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인 구성의 데스크탑 - HP 파빌리온 엘리트 HPE 355kr

이문규 munch@itdonga.com

1부 기사에서 3중 모니터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니, 2부에서는 파빌리온 엘리트 HPE(이하 HPE) 제품 자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사양 자체는 1부에서 언급했지만 2부부터 보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다시 얘기하고 넘어가겠다. HPE에는 AMD 6코어 1055T 프로세서에 메모리는 8GB(4GB x2, 슬롯은 총 4개) 하드디스크는 1TB(1,024GB),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HD5770(비디오 메모리 4GB), 무선 키보드/마우스, 802.11n 무선랜, 기가비트 유선랜, 7.1채널 사운드 DVD 콤보 드라이브 등이 장착돼 있다. 그래픽 카드에 대해서는 1부에서 다뤘으니 프로세서(CPU)에 대해서만 잠깐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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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의 핵심(코어, core)이라 할 수 있는 코어가 6개가 들어가 있는 AMD 페넘II X6 1055T 프로세서가 내장됐다. 이는 2.8GHz의 속도로 동작하며, 프로세서 성능에 큰 역할을 하는 캐시 메모리도 1/2/3차에 걸쳐 각각 6 x 64KB, 6 x 512KB, 6MB를 품고 있다. 이 1055T 프로세서는 6코어(또는 헥사코어)임에도 가격이 20만 원대라 높은 가격 대비 성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물론 인텔의 6코어 프로세서인 980X에 비교하면 (같은 6코어라도) 전반적으로 성능이 다소 낮지만 가격은 1/6에 불과하다. 그동안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일반 사용자는 범접하기 어려웠던 6코어 프로세서를 대중적인 제품으로 정착시킨 것이 바로 이 1055T 프로세서다. 이에 따라 최근 '컴퓨터를 좀 안다'하는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차츰차츰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긍정적인 평가의 글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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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에서 컴퓨터 성능을 측정하는 데 빠지지 않는 ‘Performance Test’에서는 1,491점을 득점했다. 예상보다 적은 점수라 다소 의아했지만, 이미 그 실제 성능과 효율성을 체감한 바 있으니 이 수치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그리고 1부 기사를 읽고 HP HPE+3중 모니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 수치적 성능 기준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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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발열과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고 여겨지는 고성능 부품을 채택했음에도 시스템 자체는 대단히 조용하고 차분하다. HP의 케이스(섀시) 제조 기술이 어디 가겠는가. 케이스 커버를 열어 보니 ‘역시 HP’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어디 한구석 허투루 제조한 흔적이 없다. 케이스 전면으로 들어온 공기가 내부를 훑고 뒷면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이른바 ‘에어 플로우(Air flow)’를 효과적으로 적용했고, 쿨러 역시 저소음 제품을 장착해 발열과 소음을 대폭 줄였다(물론 소음이 아예 안 나지는 않는다). 업무 시간에는 아예 작동 소음이 들리지 않고, 모두가 퇴근한 늦은 밤의 사무실이라는 조용한 환경에서도 귀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선풍기 소리가 더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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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자체 디자인은 HP HPE 제품군과 동일하게 유지한 전형적인 데스크탑의 형태다. 무난한 디자인이지만 조잡하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아 괜찮다. 전원 버튼이 케이스 윗 부분에 있어, 본체를 책상 아래 둘 경우 조작하기 편하겠지만, 사용 환경에 따라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듯하다. 윗면에 물건 등을 올려놨다가 자칫 눌릴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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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버튼이 위에 있어 편리하거나 혹은 난감하거나…

그 아래에는 각종 메모리 카드 리더와 USB 포트가 있고, DVD 콤보 드라이브와 빈 ODD 베이, 그 아래로는 HP 전용 외장 하드디스크 장착 베이와 USB 포트, 이어폰/마이크 단자 등이 포진돼 있다. 포트 구성에 있어서는 특별할 거 없는 전형적인 데스크탑 형태다. IEEE1394 포트도 나와 있는데,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연결하면 현존 USB 2.0보다 전송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그래도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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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도 별건 없다. 앞서 설명한 3중 모니터 포트, DVI 두 개, HDMI, 디스플레이포트 각각 1개다. 유선 랜 포트도 있지만 HPE는 802.11n 규격 무선 랜도 지원한다. 실제로 본 리뷰어는 2주 내내 무선 랜으로만 모든 업무 및 테스트를 처리했다(사실 유선 랜 케이블이 부족하기도 했다).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받든 온라인 게임을 하든 아무 불편이 없었다(불편했다면 어떻게든 유선 랜으로 교체 사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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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가 기본 제공된다. 하나의 무선 수신기가 키보드와 마우스 모두를 제어하는데, 케이스 앞에 꽂든 뒤에 꽂든 잘 작용했다. 무선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하니 책상이 한결 깨끗해지긴 했다. 작업하는 모니터에 따라 키보드/마우스 이동 사용도 자유롭고. 단! 간간이 마우스 움직임이 약간 부자연스럽긴 했다. 가끔 뚝뚝 끊겨 움직이는 느낌? 동일한 마우스로 테스트할 수 없었기에 결국 마우스의 단품 불량으로 판단하고 다른 (유선) 마우스로 교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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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클릭감이나 키보드 키감은 나쁘지 않은 편

이렇게 꾸미는 데 비용은 얼마나?

1부와 2부 기사를 모두 읽은, 그리고 이 제품 구성에 호감을 가진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HP HPE 355kr 본체와 HP 23인치 모니터 3대를 구축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어갈까? HP 홈페이지의 공식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옳겠지만, 대부분 인터넷 최저가 쇼핑몰에서 구매할 것이라 예상하여 그리 따져 본다.

우선 본체 HPE 355kr은 2010년 9월 초 현재 다나와 최저가는 124만 원이다. 여기에 HP 2310e 23인치 LED 모니터가 299,000원. 3대이니 60만 원 잡으면 총 합계 184만 원이다(표본 오차 ± 5만 원 내외). 물론 이와 똑같은 구성을 조립 컴퓨터로 맞춘다면, (모니터 가격은 그대로일 테고, 윈도우 7 64비트 가격까지 고려하면) 본체 가격에서 최대 약 30만 원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30여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HP’라는 브랜드에 투자할 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안정적인 케이스 설계와 철저한 사전 테스트를 거쳐, 사용자가 좀 더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에 대한 ‘약간'의 보상이다. AS센터가 국산 브랜드처럼 전국 방방곡곡에서 운영되지는 않지만, 전국 중대 도시를 기준으로 총 166개의 AS센터면 외국 브랜드치고는 괜찮은 수준이다(2010년 9월 초 HP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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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184만 원이라는 가격 자체보다는 이로써 창출해 낼 수 있는 업무적 성취도와 가치다. 이 리뷰를 보고 있는 독자는 184만 원이 아니라 184억 원이 넘는 무한한 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용자다. 그 무한한 가치를 얻어내는 데에 184만 원은 푼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생산적/창조적 활동이 아닌 단순 호기심이나 개인적 우월감을 충족하기 위함이라면 이 제품의 의미는 곱절 이상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HP의 데스크탑 컴퓨터가 아닌 그들이 제시하는 '데스크탑 작업 환경'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에게 적합할까?

누구라도 괜찮다, 3중 모니터 작업 환경과 안정적인 고성능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라면. 특히 180만 원의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용자라면 역시 2D/3D 그래픽 디자이너를 꼽을 수 있겠다. 또한 동영상 편집작업의 경우 여러 개의 코어가 내장된 프로세서가 아무래도 효과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여기에 3중 모니터로 여러 편집 화면을 동시에 띄워 놓고 작업할 수 있으니 작업 효율이 배가될 수 있다. 사양과 성능이 부족하다면 메모리를 추가 증설하거나(4GB 두 개 추가 장착 시 16GB 사용) 그래픽 카드를 교체하는 등의 업그레이드 작업도 수월할 것이다.

증권/금융 전문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성능보다는 유연한 화면 활용성이 가장 필요하다. 하루 온종일 급변하는 주식 차트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해 둬야 하니 충분한 성능과 안정성 역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AMD HD 5770 이외에 최대 6개의 모니터를 지원하는 그래픽 카드도 있으니 환경에 따라 교체, 구축하면 될 것이다.

서버 엔지니어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상, 시스템 모니터링이나 프로그래밍 작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들은 보통 서너 개 이상의 모니터링 창을 띄워 놔야 하고, 텔넷이나 SecureCRT와 같은 원격 접속 프로그램, 오렌지나 토드(TOAD) 등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 J빌더나 비주얼 스튜디오와 같은 프로그래밍 툴 등을 많게는 수십 개 이상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모르는 사람에겐 주문처럼 들릴지도…). 즉 HD 5770의 그래픽 성능이 아닌 아이피니티의 다중 모니터 기술이 절실한 이들이다. 서버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내내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안정성은 당연히 기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해본 경험을 토대로 여기에 본 리뷰어도 살짝 포함시켜 본다. 본 리뷰어야 말로 진정한 최적격 사용자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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