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벽을 허물어야 소비자가 보인다"

이상우 sw@itdonga.com

[IT동아]

기업이 동일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 몇 가지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며 빠르게 성장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소비자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업은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고, 특히 모바일 기기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기존처럼 대중매체를 통한 단방향 소통 보다는 소비자와 접점을 찾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기업은 소비자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최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출처=어도비 공식 블로그>
<출처=어도비 공식 블로그>

물론 기업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으며, 소비자 한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기 수도 많아지면서 각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자 경험을 최적화할 필요도 커졌다.

어도비가 전자상거래, 크리에이티브, IT분야 전문가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디지털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올해 성장을 위해 기대하는 기회로 ‘고객경험 최적화(19%)’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54%는 자사의 고객경험 성숙도에 대해 ‘그리 높지 않다(46%)’ 혹은 ‘미성숙한 상태다(8%)’로 응답했다. 반대로 성숙했다고 답한 기업은 미국 15%, 아시아 9%에 불과했다.

소비자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기존 방식으로는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해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고객경험관리(CXM,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가 중요해진 이유다.

2019 디지털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44% 이상의 마케팅 담당자가 '모든 접점에 걸쳐 전방위적인 고객 관점을 확보하기 어려움'을 올해 직면한 가장 큰 난관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31%의 마케팅 담당자는 소비자와의 모든 접점에서 발생하는 반응 확보를 어렵게 하는 장애요소로 '마케팅 기술 통합의 부족'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출처=어도비 공식 블로그>
<출처=어도비 공식 블로그>

기업 내 흩어진 데이터 통합해 소비자 분석해야

이러한 CXM은 마케팅 영역 뿐 아니라 전사적인 관점에서 진행해야 하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통해 최적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객접점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화된 고객 통합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파트너와 협력해 통합된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

어도비 경우 CXM을 개선하려는 기업이 데이터를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이른 바 ‘오픈 데이터 이니셔티브(ODI)’는 각 기업에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 사이의 벽을 허물고 서로 연결함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를 위해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나믹 365’, SAP ‘C/4HANA, S/4HANA’ 플랫폼 간 데이터 교환 및 상호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각 솔루션을 통해 수집한 초기 데이터를 통합해 클라우드 상에서 실시간으로 소비자 관련 인사이트와 다각적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유니레버는 ODI를 활용해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공통의 데이터 모델을 통해 복잡했던 비즈니스 결과를 간소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유니레버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또는 자연 분해 가능한 포장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고객과 제품, 자원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는 한편, 소비자가 재활용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캠페인도 지속 노출할 계획이다.

<출처=유니레버 공식 블로그>
<출처=유니레버 공식 블로그>

유니레버는 또한 효과적인 캠페인 타겟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어도비 솔루션을 통해 친환경적 성향을 가진 소비자군을 파악하고, SAP 솔루션으로는 플라스틱 포장재 및 식품의 재고 상황을 확인하고, MS 솔루션으로는 해당 재고를 분석한다. 과거에는 소비자, 제품, 자원 등 각각의 솔루션에 나뉘어 있던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해야 했다. 이 결과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소비자 집단을 발굴하고, 향후 새로운 친환경 패키지를 소개한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이처럼 분산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활용할 경우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인사이트와 이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기업은 좀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대상 소비자에게 적절한 상품을 제 때에 공급할 수 있으므로, 유니레버 입장에서는 자원 낭비 및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경험을 개선해 충성도를 높이는 등 기업의 방침과 장기적 로드맵까지 수립할 수 있다.

어도비, MS, SAP 3사는 이후로 다양한 기업의 관점을 접목해 오픈 데이터 이니셔티브를 한 단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액센츄어, 아마데우스, 캡제미니(Capgemini), 체인지 헬스케어, 코그니전트(Cognizant), 피나스트라, 제네시스, EY, 훗스위트, 인모비, 스프링클러, WPP를 포함한 12개 이상의 기업 파트너로 구성된 파트너 자문 위원회를 구성했다.

영국 미디어 기업 WPP의 CTO인 스테판 프레토리우스(Stephan Pretorius)는 "기업은 소비자 행동 데이터, CRM, ERP 및 기타 내부 데이터 세트를 통합해 개별 소비자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최근 어도비, MS, SAP 3사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 데이터 이니셔티브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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