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SaaS 시대] 42Maru 김동환 대표, "검색 시스템, AI로 비상"

"실무자들은 '이게 원하던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걸 알아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경험 있는 사람만이 어디 있는지 아는 자료를, 주니어가 원할 때도 반드시 찾아줬습니다. 42maru의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검색 시스템은 경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대우조선해양(DSME) 선박기본계획부 김선태 차장이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에 AI 기반 선박 영업지원 설계시스템을 구축한 내용에 대해 전한 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DSME정보시스템,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기업 42maru와 공동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우조선해양(DSME) 정보시스템 ICT기획부 현옥흥 부장은 "자연어 처리 기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AI 적용은 한 프로젝트에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라며, "동종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우조선해양의 IT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8개월에 걸쳐 6~7개 업체를 철저하게 테스트했습니다. 모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42maru를 소개받아 테스트를 다시 했는데요. 포티투마루라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우조선정보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정보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대우조선정보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이 시스템은 선박 계약 전 선주가 요청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의 사항에 대해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적절한 해답을 찾아줘 즉각 대응한다. 통상 선박 수주 과정에서 선주가 한 프로젝트당 수백 건에 달하는 기술적 문의를 해오는데, 답변 기한은 수일 또는 당일이다. 이에 답변자는 약 10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살펴보는 등 사전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에 개발한 AI 설계시스템이 선주측 질문에 대한 답변 작성 시간을 상당부문 단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어 혹은 문장을 입력하면 맥락과 의미를 파악해 과거 사례를 검색, 가장 적합한 내용을 선별해 제시하기 때문이다.

2015년에 창업한 42maru가 쟁쟁한 국내외 기업을 물리치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42maru는 질의응답(QA) 기술을 중심으로 기계독해(MRC: 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자연어처리(NLU : 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검색 등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회사 설립은 몇 년 안되었지만, 내부 근무자들은 강호의 고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김동환 대표는 1999년 엠파스 검색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검색 기획과 개발에만 몸담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를 인수합병한 후 통합 네이트 검색 서비스를 담당했고, 시맨틱 검색 서비스 개발도 담당했다. 20여 년을 검색 분야에 몸담아 왔다. 컴퓨터비전 전공자기도 하다.

관련 업계는 2020년 음성 검색이 전체 검색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자연어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인지 컴퓨팅 시장은 2025년에 이르면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42maru가 설명하는 딥러닝을 사용해 개발한 일종의 검색 기술 '딥 시맨틱 QA'는 기존 검색 시스템과 무엇이 다를까.

구글이나 네이버 등 기존 검색 사이트가 제공하는 결과는 키워드를 매칭해서 여러 결과를 보여준다. 때문에 사용자는 원하는 결과를 찾기 위해 다시 검색 결과를 하나씩 클릭하는, 재탐색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 검색과 42maru '딥 시맨틱 QA' 차이점, 제공:
42maru
기존 검색과 42maru '딥 시맨틱 QA' 차이점, 제공: 42maru

< 기존 검색과 42maru '딥 시맨틱 QA' 차이점, 제공: 42maru >

반면 '딥 시맨틱 QA'는 사용자의 질의 의도를 파악해 정답을 찾아준다. 사용자는 재탐색 과정없이 한번에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사용자 의도 분석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했다. 42maru는 딥러닝을 이용해 이를 자동화했다.

김 대표는 20년 넘게 웹 문서 검색과 멀티미디어 검색 등을 B2C 대상 서비스로 제공한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B2B 시장과 고객을 겨냥한다. 지난 2018년에는 150여 회사들이 경쟁한 AWS AI 스타트업챌리지에서 5위 안에 입상한 경험도 있다.

2018년말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계 독해 경진대회 'SQuAD(The Stanford Question Answering Dataset) 2.0'에서 구글과 공동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SQuaD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문서를 읽고 이해한 후,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는 'MRC(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테스트다.

올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주관하는 '2019년 글로벌 SaaS 육성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SaaS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2maru는 QA, MRC, NLU 등 보유 기술을 API, SDK 형식으로 공급하는 글로벌 사업을 준비 중이다. 미국보다 유럽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B2B 기업을 겨냥한 이유에 대해 "클라우드와 SaaS 환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색 서비스는 엔진 개발 이외에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구축형의 경우 인건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국내를 넘어 해외로 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SaaS 형태는 바로 해외 진출도 가능하고, 개선 사항을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차별화도 가져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QA as a Service
QA as a Service

< QA as a Service >

이어서 그는 "대우해양조선의 경우, 수주 후 구축한 시스템 오픈 바로 며칠 전 관련 엔진을 개선했습니다. 엔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고객에 적용된 시스템도 선택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합니다. 그것이 기존 패키지 형태 제품들과 다른 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42maru는 QA as a Service라는 모델로 QA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QA 엔터프라이즈 제공자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대기업 지식관리시스템(KMS)는 SaaS 형태가 아니어도 직접 구축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국내 시장에 맞게 (구축형 모델도) 대응하면서, 고객사에게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성검색 서비스는 이미 국내 이통사에도 음성 답변 분야에 엔진을 제공 중이다. 음성인식 기능과 엣지 장비나 기기에 신경망 칩을 탑재하면서 42maru 서비스 적용에 유리한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SaaS 서비스 이외에도 자사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면서 PaaS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챗봇 시장도 진출도 자연스러운 확장 분야다.

42maru 김동환 대표가 테크스타즈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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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maru 김동환 대표가 테크스타즈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 42maru 김동환 대표가 테크스타즈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

42maru의 유럽 시장 공략이 다소 특이한데. 2018년 7월 유럽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 런던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을 발판으로 삼았다. 테크스타즈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최고의 글로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중 한곳이다. 전세계 1,200여 개 업체 중 총 10팀을 선발하는데 42maru가 선정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김 대표는 "영국 런던에 법인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인력을 뽑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기술 환경 덕분에 이런 도전도 가능힙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김 대표는 20년 검색에 종사했지만,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와 함께 하는 이들도 거대한 사업자들과 세계에서 쏟아지는 유사 경쟁자들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도전에 나섰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이 그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불태우고 있다.

글 / 도안구 IT 칼럼니스트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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