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 Y로 살펴본 소니 바이오(VAIO)의 정체성

김영우 pengo@itdonga.com

프리미엄 전략의 산물, 바이오(VA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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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Sony)라는 메이커를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뭘까? 1990년대까지는 '기술력'을 떠올렸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나라 간, 기업 간의 교류가 잦아지고 업체 간의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니가 예전처럼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 된 탓이다. 그래서 요즘 소니는 방향성을 약간 바꿨다. 타사와 비슷한 성능의 제품일지라도 더욱 작고 가볍게 그리고 고급스럽게 만들고, 독특한 기능도 더해 차별화를 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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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발매된 바이오 R505. 가격이 3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노트북이었다

소니의 노트북 브랜드인 바이오(VAIO) 시리즈 역시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한다. 필자는 2001년, 당시 바이오 시리즈의 최신 모델이었던 ‘바이오 R505’를 산 적이 있다. 타사 노트북들과 비교할 수 없이 작고 가벼운 데다, 보랏빛이 감도는 마그네슘 재질의 본체는 정말로 고급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리고 다이얼을 돌려 특정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는 조그다이얼(jog dial) 기능도 특이했고, AV 기기에 강한 소니의 제품답게, 캠코더 접속에 사용되는 ieee1394 포트, 그리고 소니제 디지털카메라 사용에 요긴하게 쓰이는 메모리스틱 슬롯이 기본 사양이라는 점과 바이오 전용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 다수 설치된 점도 타사의 노트북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물론, 가격은 매우 비싸서 상위급 모델은 거의 300만 원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2010년에 나온 소니 바이오 시리즈 중 최신작, ‘타입 Y’를 만난 감회는 남다르다. 그동안 바이오 시리즈는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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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바이오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조그다이얼

최신작인 타입 Y 시리즈의 ‘바이오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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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작인 바이오 타입 Y 시리즈는 성능보다는 휴대성을 강조한 ‘울트라씬’ 규격의 제품이다

타입 Y는 2010년 3월 현재, 바이오 시리즈 중에서도 최신작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Y 시리즈 중에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제품은 ‘VPCY115FK’ 모델로, 인텔의 코어2 듀오 SU7300 CPU를 기반으로 했다. 인텔의 여러 가지 CPU 중에서도 ‘SU’모델명이 붙은 제품들은 ‘울트라씬’ 규격이라 하여 성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인터넷이나 동영상 재생 정도의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높은 휴대성과 긴 배터리 지속시간이 특징이다. 바이오 Y115FK 역시 1.77Kg의 비교적 가벼운 무게와 23.7mm의 슬림한 외형을 갖춤과 동시에, 완전 충전 시 4시간 정도의 지속 사용이 가능해 휴대성이 높다. 울트라씬이라는 규격이 바이오 노트북의 정체성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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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리즈는 더 이상 보라색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조그다이얼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ieee1394, 메모리스틱 슬롯과 같은 기능들은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오다운’ 부분도 여전하다. 이를테면 변함없이 측면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ieee1394포트와 메모리스틱 슬롯이 그렇고,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 등의 원활한 감상과 관리를 돕는 ‘PMB(Picture Motion Browser)’, ‘미디어 갤러리’ 등의 전용 소프트웨어들을 다수 제공하는 점도 그러하다, 다만,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다. 마그네슘 재질을 쓰는 것은 같지만 본체 색상이 예전의 보라색에서 은색으로 바뀐 점, 그리고 조그다이얼이 사라진 점이 그것이다. 본체 색상에 대해서는 좀 더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듯하다. 해외에서는 검은색의 타입 Y 모델도 판매 중이며, 타입 E, 타입 S와 같은 다른 바이오 시리즈에는 파랑이나 핑크와 같은 다양한 컬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그다이얼을 없앤 것에는 이유가 있다. 윈도우 화면 상단에 마우스 커서를 옮기면 나타나는 일종의 툴바(Tool Bar)인 ‘바이오 게이트’가 이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바이오 전용의 멀티미디어 기능 외에도 인터넷 브라우저, 오피스 프로그램, 웹캠 등,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원터치로 실행할 수 있어 편리하며, 툴바의 움직임 역시 매우 부드럽고 세련되어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마우스 커서를 화면 상단으로 옮길 때마다 툴바가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사용자에 따라서는 이를 귀찮게 여길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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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게이트는 일종의 툴바이며, 윈도우 바탕화면 상단에 숨어있다가 마우스를 가져가면 나타난다

바이오 게이트 외에 조그다이얼을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바이오 미디어 플러스’라는 일종의 멀티미디어 관리 인터페이스다. 바이오 미디어 플러스를 실행시키면 요즘 소니 제품 전반에 사용하는 ‘XMB(XrossMediaBar : 크로스미디어바)’ 화면이 나타나며 방향키와 엔터키만을 조작해 각종 멀티미디어 컨텐트를 감상할 수 있다. 소니의 게임기인 PSP나 PS3를 써본 사용자라면 매우 익숙하게 쓸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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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미디어 플러스는 최근 소니 제품에서 자주 쓰이는 XBM(XrossMediaBar)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채용했다

이 외에도 최신 노트북에 걸맞게 신세대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인 HDMI 포트도 갖췄다. HDMI는 하나의 케이블로 디지털 방식의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특히 HD TV나 AV 앰프 등을 연결해 영화나 음악을 즐길 때 유용한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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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 TV를 연결할 때 유용한 HDMI 포트도 지원한다

변함 없는 바이오 시리즈의 기본 컨셉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소니의 바이오 시리즈는 10년 전의 제품부터 최신 제품까지 한 가지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휴대성을 높임과 동시에, 외부 AV 기기와의 원활한 접속을 할 수 있게 하여 멀티미디어적인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기술의 변천에 따라 세부적인 구성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위와 같은 기본 컨셉은 변화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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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기능은 다소 변했지만 제품의 기본 컨셉은 10년전의 바이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소개한 ‘VPCY115FK’의 현재(2010년 3월) 인터넷 최저가는 108만 원으로, 다른 울트라씬 규격의 노트북에 비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바이오 시리즈 중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하므로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바이오 시리즈의 프리미엄을 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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