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만으로 부족했나?' 에이데이타, 게이밍 노트북 시장 문 두드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에이데이타(ADATA)가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 진출한다. 메모리 전문 브랜드가 게이밍 주변기기에서 게이밍 PC 사업으로 확장하게 된 것. 킹스톤이나 지스킬 등 메모리 관련 기업이 주변기기 사업 영역으로 확장한 예는 많았지만, PC 시스템까지 직접 다루는 것은 드문 일이다. 상품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데이타는 엑스피지 제니아(XPG XENIA) 브랜드를 공개하면서 어려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당장 에이수스 게이머공화국(ASUS ROG), 레이저(RAZER), 델 에이리언웨어(DELL ALIENWARE), HP 오멘(HP OMEN) 등 유명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와 경쟁해야 되는 것 외에도 주변기기 제조사의 첫 노트북이라는 편견까지 뛰어넘어야 한다.

인텔과 협업했다고 하지만 외모로 주는 인상은 타 게이밍 노트북 대비 부족해
보인다.
인텔과 협업했다고 하지만 외모로 주는 인상은 타 게이밍 노트북 대비 부족해 보인다.

이 부분에서 XPG 제니아는 불리한 경쟁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모부터 타 게이밍 노트북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인텔과의 디자인 협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듯한 밋밋한 외모는 깐깐한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LED로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는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이 외에도 여러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가 자사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LED로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는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이 외에도 여러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가 자사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게이밍 노트북은 화려하거나 단순해도 제조사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에이수스 ROG 게이밍 노트북은 LED 효과를 활용해 소비자 개성을 강화하거나, 에이리언웨어는 외계에서 온 듯한 특유의 외형으로 시선을 이끈다. 반면, XPG 제니아 게이밍 노트북은 전면 LED 효과 일부와 키보드의 조명 효과가 전부다.

부품 사양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재 공개된 노트북에는 9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i7-9750H)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 또는 GTX 16 제품군 등이다. 여기에 에이데이타의 고속저장장치(SSD), 메모리(RAM) 등이 탑재된다. 부품 추가를 지원해 메모리 용량을 늘려 여유로운 기기 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얇게 설계한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게이밍 노트북이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화면은 15.6인치 규격으로 풀HD(1,920 x 1,080) 해상도와 초당 144회 깜박이는 144Hz 주사율을 갖춘 평면내 전환(IPS – In Plane Switching) 방식 패널을 쓴다. 화면 테두리(베젤)를 줄여 몰입감을 높였지만 성능에 따라 화면 주사율을 조절하는 지싱크(G-SYNC) 기술은 언급되지 않았다.

게이밍 노트북에 필요한 기능을 다수 품었지만 이미 타 게이밍 노트북에도 채용하고 있는 것들이며, 일부 고급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게이밍 노트북에 필요한 기능을 다수 품었지만 이미 타 게이밍 노트북에도 채용하고 있는 것들이며, 일부 고급 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게이밍 노트북 제조사들이 비슷하게 선보이거나 기술적으로 우위에 해당하는 요소를 탑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싱크 기술이나 더 높은 주사율의 패널을 채택한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타 제조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을 우위인 것처럼 강조하고 있어 첫 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파괴력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준다.

게이밍 노트북은 서서히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오는 3분기 출시될 노트북의 핵심 부품이 9세대 코어 프로세서라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향후 출시 시점에서 변경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구형 제품' 인식을 줄 수도 있다.

무게와 두께는 비교적 매력적이다. XPG 제니아는 두께 20.5mm 정도에 1.85kg 가량의 무게를 갖췄다. 그러나 냉각 설계가 부실하다면 이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노트북 내에는 자사 고성능 저장장치에 프로세서, 그래픽 처리장치 등 고발열 부품이 대거 탑재된다. 발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성능 저하(스로틀링) 및 안정성 저하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우려 속에 이 노트북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입력장치다. 제니아 게이밍 노트북에서는 기계식(광축) 키보드를 채택했다. 입력 측면에서 다른 감각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단, 게이밍 노트북에 기계식 키보드를 도입한 것은 제니아가 처음은 아니어서 신선도는 떨어진다.

XPG 제니아 게이밍 노트북.
XPG 제니아 게이밍 노트북.

밋밋한 노트북의 외모에서 성능 등을 종합해보면 XPG 제니아는 에이데이타가 설계했지만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제조자 개발생산(ODM –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발표는 했으나 출시 시기가 제한적인 것이 이유다. 이 노트북은 빠른 시일 내에 대만과 미국, 멕시코 등에 우선 출시하고, 타 국가는 3분기 이후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XPG 제니아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착하려면 결국 가격 정책이 중요한 열쇠가 될 듯하다.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지만 노트북은 처음이고, 사양이나 외모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해서다. 치열하고 까다로워지는 게이밍 노트북 시장 속에서 영역 확장을 꾀하는 에이데이타의 전략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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