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콘서트] '맥락을 이해 못하면 콘텐츠는 없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예술·기술·과학·비즈니스 사이의 융복합은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각자의 주도권 싸움만 일어날 뿐이에요. 하지만 융합이 잘 되는 예가 있는데, 예술이 콘텐츠 역할을 하고 기술이 맥락 역할을 해 줄 때 입니다. 반대로 기술이 콘텐츠로써 힘을 가질 때 예술과 철학이 맥락 역할을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죠. 이 관계를 잘 못하다 보니까, 대중의 이해가 어려워집니다. 이것을 해결하는게 중요합니다."

이대형 에이치존(Hzone)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혁명에 있다며, 그 속에 있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강연 내내 최신 기술을 언급하지 않았다. 기술과 예술·철학의 관계, 그 속에서 이뤄지는 사람과 문화의 이해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기술과 문화, 사람이 있었던 테크콘서트 속 흥미로운 이야기는 청중과 호흡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가 '4차 산업시대, 왜 예술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가 '4차 산업시대, 왜 예술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테크 콘서트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창업 전문가를 초청,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이 될 노하우를 전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난 2년간 총 24회에 달하는 강연이 진행됐고, 약 1,52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 7월부터 세 번째 시즌을 시작, 오는 11월까지 지역에 따라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연은 단순 창업이나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에 따라 배치된 경기창조문화허브의 특색과 참여 대상을 충분히 고려해 운영된다. 고양(뉴미디어 및 모바일), 광교(가상/증강현실), 시흥(사물인터넷), 부천(하드웨어), 의정부(디자인)의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10월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30일, 광교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는 예술감독이자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대형 에이치존(Hzone) 대표가 '4차 산업시대, 왜 예술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이대형 대표는 아트 디렉터로 현대자동차에 재직하며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다. 현대 커미션, MMCA 현대차 시리즈, 블룸버그 브릴리언트 아이디어, 아트+테크놀러지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지난 201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기술과 예술을 버무려 이야기를 만들고 대중들과 소통해 왔다. 원하는 길에 도달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시대는 기술이 평이한 상황에서 경쟁이 이뤄진다고 본 이 대표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사람이라는 의미 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등 여러 요소를 버무려 어떻게 사람을 세련되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콘텐츠는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곧바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가상현실(VR) 작품 '살과 모래(Carne y Arena)'를 예로 들었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출신 난민들이 산을 넘어 미국 국경을 통과하다 국경수비대에 검거되는 상황을 그린 이 작품을 경험한 그는 무서움을 느꼈다고. 머리로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과 예술의 경험을 떠나 어떤 사회적 문제를 관철하고 이를 이야기로 그려내는 능력에 있었다.

맥락을 이해해야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락을 이해해야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기술과 예술은 융합해 하나의 콘텐츠로 완성되고, 대중은 이를 경험하게 된다.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가 성립되는 것. 이 대표는 "우리는 이미 경험경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소비자를 이해하는가'에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소비자를 이해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주요 자료(데이터)들이다. 분기 혹은 연간 단위로 판매 혹은 성향을 분석한 자료가 대표적. 하지만 그는 데이터 그 자체는 과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 데이터는 과거의 결과이지 현재와 미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알고리즘도 현재의 시대 가치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준 예술가적 감성을 가져야 해요. 늘 생각의 경계선에서 고민하고 영역을 확장시켜 보세요. 기술과 철학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이대형 에이치존 대표.

말미에 그는 단순 기술 수출의 시대는 끝났으며, 여러 구성원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싱(Producing)의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그 속에서 각자 어떤 재미 있는 콘텐츠와 역할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가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부분도 설명했다. 기술을 말하지만 그 속에 있는 사람이라는 구성원이 각자의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그 역량을 가꾸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대형 대표가 마지막에 강조한 '용기'가 귓가에 맴도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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