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노트북, 소니 바이오(VAIO) Z136GK/B - 2부

김영우 pengo@itdonga.com

2008년, 2009년 즈음부터 ‘넷북’이나 ‘울트라씬’ 규격의 소형 노트북들이 시장에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제품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높인 대신, 성능을 다소 낮췄다는 점이다. 성능을 낮추면 그만큼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고 가격 또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 때문에 소형이면서도 고성능을 추구한 노트북은 거의 씨가 마르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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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바이오(VAIO) Z 시리즈는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노트북이다. 특히, 2010년형 바이오 Z 시리즈 중 주력 모델인 Z136GK/B(2010년 10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264만 원)는 화면 크기 13.1인치, 무게 1.39kg의 경량 소형이면서 코어 i5 CPU, 6GB 메모리, 128GB SSD, 지포스 GT 330M 그래픽 등 노트북으로서는 거의 최상급의 사양을 갖췄다. 이동을 자주 하면서 고품질 멀티미디어를 즐기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눈에 띄는 점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노트북은 게임 성능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PC의 멀티미디어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테스트라면 역시 최신 게임을 구동해 보는 것이다. 특히 요즘 나오는 게임 중에는 고화질 3D 그래픽을 갖춘 것들이 많아 PC에 장착된 그래픽 시스템(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기준 이하라면 원활한 게임이 불가능하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성능이 낮은 그래픽 시스템을 장착한 경우가 많은데, 바이오 Z136GK/B는 노트북용 그래픽 시스템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성능을 갖춘 엔비디아 지포스 GT 330M을 탑재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를 구동해 보며 바이오 Z136GK/B의 게임 성능을 테스트해 보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컴퓨터가 조작하는 6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접속하여 대전하는 장면을 20분 정도 진행하여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으며, 그래픽 옵션은 ‘중간’으로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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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의 초당 평균 프레임은 40~50 정도로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노트북보다는 중급형 이상의 데스크탑 PC에 가까운 게임 구동 성능이다. 노트북, 그중에서도 휴대성을 중시한 소형 제품 중에서 스타크래프트 2를 원활히 플레이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바이오 Z136GK/B라면 이런 고정관념을 버려도 될 것 같다.

고성능과 고효율의 조화, 하이브리드 그래픽 시스템

바이오 Z136GK/B에 장착된 지포스 GT 330은 성능이 우수한 대신 전력 소모가 큰 편이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바이오 Z136GK/B에는 지포스 GT 330 외에도 인텔 HD 그래픽 시스템을 함께 장착했다. 인텔 HD 그래픽 시스템은 3D 그래픽 성능이 좋지 못한 편이라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인터넷이나 동영상 감상 등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장점이 있다. 바이오 Z136GK/B는 이 두 가지 그래픽 시스템을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구동하는 이른바 ‘다이내믹 하이브리드 그래픽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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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성능이 필요할 때는 지포스 GT 330을 사용하는 ‘스피드 모드’, 배터리 소모를 줄여야 할 때는 인텔 HD 그래픽을 사용하는 ‘스태미너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이는 키보드 상단의 스위치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스위치는 특이하게도 삼각형인데, 위 두 가지 모드를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오토(자동) 모드’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한 스타크래프트 2 구동 테스트에서는 스피드 모드를 사용했는데, 이 상태에서는 불과 40분 정도 밖에 배터리가 버티지 못했다. 이 정도면 사실 마음 편히 게임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스태미너 모드로 스위치를 조정하여 스타크래프트 2를 플레이해 보았는데, 이 경우에는 1시간 30분 정도 후에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약 2~3 스테이지 정도를 연속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한결 마음이 편했다. 다만, 스피드 모드에서 그래픽 옵션을 ‘중간’으로 하면 초당 평균 프레임이 10~20 정도로 저하되어 원활한 플레이가 어려웠다. 이때는 그래픽 옵션을 ‘낮음’으로 바꾸자. 화면의 화려함은 없지만 30~40프레임 정도로 비교적 원활한 구동이 가능하다.

발열은 심하지만 뜨겁진 않아?

노트북은 배터리 유지 시간뿐 아니라 발열도 잘 따져봐야 한다. 지나치게 뜨거운 노트북은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고장의 빈도도 높다. 바이오 Z136GK/B는 좌측 후면의 통풍구를 통해 내부의 열을 배출하는데, 스타크래프트 2를 구동하여 시스템에 부하를 준 상태에서 이곳의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 보니 섭씨 56℃에 이르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 온도라면 손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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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와 같이 내부 부품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는 것은 고성능 부품을 사용한 노트북의 숙명과도 같다(성능이 낮은 넷북이나 울트라씬 노트북은 바이오 Z136GK/B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내부 발열의 정도는 훨씬 덜하다). 그렇다면 이 발열을 원활히 배출할 수 있는 노트북 제조사의 설계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키보드 하단의 팜레스트 부분의 온도를 측정해 봄으로써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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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는 사용자의 피부가 직접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절대로 일정 수준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노트북 내부의 열 배출 설계가 잘못되면, 부품들이 내뿜는 열기가 팜레스트에 그대로 전달된다. 바이오 Z136GK/B의 경우, 좌측 후면의 통풍구 온도가 섭씨 56℃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팜레스트의 온도는 섭씨 30℃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 정도면 상당히 효율적인 열 배출 구조를 가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음악의 몰입도를 높이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

소니는 본래 트랜지스터라디오나 워크맨과 같은 음향기기 제조로 이름을 처음 알리며 지금의 위치에 이른 회사다. 지금도 소니는 제품의 음질 향상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이오 Z136GK/B 역시 이러한 소니 제품 특유의 전통이 엿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주변의 소음을 제거해 음악의 몰입도를 높이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어폰 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노이즈 캔슬링이란 특정 주파수의 신호를 이어폰에서 지속 출력하여 외부 소음을 상쇄해 들리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오염된 물(주변 소음)을 정화하기 위해 중화제(특정 주파수)를 살포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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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Z136GK/B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지원하는 이어폰 출력부를 갖췄으며, 이에 대응하는 전용 이어폰도 함께 제공한다. 실제로 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상태에서 바이오 Z136GK/B의 이어폰 출력부에 접속하자 순간적으로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며 마치 적막한 녹음실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악 자체, 그 이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으니 말이다.

참고로,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이를 지원하는 기기와 전용 이어폰을 사용할 때만 발휘된다. 따라서 일반 이어폰을 바이오 Z136GK/B에 꽂거나 전용 이어폰을 다른 기기에 꽂으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점을 기억해 두자.

‘제대로 만든’ 노트북의 표본

시장에 수많은 노트북이 나와 있지만 소니 바이오 Z136GK/B만큼이나 다양한 방면에 많은 재주를 갖춘 제품은 흔치 않다. 기본적으로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세부 기능이나 마무리 면에서도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정말 ‘제대로 만든’ 노트북의 표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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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수치적인 성능이 높다거나 디자인이 멋지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소비자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구매리스트에 올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 정도로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제작자들의 노력이나 노하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단순한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닌 감성적인 품질, 그리고 소니 특유의 장인정신까지 잡아낼 수 있는 섬세한 소비자에게만 허락된 제품이 바로 바이오 Z 시리즈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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