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모든 사람에게 기술을 전하는 접근성, '손쉬운사용'

[IT동아 권명관 기자]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다.

1981년 UN 총회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 세계 모든 국가가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도 '세계 장애인의 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981년 4월 20일 '제1회 장애인의날' 기념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이후 법정기념일 축소에 의해 사라질 뻔했지만, 1989년 개정한 법에 따라 1991년 공식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장애인은 소수다. 1년 365일, 세상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에 단 하루, 일주일, 한 달만이라도 기념일을 기점삼아 '모두가 함께 불편없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장애 원인을 선천적인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예로 들어 보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장애발생 원인은 후천적인 이유가 92.4%에 달한다. 질환에 의한 시각장애가 54.4%로 가장 많고, 사고에 의한 시각장애가 38%에 이른다. 선천적인 원인에 의한 시각장애 발생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신체장애는 어느 순간 내 이웃, 내 친척, 내 가족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시각장애의 발생 원인, 출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시각장애의 발생 원인, 출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 시각장애의 발생 원인, 출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

디지털 세계는 어떨까. 인터넷은 경계 없는 접근을 추구하지만, 장애인은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장애인이 손쉽게 의사소통하고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체험해본 것,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이라도 두 눈을 감고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보자. 비장애인은, 장애 없는 축복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시각장애인 중 69%가 선호하는 iOS

애플이 선보이는 모든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아이팟 터치 등)에는 '손쉬운 사용(Accessibility)' 메뉴가 있다. 손쉬운 사용은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손 또는 발이 불편한 장애인 등을 위한 기능이다. 주목할 점은 각 기기마다 담고 있는 기능은 조금씩 다르다. 손목에 착용하는 애플워치와 손으로 사용하는 아이폰 사용 용도가 다르듯, 손쉬운 사용 기능도 기기에 맞춰 제공하기 때문이다.

출처: 애플
출처: 애플

< 출처: 애플 >

위 사진은 지난 2017년 애플이 '손쉬운 사용 인식의 날(Global Accessibility Awareness Day, 이하 GAAD)' 6주년을 맞아 공개한 7편의 동영상 중 한 장면이다. 질환과 사고로 장애를 겪고 있는 이안 맥케이, 카를로스 바스케스 등 7명의 사례를 담고 있다. 자전거 사고로 목 아래 부분이 모두 마비된 맥케이는 시리(Siri)를 이용해 야외 활동과 조류 관찰을 즐긴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바스케스는 아이폰 손쉬운 사용 메뉴 중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메탈 밴드로 활동한다.

당시 애플은 '기술의 이로움은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메시지를 전하며,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술이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시각, 청각, 운동 및 학습능력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업무를 보거나, 창작 작업을 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이 일부나 대부분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해 제품을 설계하는 이유다.

손쉬운 사용 기능 역시 제품 개발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만든다. 앱 개발자를 위해 '개발자를 위한 손쉬운 사용 기능'을 제공하며, 해당 기능을 고려해 개발하기를 독려한다. 애플의 이 같은 노력은 시각장애인 중 약 69%가 iOS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출처: webaim.org
출처: webaim.org

< 출처: webaim.org >

다양한 손쉬운 사용 기능

손쉬운 사용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보이스오버(VoiceOver)'다. 보이스오버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제스처 기반 화면 읽기 기능이다. 한손가락, 두손가락, 세손가락을 활용해 현재 화면 속 메뉴와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상태가 어떤지, 누가 전화를 거는지, 지금 손가락이 닿아있는 앱은 무엇인지, 다음 유튜브 동영상은 무엇인지, 유튜브 동영상 재생시간은 얼마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앱을 실행하면, 각 단계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하면 손가락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말해준다. 기본적으로 화면을 한번 탭하면 메뉴 또는 기능에 대해 음성으로 설명하고, 두번 탭하면 실행하는 방식이다. 손에 닿는 항목은 주변에 흰색 또는 검은색 테두리가 나타나, 옆에서 비시각장애인이 도와줄 수 있다. 누가 화면을 보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화면이 완전히 꺼진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미지 묘사도 해준다. '사진 속에 나무 한 그루', '개 한 마리', '네 명의 미소 띤 얼굴들'처럼 이미지 속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어준다. 사진 앱의 경우, 사진을 터치하면 인물들 표정을 알려주며, 세손가락으로 터치하면 해당 이미지를 묘사해준다.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 출처: 방구석 리뷰룸의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은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

보이스오버에는 가상제어 기능 '로터'도 있다. 실제 다이얼을 돌리듯 두손가락을 화면 위에서 회전시켜 로터를 돌리면, 웹페이지 또는 문서 내 항목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웹페이지나 PDF를 보고 있을 때 로터를 돌리면 '머리말', '링크', '이미지'와 같이 설정도 들을 수 있다.

화면을 (색맹 등 시각 장애에 따라) 각 사용자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화이트 포인트를 줄이거나, '흑백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각 기기가 지원하는 색상 필터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각각의 필터를 조절해 화면 색상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설정할 수 있다.

아이폰/아이패드 렌즈로 촬영하는 것을 모두 화면에 확대해 보여주는 디지털 돋보기 '확대기' 기능,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가 지원하는 '글자 더 크게 조절' 기능, 화 감상 시 매 장면을 설명하는 아이폰의 '오디오 설명' 기능 등도 손쉬운 사용 기능 중 하나다.

신체 장애인을 위한 기능도 있다. 전신 운동 능력이 극도로 제한적인 사람을 위한 장애 보조 기능으로, 내장 기능, 스위치, 조이스틱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화면을 제어할 수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자신에게 맞도록 세부 설정을 조절할 수 있어, 기존 동작을 단순화하고, 자신이 원하는 동작으로 바꾸거나 추가할 수 있다.

출처: 애플
출처: 애플

< 출처: 애플 >

애플워치의 '활동' 앱과 '운동' 앱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설계한 '휠체어 주행 운동' 메뉴가 있다. 걸음 수 대신 휠체어를 미는 횟수를 측정하고, '휠체어 주행시간입니다!'와 같이 운동 부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