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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촬영 시 레드 필터가 필요한 이유는?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사진을 촬영할 때 피사체의 올바른 색상을 그대로 담는 것은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는 주변 조명의 색상(색온도)에 따라 사물의 색을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색의 항상성'이라는 착시 현상 때문에 주변 조명의 색이 다르더라도 사물을 원래 색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다음 사진에서 우리는 딸기가 빨간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란색 조명을 비추더라도 이를 원래 색인 빨간색으로 인식하는 반면, 카메라는 이를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주황색 혹은 황토색 정도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사진 촬영 시 광원의 색 온도에 따라 올바른 색상을 찾도록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 속 딸기의 실제 색상은 주황색에 가깝지만, 우리는 이를 빨간색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작업은 수중 사진 촬영에서 더욱 중요하다. 수중에서는 공기중과 빛의 굴절이 다르기 때문에 피사체가 원래보다 더 가깝고 약 33% 정도 크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수심이 깊어질수록 빛의 여러 파장 중 붉은색 계열부터 흡수되고, 파란색 계열이 가장 깊게 도달하며, 이후에는 모든 빛이 흡수돼 주변을 볼 수 없게 된다.

수중에서는 빛의 파장 중 빨간색 계열이 가장 먼저 흡수된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빛의 파장 중 해당 사물에 반사된 빛을 인식해 이를 구분한다. 예를 들어 딸기가 빨간색인 이유는 딸기의 표면이 빛의 여러 파장 중 빨간색을 반사해 우리 눈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수중에서는 빨간색 계열의 파장이 먼저 차단되기 때문에 수중에서 피부나 입술 처럼 상대적으로 붉은 부분을 사진으로 촬영할 경우 창백한 색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열대바다의 화려한 산호나 물고기를 사진으로 촬영해도 눈으로 봤던 것만큼 다채로운 색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빨간색 계열의 파장이 차단되면서 피부 색이 창백하게 촬영된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레드 필터 장착이다. 처음부터 빨간색 필터(레드 필터)를 렌즈에 장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손실되는 빨간색 빛을 물리적으로 더해 사진 촬영 시 원래 색에 가깝도록 보이게 할 수 있다.

레드 필터를 장착한 사진과 장착하지 않은 사진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장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단계별로 손실되며, 빛이 잘 드는 얕은 수심에서 레드 필터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사진이 빨간색으로 보이게 된다. 따라서 수심에 따라 필터를 끼웠다 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필터를 장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터 + 방수 하우징 + 렌즈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어두운 사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0~20m 정도 수심에서는 추천할 만한 방법이지만, 이외의 수심에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얕은 수심에서 레드필터를 장착하면 오히려 사진에 붉은색이 돈다

화이트 밸런스 조정 역시 가능한 방법 중 하나다. 수중 촬영에 흔히 쓰이는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이러한 촬영을 상정해 '수중 자동'이나 '수중 모드' 같은 화이트 밸런스 프리셋을 기본 제공하기도 한다. 이 값을 이용해 촬영할 경우 사진에 강제로 붉은 색을 더해 원래 색상으로 보이게 한다. 특히 수중 자동 기능이 있는 카메라의 경우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화이트 밸런스를 따로 맞춰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유용하다.

수중 촬영에서 조명은 실제 색상과 가장 가까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수중 촬영 시 조명을 사용하면 아주 질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빛이 차단되는 수중에서 플래시나 LED를 이용한 지속광을 함께 사용하면 손실되는 빛을 생각할 필요 없이, 인공 조명을 기준으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심이 깊어지면 단순히 빨간색 빛을 포함한 대부분의 빛이 차단되기 때문에 조명을 사용해 밝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충분한 셔터 속도를 확보하고, ISO 감도를 낮춰 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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