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림. 세계 스마트폰 시장 1, 2위 기업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노키아와 림(RIM, Research In Motion, 리서치 인 모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삼성전자, 애플, 팬택, LG전자, 모토로라, HTC를 주로 알고 있을 뿐, 노키아나 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1, 2위를 달리는 기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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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점 노키아와 림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노키아의 심비안은 2009년 2분기 51%에서 2010년 2분기 41.2%로 떨어졌고, 림의 블랙베리는 2009년 2분기 19%에서 2010년 2분기 18.2%로 떨어진 상태이다(2010년 8월 조사, 가트너).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어, 노키아와 림의 입지는 시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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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국내 시장으로 돌려보면 더욱 참혹하다. 2009년 이후 노키아에서 출시한 스마트폰들은 다 합해서 약 30만여 대가 판매되었으며(6210S, 익스프레스 뮤직, X6),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고 알려진 블랙베리 시리즈는 200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도합 5만여 대가 판매되었을 뿐이다. 이는 두 기업의 판매량 모두를 합쳐도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10%조차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 왜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하는가?

아무리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두 기업이라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누가 더 바닥인가?’를 놓고 경쟁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노키아와 림이 국내 시장에서 선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휴대폰 및 스마트폰 유통을 담당하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노키아와 림을 대하는 태도를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블랙베리는 SKT를 통해 국내에 출시되었지만, 정작 SKT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것은 삼성전자의 ‘옴니아2’와 ‘갤럭시S’였다. 노키아 역시 마찬가지다. KT에서 선을 보이고 있지만 KT가 국내 스마트폰 공략을 위해 내세운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양사의 제품을 마음껏 밀어줄 수 없었던 이유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이 국내 이용자의 사용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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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블랙베리의 강점인 쿼티 자판 입력 방식은 영어를 입력하는 데 터치 입력 방식보다 탁월하지만, 한글을 입력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큰 메리트가 없다. 또한, 블랙베리가 국외에서 사무용 스마트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특화된 이메일 서비스’ 역시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블랙베리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인정할 정도로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이 잘 구비되어 있다.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잘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굳이 추가 비용까지 내면서 이용할 사람은 별로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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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금까지 판매된 30만여 대의 스마트폰 중 절반은 익스프레스 뮤직이라는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일명 ‘버스폰’이라고 불리는 공짜 기기였다. 즉, 기기의 성능보다는 가격이 공짜라는 이유 때문에 구매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국내에는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고 있으니,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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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국내 시장 공략은?

양사 모두 국내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보려고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 노키아가 선택한 전략은 제품의 다양화. 최근 노키아는 뒷면 카메라의 기능이 강조된 신제품 ‘N8’을 타사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하여 이슈가 되었으며, 심비안3 운영체제를 탑재한 C6, C7, E7도 선을 보이며 본격적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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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역시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업 전용 스마트폰’이라는 기존 이미지에 변화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 ‘블랙베리 = 블랙’이라는 공식을 깨고 핑크, 화이트 색상의 제품을 추가했으며, 알록달록한 여러 색상의 케이스도 준비해 디자인을 강화하였다. 새로운 색상의 블랙베리를 발표할 당시 림 아태지역담당 놈 로(Norm Lo) 부사장은 “그간 한국에 출시된 블랙베리는 디자인이 부족한 점이 많았다”라며, “이번에 출시된 펄 3G는 작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적용해 개인 사용자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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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에서는 또한 지난 2010년 8월, 블랙베리 전용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블랙베리 앱 월드를 한국에 공식 출시하며, ‘신용카드 결제 옵션’, ‘강화된 검색 기능’, ‘블랙베리 ID라 불리는 사용자 인식 시스템’ 등을 선보여 무료 애플리케이션은 기본, 유료 애플리케이션도 구매할 수 있게 하였다. 전 세계 블랙베리 앱 월드에 올라와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숫자(약 1만 개)가 애플의 앱스토어(약 25만 개 이상)나 안드로이드 마켓(약 10만 개 이상)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노력은 아직도 약간 미흡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사용자를 더 많이 늘리는데 급급해 기존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를 잊은 건 아닐지 궁금하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 A/S 등 제품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 시장이다. 노키아와 림이 국내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고, 나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다시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발 더 빠르고 꾸준한 사후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지금의 전략으로 노키아와 림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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