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프로젝트] 위키박스 UI/UX 제언 (2) - 디자인 관점으로 서비스 본질을 파악하라

지난 글에서 무인택배함 사용자, 공급자, 공간제공자 등 각 이해관계자와 위키박스 간의 거리에 따른 서비스 맵에 대해서 알아봤다. 다음 편을 준비하기 위해 위키박스 서비스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과연 위키박스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만 했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한다면, 결코 성공 가능성을 확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서비스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위키박스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서비스 본질을 찾아야 한다, 출처:
고스디자인
서비스 본질을 찾아야 한다, 출처: 고스디자인

< 서비스 본질을 찾아야 한다, 출처: 고스디자인 >

서비스 본질은 어떻게 찾아을 수 있을까? 해답은 끊임없는 질문이다. 반복하는 질문 속에서 현상을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수 있다. 이해는 통찰력을 끌어내고, 통찰력은 창의, 혁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된다.

서비스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서비스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 서비스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출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

솔로몬의 '친모논쟁' 재판을 떠올려보자. 솔로몬은 친모를 찾기 위한 재판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찾은 본질은 '누가 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것인가'였다. 친모 감별이 아닌 사랑 감별을 위한 아이디어로 '아이의 죽음'을 명령했다. 이를 통해 솔로몬은 스스로 아이를 포기하는 친모를 찾을 수 있었다.

비즈니스에도 솔로몬의 재판과 비슷한 사례가 많다. 왜 구글은 온도조절장치를 개발한 작은 스타트업 '네스트(NEST)'를 32억 달러라는 거금으로 인수했을까. 온도조절 성능이 우수해서? 아니다. 구글은 네스트가 추구하는 서비스 본질, 온도 측정 데이터를 통해 지구 온난화와 환경에 따른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구글 네스트, 제공: 고스디자인
구글 네스트, 제공: 고스디자인

< 구글 네스트, 제공: 고스디자인 >

위키박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일까? 보관함에 물품을 보관하는 것일까? 위키박스의 본질은 사용자 활동 영역의 확장이다. 사용자가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자신의 시간적/공간적 활동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다. 이렇게 보장받은 공간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능적인 현상에서 문제를 풀지 말고,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사용자 관계에 집중하면서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위키박스 서비스의 본질, 출처: 고스디자인
위키박스 서비스의 본질, 출처: 고스디자인

< 위키박스 서비스의 본질, 출처: 고스디자인 >

이제 위키박스의 새로운 관점을 중심으로 도입과 성장 그리고 성숙의 단계에 따른 가치 변화를 살펴보자.

단계에 따른 가치 변화, 출처: 고스디자인
단계에 따른 가치 변화, 출처: 고스디자인

< 단계에 따른 가치 변화, 출처: 고스디자인 >

도입 단계의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중심은 '성능' 이다. 경쟁 제품과 다른, 차별된 우수함을 제공해야 하고, 사용자가 간단한 구조로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하기 복잡한 서비스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성장 단계의 제품과 서비스는 성능과 가격을 세분화하고,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이때 증가하는 상호간 '관계 가치' 를 세분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본질이 강해진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인택배함은 무엇?"

사용자 입장에서 위키박스 플랫폼 서비스는 낯설다. 기존의 아파트 보관함과 비슷할 뿐이다. 때문에 위키박스가 내세우는 생활 플랫폼 서비스 사용 빈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에게 (생활 플랫폼 서비스를) 새로운 서비스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위키박스가 기존 보관함과 다르다는 성능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해결 방법은 이해관계자 연결 에 있다.

이해관계자 연결이 중요하다, 출처:
고스디자인
이해관계자 연결이 중요하다, 출처: 고스디자인

< 이해관계자 연결이 중요하다, 출처: 고스디자인 >

이해관계자를 '앱(APP)'만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택배보관함에 물건을 맡기고 찾는 과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결제하는 과정 등 여러 서비스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UX(사용자 경험) 분석'이다.

냉장고를 통해 UX 분석 사례를 살펴보자. 사용자는 냉장고 안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보관한다. 사용자가 만족하는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어떻게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사용자를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수납 전문가는 어떤 방식으로 냉장고 안을 정리해 같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푸드케이스, 제공:
고스디자인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푸드케이스, 제공: 고스디자인

<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푸드케이스, 제공: 고스디자인 >

위 이미지는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푸드케이스'다. 지펠 냉장고는 냉장실 문을 두 단계로 나눠 음식 보관의 사용자 경험에 변화를 줬다. 그저 냉장실과 냉동실로만 구분되어 있던 냉장고의 수납 환경을 바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사용자 니즈에 맞춰 다양한 라인업으로 냉장고를 출시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위키박스를 돌아보자. 과연 위키박스는 사용자가 무인택배함에 어떤 제품을 보관하고, 어떤 서비스를 사용할지 제대로 연구했을까?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무엇이고, 어떤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디자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 위주로 재구성하라"

위키박스의 무인택배함과 기존 무인택배함을 비교해보자. 필자는 두 제품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두 제품 모두 불특정 다수 물품을 넣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을 뿐이다.

위키박스가 기존 무인택배함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강조하고 있는 생활 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가 세탁 서비스다. 의문이다. 과연 위키박스는 세탁 서비스를 100% 제대로 제공하고 있을까? 아파트 한 동에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1개가 설치되어 있다고 가정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해보자.

1. 봄을 맞이해 겨울 옷을 맡길 수 있는 위키박스 세탁 서비스는 2개
2. 주말에 세탁 서비스 이용자가 몰린다면?
3. 세탁 서비스를 위한 대용량 무인택배함은 몇 개나?
4. 옷에 묻은 음식물이 세탁 서비스 무인택배함 내부를 더럽혔다면?

필자는 현재 위키박스가 100% 사용자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종래에는 기존 택배보관함처럼 무용지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에 맞는 공간 분할이 필요하다.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공간분할을 위한 체크 리스트, 출처:
고스디자인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공간분할을 위한 체크 리스트, 출처: 고스디자인

< 위키박스 무인택배함 공간분할을 위한 체크 리스트, 출처: 고스디자인 >

서비스 한 가지조차 사용자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면, 다른 서비스는 더욱 힘들다. 핵심 서비스 한 가지를 정한 뒤 집중하고, 성공적인 모델로 발전시켜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해야 한다.

요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같다. 가장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게 만들고, 상권을 분석해 알맞은 메뉴를 찾으라는 것.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뉴는 줄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매출을 올린다.

어쩌면 지금 위키박스에게 필요한 것은 핵심 서비스에 대한 깊은 연구와 각 이해관계자에 대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만병통치약은 필요 없다. 단 하나의 질병이라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 때다.

고스디자인 정석준 대표

고스디자인은 생활가전 및 전자정보통신 관련 제품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KIDP(코리아디자인센터) 공인 전문 회사로,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2003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IF어워드, 레드닷 미국 IDEA 어워드 등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정석준 대표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컨설팅 제품디자인파트 전문위원, 한국 기술평가원 디자인분과 감사위원위촉, 한국 GOOD design Award 심사위원, 중국 CF design Award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글 / 고스디자인 정석준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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