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북을 위한 보약, 씨게이트 모멘터스 XT

김영우 pengo@itdonga.com

기존에 사용하던 PC의 성능에 불만이 생기면 새로운 PC를 장만하거나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업그레이드를 하기 마련이다. 물론, 새 PC를 구매하면 성능 향상 폭이 높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부담이라 알뜰파 소비자들은 업그레이드 쪽으로 방향을 잡곤 한다. 그런데 노트북의 경우에는 데스크탑 PC에 비해 업그레이드의 선택폭이 좁다. 특히, 노트북용 CPU나 그래픽카드는 메인보드에 고정되어 나오는데다가 일반 소비자에게는 따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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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서 가능한 업그레이드는 메모리(램)나 하드디스크(이하 HDD) 교체 정도.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하면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며, HDD를 업그레이드하면 저장공간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HDD 대신 SSD(Solid State Drive)를 사용하여 데이터 읽기 및 쓰기 속도가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하지만 SSD의 가격이 HDD에 비해 상당히 비싼 것이 문제다. 2010년 9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60GB 용량의 노트북용 HDD는 5~6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지만, 같은 용량의 SSD는 50~60만 원에 달한다. 또한 HDD는 500GB, 1TB와 같은 대용량 제품도 다수 나와 있지만, SSD는 100~200GB 넘는 제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빠른 속도도 중요하지만 가격과 용량이 이래서야 저장장치로서의 효용성이 아직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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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이 크고 싸지만 속도가 느린 HDD, 그리고 속도가 빠르지만 비싸고 용량이 적은 SSD, 이 둘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대안으로서 하이브리드(Hybrid) HDD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 HDD는 SSD의 플래시 메모리와 HDD의 자기디스크를 동시에 갖춘 저장장치로서, 양쪽의 특성을 모두 조금씩 채용했다. 이번에 소개할 씨게이트의 ‘모멘터스(Momentus) XT’가 바로 이러한 하이브리드 HDD로서, 노트북 장착에 적합한 2.5인치 크기의 제품이다.

외견은 일반 노트북용 HDD와 다를 바 없어

시중에 팔리고 있는 HDD는 디스크의 크기에 따라 3.5인치(8.9cm), 2.5인치(6.4cm), 그리고 1.8인치(4.6cm) 규격으로 나뉜다. 3.5인치 제품은 데스크탑용으로 주로 쓰이고, 2.5인치와 1.8인치 제품이 노트북용인데, 1.8인치 제품은 일부 초소형 노트북에만 쓰이므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트북용 HDD라면 바로 2.5인치 규격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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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터스 XT의 외형은 전형적인 2.5인치 규격 HDD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연결 포트 역시 요즘 노트북에서 주로 사용하는 SATA2(SATA 3Gb/s) 규격을 사용한다. 이 말은 기존의 노트북과도 완전히 호환된다는 의미다(SATA2는 노트북이 아닌 데스크탑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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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부는 약간 다르다. 플래터(Platter)라고 불리는 자기디스크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헤드(Head)를 갖춘 점은 일반 HDD와 같지만, HDD에는 없는 4GB의 플래시 메모리도 함께 갖추고 있다. 참고로, 리뷰에 사용한 모멘터스 XT는 500GB 모델인데, 이는 순수한 플래터의 용량이고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은 포함되지 않는다.

모델명의 용량 표기에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사용자가 모멘터스 XT의 플래시 메모리에 직접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모멘터스 XT를 PC에 직접 장착해봐도 등록정보에는 500GB의 플래터 용량만 표기된다. 숨겨진 4GB의 플래시 메모리는 운영체계의 시스템 파일이나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실행파일만 자동 저장하여 시스템의 속도를 높이는 용도로만 쓰인다(하이브리드 HDD의 자세한 원리는 관련 기사(http://it.donga.com/plan/2981/)를 참고하자).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은데?

사실 이러한 방식은 굳이 하이브리드 HDD를 쓰지 않아도 비슷하게 구현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7 운영체계에 포함된 ‘레디부스트(ReadyBoost)’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이 레디 부스트란, PC에 장착한 USB 메모리를 버퍼로 사용하여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레디부스트 기능은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가 느린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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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중에 판매되는 USB 메모리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성능향상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노트북의 경우, 레디부스트 기능을 쓰기 위해 계속 USB 메모리를 꽂아놓고 사용하다 보면 이동 중에 파손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모멘터스 XT는 일반 HDD와 완전히 같은 방법으로 장착하여 사용하며, 장착 후에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등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운영체계와 상관없이 모든 기능을 발휘하므로, 윈도우 XP나 리눅스와 같이 레디부스트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운영체계에서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본 제품에 내장된 4GB의 플래시 메모리는 시중의 USB 메모리에 흔히 쓰이는 MLC(Multi- level Cell) 방식이 아닌 SLC(Single-level Cell) 방식이다, SLC 방식의 메모리는 MLC 방식에 비해 값이 비싸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성능은 어때?

모멘터스 XT의 성능을 가늠해 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준비했다. 코어2 듀오 P8600 CPU를 탑재한 노트북인 레노버 사의 ‘씽크패드 X200’에 하이브리드 HDD인 모멘터스 XT 500GB 모델과 일반 HDD인 씨게이트의 모멘터스 7200.4 320GB 모델을 번갈아 장착하며 성능을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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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비교 모델인 씨게이트 모멘터스 7200.4 제품은 모멘터스 XT와 마찬가지로 7,200RPM 회전수의 플래터를 갖춘 HDD다. 용량의 차이는 있지만, 성능 면에서는 플래시 메모리의 내장 여부만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① 부팅 속도 측정

테스트에 사용된 두 HDD에 모두 동일한 하드디스크 이미지를 넣어 똑같이 윈도우 7 얼티밋 운영체계 및 응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 이 HDD가 설치된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부팅이 완료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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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를 설치한 직후의 첫 번째 부팅에서는 두 제품의 부팅 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두 번째 부팅부터는 모멘터스 XT가 일반 HDD에 비해 빠른 부팅속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부팅 시에는 모멘터스 XT의 플래시 메모리에 아무런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최초 부팅 시에는 플래터에서만 데이터를 읽어들이므로 일반 HDD와의 성능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이후로는 부팅에 필요한 데이터가 플래시 메모리에 버퍼로 저장되어 부팅 시에 사용되기 때문에 성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② HD Tune 벤치마크

HD Tune은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전송률 및 접근시간을 측정하여 수치화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전송률이 높으면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으므로 읽기나 쓰기 속도가 빨라지며, 접근시간이 낮으면 전반적인 하드디스크의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이번 테스트 각 HDD를 역시 2회 이상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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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전송률은 양쪽 HDD가 그다지 차이가 없었으며, 2번 이상 테스트를 진행해도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접근시간은 2회 이상 테스트 시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모멘터스 XT의 접근시간은 최대 2.5ms로 기록되었는데, 이 정도면 HDD보다는 SSD에 가까운 수준이다.

③ 프로그램 실행 속도

프로그램 실행 속도 측정은 HDD의 체감 성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테스트다. FPS(1인칭 슈팅) 게임인 ‘서든어택’을 실행하여 타이틀 화면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 비교했다. 이번 테스트 역시 하이브리드 HDD의 특성상 2회 이상씩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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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스트에서도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모멘터스 XT와 일반 HDD 간의 속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두 번째 테스트부터 차이가 느껴졌다. 이 역시 모멘터스 XT에 내장된 4GB 플래시 메모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④ 파일 복사 속도

마지막으로 파일 복사 속도 테스트를 실행했다. 총 100여 개의 MP3 파일로 구성된 1GB 상당의 폴더를 C 드라이브에서 D 드라이브로 옮기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역시 2회 이상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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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복사 테스트는 모멘터스 XT와 일반 HDD간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다. 2회 이상 반복해도 오차범위 수준의 변화만이 있을 뿐, 성능의 향상은 없었다. 하이브리드 HDD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파일 저장은 플래터에 한다. 또한, 단순 파일 복사 작업에는 특정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파일을 버퍼로 사용하는 플래시 메모리에 의한 이점을 누릴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능 향상의 이점, 하지만 가격과 인식 부족은 문제

위와 같이 씨게이트 모멘터스 XT는 일반 HDD에 비해 확실히 성능상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라면 SSD를 사고 싶었으나 용량과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하다. 특히, 업그레이드의 폭이 좁은 노트북 사용자에겐 ‘보약’과도 같은 존재다.

다만, 이 제품의 미묘한 가격대는 약간 생각해 볼 문제다. 2010년 9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모멘터스 XT 500GB 제품의 가격은 179,890원인데, 같은 용량의 일반 2.5인치 HDD인 모멘터스 7200.4 500GB 모델은 113,460원에 살 수 있다. 약간 느린 속도를 감수하더라도 큰 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모멘터스 XT의 매력은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HDD라는 특성 때문에 단순 파일 복사 작업, 자주 쓰지 않는 프로그램을 구동할 경우 등의 일부 상황에서의 성능은 일반 HDD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하이브리드 HDD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 제품을 사용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제조사인 씨게이트는 이 제품 자체에 대한 인식 확산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용방안에 대해서도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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