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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며 출시된 8K TV, 실상은?

강형석

삼성전자는 8K QLED TV를 공개했다. (이미지=삼성전자)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눈에 띄는 제품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디스플레이였다. 특히 삼성과 LG가 8K 해상도를 앞세워 화질 경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국내에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샤프도 이 경쟁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가장 먼저 8K 출시를 알린 것은 삼성의 QLED 8K TV다. 11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8K TV는 65·75·82·85인치 등 4개 라인업이 중심이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은 최소 750만 원대에서 2,590만 원까지 다양하다. 삼성전자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 세계 시장에 자사 제품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지난 9월 발표한 시장전망 자료에 따르면 8K TV는 8만 5,000대에서 1만 8,000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4월 공개한 수치와 비교해 약 80% 가량 줄어든 것이다. 내년 시장 전망도 90만 5,000대에서 43만 대로 절반 이상 낮춰 잡았다. 이는 확장 속도가 느릴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8K 제공 능력 떨어지는데 가격은 높아

문제는 가격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삼성 QLED 8K TV는 화면 크기에 따라 750만 원대에서 2,500만 원대에 육박한다. 프로모션이 더해지면 조금 더 저렴해지거나 사은품을 손에 넣을 수 있겠지만 기존 4K UHD TV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다. 실제로 비슷한 크기와 구성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163cm(65인치) 기준 UHD TV가 최소 140만 원대, 고가 라인업은 450만 원대다. 할인을 감안해도 최소 200만 원 이상 차이 나게 된다.

4K OLED TV와 비교해 보자. 163cm 기준으로 차이는 있어도 제품 가격은 150만 원대에서 580만 원대까지 존재한다. 역시 2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드러나는 셈이다. 단지 해상도가 높다는 이유로 동일한 크기의 디스플레이에 비용을 더 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여부의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삼성 QLED 8K TV의 가격.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있다. 아무래도 같은 크기의 패널에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려면 더 많은 화점(화소를 구성하는 점)을 집적해야 한다. 당장 8K 해상도는 7,680 x 4,320(약 3,318만 화점). 4K 해상도인 3,840 x 2,160(약 830만 화점)에 비하면 수치적으로 2배지만 면적은 4배다. 동일한 면적에 더 많은 화점을 담는 기술을 적용하고 여러 작업을 거치다 보니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굳이 가격이 아니더라도 QLED 8K TV는 완성도 자체만으로 기존 제품 대비 떨어진다. 우선 8K 지원 범위가 제한적이다. 8K TV의 설명서를 보면 HEVC (H.265 – Main/Main10)에 한해서만 초고해상도를 지원하며 그마저도 초당 60매(프레임) 움직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삼성 QLED 8K TV는 8K 해상도를 경험하려면 HDMI 1번 단자에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로 ‘HDMI UHD 컬러(Color)’를 활성화해야 구현된다. 그마저도 색 깊이는 8비트, 명도 정보와 색차 정보를 조절해 영상을 표현하는 크로마 서브샘플링은 4:2:0만 지원한다. 1초에 이미지를 표시하는 프레임 수치도 30으로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QLED 8K TV는 아직 제한이 많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삼성 QLED 8K TV는 유튜브 8K 콘텐츠 재생이 불가능하다. 8K TV라더니 8K 재생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이는 TV 내부에서 신호를 처리하는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 그래서 사용자가 8K 콘텐츠를 보려면 USB 저장장치에 담아서 수동 재생하거나 매장 모드를 활성화해 자체 준비된 콘텐츠(매장 진열용 영상)를 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저해상도 콘텐츠를 8K로 변환(업스케일링)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풀HD 영상을 만약 4K로 변환하면 4배 더 많은 화소를 담아야 하지만, 8K는 16배 더 화소를 채워 넣어야 한다. 그만큼 부하가 걸리고 결과물이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은 퀀텀 프로세서 8K AI(인공지능)이 최적의 회질을 조절한다고 하는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8K를 제대로 즐길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앞질러 왔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다. 현재 8K 콘텐츠의 수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콘텐츠 제공원인 방송이나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8K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가 거의 유일하게 8K 스트리밍을 제공하지만 콘텐츠의 질과 양이 제한적이다.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는 한 8K 영상. 화면 우측에 4,320p(8K)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해상도 구현이 자유로운 게임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PC 성능이 아직 4K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다. 프로세서는 둘째 치더라도 초고해상도에서 그려지는 효과를 그래픽카드가 감당할 수 없다.

엔비디아는 최근 지포스 RTX 20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는데, 자체 성능은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평균 30% 수준 향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일부 콘텐츠에 따라 겨우 4K 해상도에서 초당 60 프레임 이상을 구현하는 상황에서 8K 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최신 그래픽카드라고 나온 지포스 RTX 20 시리즈도 4K 완전 정복에 실패했다.

풀HD에서 4K로 이동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4K 콘텐츠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방대한 용량으로 인해 이를 처리할 성능과 전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한 8K 디스플레이는 다소 성급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다.

전송 규격도 아직 여물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이제 기가비트(1Gbps)가 조금씩 확산되는 중이고, 이보다 10배 더 빠른 10기가비트 네트워크 서비스는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다. 그마저도 1일 용량 제한이 있어 설령 8K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100% 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부 장치 연결에 많이 쓰이는 HDMI도 차기 규격인 2.1이 지난해 표준화 채택이 이뤄진 상태다.

해상도가 화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독일 한 전시회에서 QLED 8K TV와 4K QLED TV, 4K OLED TV 제품을 하나씩 확인해 볼 수 있었지만 장소가 제한적이었던 게 사실. 나란히 놓고 보더라도 8K와 4K의 화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듯했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핀다면 세밀함이 느껴지겠지만, TV라는 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보는 제품인 만큼, 해상도에 대한 이점이 조금 희석되는 것도 적지 않다.

OLED와 QLED의 작동 원리

특히 QLED는 밝기와 디밍(백라이트 제어)에 있어 한계를 보였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발광소자 자체가 빛을 켜고 끄기 때문에 두께가 얇은데다 자연스러운 화질을 구현해냈다. 반면, QLED는 기본적으로 액정(LCD)에 기반한다. 패널 앞에 양자점 필름을 붙인 것이다. 그 뒤에 조명(백라이트)을 켜 밝기를 구현한다. 정확히는 QD-LCD(양자점-액정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밝기를 보니 OLED는 꾸준한 수준을 보여주는 반면, QLED는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가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까 동일한 화면인데 화질이 달라 보인다. 특히 밤 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OLED는 자연스러운 빛과 어둠을 표현한 반면, QLED는 별은 거의 사라지고 가장 밝은 유성만 어색하게 지나갔다. 백라이트 조절 기능이 장면 상황에 맞춰 제때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8K 로고.

해상도가 높으면 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눈으로 보는 수준의 선명함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곧 화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화질에는 해상도도 있지만 색감 구현과 자연스러운 움직임 등 디스플레이 품질 전반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TV를 구매하기 전, 최초나 최고 등 화려한 미사여구에 귀 기울이지 말고 ‘화질’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권장한다. 귀찮더라도 직접 체험해 보는 것 역시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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