장했다. 마이크 사용이 빈번한 사용자에게는 상당히 유용하고 편리한 기능이라 사려된다. 간혹 발생하는 마이크 고주파 노이즈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른쪽 스피커(R)에는 볼륨을 조절하는 조그 다이얼이 달려 있다. 헤드셋에서 볼륨 조절 기능은 케이블 중간쯤에 달아 놓는 게 일반적인데, PC230은 긴박하게 진행되는 게임에서도 간편하고 빠르게 볼륨을 조절하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FPS(총 쏘기) 게임 하면서 사용해 보니 나름대로 유용한 듯했다(물론 볼륨 조절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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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길이는 약 3m 정도다. 이 정도면 컴퓨터가 책상 어디에 있든 충분히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트북 등과 같이 사용 반경에 인접한 환경에서는 3m의 길이가 이래저래 거치적거릴 수 있으니 적절한 길이로 말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3m 케이블에 대한 극단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사용이 어렵다.

PC230의 연결 부분(잭)은 사운드 출력과 마이크 입력, 두 개다. 나름대로 고가 제품임을 증명하려는 듯 잭 처리에 신경을 썼다. 데스크탑이든 노트북이든 헤드폰 및 마이크 단자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연결 상의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대부분 마이크 입력 단자를 제공하지 않으니 음성, 화상 통화에 사용할 순 없지만, 사운드 잭만 꽂아 음악 등을 듣기에도 괜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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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PC230의 무게는 70g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머리에 ‘썼다’라기 보다는 ‘얹었다’ 또는 ‘걸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게 느껴진다. 사용하다 잠시 목에다 걸어 놔도 무게로 인한 중압감과 불편함은 조금도 없었다.

사운드 음질과 마이크 성능은?

이 부분은 다분히 리뷰어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감안하고 읽기 바란다. 본 리뷰어는 스스로 평가하건대, (동일한 음원이라면) 10,000원짜리 음향기기와 100,000원짜리 음향기기의 음질 차이는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막귀’는 아니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젠하이저 PC230은 일반적인 중저가 헤드셋보다는 단연 우수한 음질의 사운드와 마이크 기능을 제공함은 분명하지만, 8만 원대라는 가격을 놓고 보면 가격 대비 성능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 판단된다. 다시 말해, 1만 원짜리 헤드셋도 PC230에 버금가는 음질을 출력하는 제품이 적지 않을 텐데, ‘막귀’임을 자처하는 사용자에게는 반드시 ‘PC230이어야 할 결정적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일단 음질에 대해서는, 귀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가 아님에도 지하철과 버스 등의 소란한 환경에서도 정확하고 또렷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이어폰보다는 음질이든 음색이든 음량이든 확실히 우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DVD나 블루레이 영화를 감상하면 그런 느낌은 확인하게 드러난다. 액션 영화의 자동차 엔진소리 소총/권총 격발 소리, 폭발음, 배경음악 등 사운드가 영화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증명해 냈다(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Taken)’의 후반부 자동차 질주 신과 총격 신의 사운드는 정말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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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어폰처럼 귀에 콱 틀어박히는 형태가 아니라서 음량을 높였을 때 외부로 빠져나가는 소리도 커지니 공공장소에서는 이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개인적으로, 지하철 등지에서 이어폰으로 메탈 음악을 크게 듣는 사람을 가장 경멸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음공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이크 성능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는 듯하다. 이는 리뷰어 자신보다는 상대방이 평가해야 할 텐데, 게임이나 메신저 등에서 확인해 보니 이상 없이 잘 들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PC230의 사양표에는 마이크의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기능이 강화됐다고 한다. 이는 음성 입력 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여 깨끗한 통화 품질을 가능케 하는 기능인데, 윈도우의 녹음기로 테스트해 보니 소란한 환경에서도 또렷하게 녹음되면서 주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두 번 사용한다 해서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지만, 음성 또는 화상 대화를 많이 하는 사용자에게는 유용할 것으로 사려된다.

음질과 관련된 사항은 아니지만 하나만 덧붙이자면, PC230은 몇 시간을 착용하고 있어도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무게도 가볍거니와 본체가 두형(頭形)과 귀의 위치에 맞게 유연하게 고정되기 때문이다. 양쪽 스피커 부분이 겨울철 귀마개처럼 큰 헤드폰은 한 시간만 착용하고 있어도 머리와 귀에 상당한 압박감을 주곤 하는데, PC230은 머리에 가볍게 올려놓은 듯한 느낌만 들 뿐이다(이것이 인상적이라 자꾸 언급하게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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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통의 ‘명불허전’ 브랜드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유럽 헤드폰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젠하이저’를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정확히 인식하기 전까지는 8만 원대라는 가격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본 리뷰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젠하이저 PC230은 적어도 별 것도 아닌데 괜히 가격만 비싼 헤드셋은 아니라는 점이다. MP3와 같은 변환 음원이 아닌 블루레이 영화나 오디오 CD 등의 원음을 PC230과 같은 고급 헤드셋으로 들어보면, 음질의 차이를 비롯해 가격의 차이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음향 매니아들이 수십,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음향 기기를 주저 없이 구매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함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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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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