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말고 수동 렌즈의 매력에 빠져 보시겠습니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다 알아서 해주는 시대. 디지털 시대에 들어 카메라는 성능은 물론이고 화질까지 향상되고 있다. 주위를 보면 2,000만 화소는 기본이고 많게는 4,000만에서 6,000만에 이르는 제품도 많다. 렌즈 성능도 그렇다. 난반사와 색수차 등 화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되고, 더 선명하게 빛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다 알아서 해주는 덕에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지는 되돌아볼 때다. 만족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것이 자동인 시대에 그렇지 않은 것에 도전해 봐야 할 때일 지도 모른다.

후지필름 X-Pro1에 초점거리 50mm 사양의 수동 렌즈를 장착했다. 모두 중고로 구매한
것이다.
후지필름 X-Pro1에 초점거리 50mm 사양의 수동 렌즈를 장착했다. 모두 중고로 구매한 것이다.

기자는 최근 후지필름의 첫 미러리스 카메라인 X-Pro1을 중고로 구매했다. 저렴한 중고 매입가도 매력적이었지만 클래식한 멋을 전달하는 디자인도 어딘지 모르게 수동의 맛을 전달해 줄 것만 같았다. X-Pro1은 또한 자동초점 검출 실력이 기대 이하이기 때문에 차라리 쓰지 말자는 생각도 있었다. 때문에 수동 렌즈 쓰기 위한 카메라를 알아보니 후지 X-T 라인업이나 올림푸스 펜-F(PEN-F)·OM-D 등이 디자인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동 렌즈는 여러 카메라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주로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DSLR 카메라는 기기 종류에 따라 수동 렌즈를 쓸 수 없어 그런 것 아닐까 예상된다.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거의 대부분 렌즈 장착을 하지 않아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일부는 수동 렌즈를 위한 기능이 제공되므로 쓰기가 더 수월한 편이다.

사진 관련 커뮤니티 내 중고 장터를 잘 매복하면 제법 상태 좋은 렌즈를 구할 수
있다.
사진 관련 커뮤니티 내 중고 장터를 잘 매복하면 제법 상태 좋은 렌즈를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렌즈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주로 사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중고 장터에서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수동 렌즈의 종류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떤 마운트(카메라 결합부)에 대응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각 카메라 브랜드에는 고유의 마운트 규격이 있다. 니콘은 DSLR이 F 마운트, 미러리스는 Z 마운트라 부른다. 캐논 역시 DSLR은 EF, 미러리스는 M·RF 등으로 나눈다. 소니는 알파·FE·E 마운트 등이 있으며, 올림푸스·파나소닉은 마이크로 포서드, 후지필름은 X, 라이카 M 마운트가 있다.

마운트 규격을 확인하는 이유는 이들 규격에 맞지 않는 마운트 규격으로 만들어진 수동 렌즈가 많아서다. 1960년대에 주로 쓰이던 M42(스크류 방식), M39 등이 대표적이다. 옛 올림푸스나 펜탁스 등에서 쓰던 렌즈도 최신 기기에 맞춰 변환해주는 마운트 링을 구매해 써야 된다. 라이카 렌즈도 전용 카메라에서 쓸 것이 아니라면 변환 링(어댑터)을 써야 가능하다.

어댑터는 품질과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주로 2~5만 원대 사이에 포진한 가격대에 판매된다. 일부 자동 초점 기능을 제공하는 렌즈에 대비한 변한 링은 수십만 원대 가격에 형성되어 있다.

초점거리 135mm 수동 렌즈(펜타콘 f/2.8)로 촬영한 이미지. 최근 렌즈에 비해 광학적으로 성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잘 촬영하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초점거리 135mm 수동 렌즈(펜타콘 f/2.8)로 촬영한 이미지. 최근 렌즈에 비해 광학적으로 성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잘 촬영하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수동 렌즈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기술 발달로 셔터에 손가락을 올린 뒤, 살짝 눌러주면(반셔터) 카메라는 순식간에 원하는 측거점에 초점을 정확히 검출해낸다. 그와 달리 수동 렌즈는 원하는 상이 맺힐 때까지 초점 링을 돌려야 된다. 시간이 더 소요되며, 그마저도 100% 정확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아무리 잘 본다고 해도 사람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측거 오차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수동 렌즈를 추천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에서 느낄 수 없는 ‘손 맛(?)’ 때문이다. 원하는 피사체의 상이 맞을 때까지 초점링을 돌리면서 촬영자는 여유롭게 결과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

초점거리 50mm 수동 렌즈(슈나이더 에딕사-제논 f/1.9)로 촬영한 이미지. 초점 잡기가 쉽지 않지만 적응되면 촬영의 재미가
있다.
초점거리 50mm 수동 렌즈(슈나이더 에딕사-제논 f/1.9)로 촬영한 이미지. 초점 잡기가 쉽지 않지만 적응되면 촬영의 재미가 있다.

물론, 무작정 수동 렌즈를 권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옛 기술 기반의 광학 특성을 갖는 렌즈를 이해하지 못하면 쉬이 질리고,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해 원하는 사진을 기록하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다. 비용을 들여 구매한 렌즈를 다시 장터에 내놓는 일이 생기게 된다. 대다수 촬영자들이 수동 렌즈를 호기심 하나로 들였다가 초점을 검출하는 과정에서 포기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한 번은 도전하는 것을 권장한다. 무조건 선명하고 쨍한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 초점이 잘 맞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기록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은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으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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