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핀치 히터' 옵티머스 원, 역전 홈런 때릴까?

김영우 pengo@itdonga.com

이른바 'PC를 삼킨 휴대폰'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의 열기 덕분에 휴대폰 업계가 한창 달아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세계 3위의 휴대폰 업체인 LG전자의 표정이 밝지 않다. 올해 들어 LG전자는 ‘안드로 원’, ‘옵티머스 Q’, ‘옵티머스 Z’ 등의 스마트폰 제품을 다수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때 33%를 넘었던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10년 9월, 15%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실적으로는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54%)를 추격하기는커녕, 3위 업체인 팬택계열(13%)로부터 2위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지난 10월 3일, ‘승부수’를 선언하며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름 하여 ‘옵티머스 원(Optimus One)’으로 판매 목표는 무려 1,000만대다. 국내 시장만이 아닌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치라고 해도 1,000만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아득하게 느껴진다. 특히, 최근 LG전자의 상황을 대입해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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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혹시 옵티머스 원에 어떤 ‘도깨비 방망이’ 같은 기능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일단 기본적인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이렇다 할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600MHz의 CPU, 320 x 480 해상도의 3.2인치형 TFT LCD 화면, 3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애플의 ‘아이폰4’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라면 당연히 최고 성능의 제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라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까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생각이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구글(Google)사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Android) 2.2(코드명: 프로요)를 탑재했다는 것이다(현재 시중에 나온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2.1 버전을 탑재하고 있다). 운영체계 버전이 높아질수록 기능 및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경쟁제품 대비 떨어지는 하드웨어 사양을 운영체계 성능으로 커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LG전자는 옵티머스 원이 개발 단계부터 구글과의 전폭적인 협력을 통해 검증을 거친 이른바 ‘최적화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배터리 잔량 체크 및 무선 인터넷 사용량 확인, 실행 애플리케이션 관리 등의 필수 기능을 갖춘 ‘핼퍼(Helper)’ 기능과 증권 정보, 게임, 증강현실 등, 사용자에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골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LG 앱스(Apps) 기능 등 스마트폰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도 중시했다.

그리고 가격과 유통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옵티머스 원의 강점이다. 본 제품의 가격은 60만 원대 중반으로서, 지정 요금제와 2년 약정 조건을 이용하면 거의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특정 통신사로만 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옵티머스 원은 3개 통신사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SK 텔레콤, 그리고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라인업이 빈약한 편인 KT와 LG U+의 상황을 동시에 이용한다면 생각 이상의 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옵티머스 원이 노리고 있는 주된 소비자층이 분명하게 보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이 아쉬워서 쉽게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던 청소년, 혹은 최신 IT 기기의 조작이나 활용에 어려움을 느껴 스마트폰 구매를 주저하고 있던 중장년층이나 여성들이 바로 그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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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LG전자의 의도는 마케팅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단 제품 컬러를 블랙, 블랙골드, 와인레드, 다크블루, 화이트골드 등으로 다양화해 폭넓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고자 했으며, 광고 모델로서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인 ‘빅뱅’과 만인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인 ‘스머프’를 동시에 내세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부담 없고 쓰기 편한 ‘국민 스마트폰’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옵티머스 원의 이러한 노림수는 약점 또한 내재되어 있다. 일단 고성능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이른바 ‘얼리어댑터(Early adopter)’의 호응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첫 번째다. 물론, LG전자는 얼리어댑터라면 이미 ‘아이폰4’나 ‘갤럭시S’와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이미 구입했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리어댑터들 자체의 수는 많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주변 사람들의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경계해야 할 요소다.

또한, 현재 시장에는 이미 옵티머스 원과 유사한, 혹은 약간 우세한 하드웨어 사양을 가진 구형 스마트폰이 이미 ‘공짜’나 다름없이 팔리고 있다. 물론, 옵티머스 원은 이들과 달리 최신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 2.2를 탑재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겠지만, 현재 경쟁사의 기존 스마트폰 중 상당수가 조만간 안드로이드 2.2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어 이러한 우위도 조만간 빛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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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전자 정도의 기업이 위험 부담도 극복할 수 없는 제품을 1,000만대 판매 목표의 전략 제품으로 설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젠 태동기를 거쳐 안정화를 향해 달려가는 스마트폰 시장인 만큼, 계층별, 그리고 유형별로 차별화된 제품이 절실하다. 이러한 시기에 철저하게 주 소비자층을 분리 설정하여 적극적인 마케팅을 시도한 LG전자의 전략은 나름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워낙 빠르고 민감하게 돌아가는 최근 IT 업계 특성상, 아주 약간의 이점일지라도 제조사의 적절한 마케팅 능력이 결합되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9회 말에 등장한 ‘핀치 히터(대타자)’ 옵티머스 원이 과연 역전 홈런을 날려 팀(LG전자)을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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