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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처음 같은 두 번째 도전, 니콘 Z7

강형석

니콘 Z7.

[IT동아 강형석 기자] 카메라 분야에서 니콘은 꽤 오랜 시간 일안반사식(SLR) 시장을 이끌어온 광학기기 제조사 중 하나다. 이 분야에서만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며 그 중 SLR은 6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것도 처음 개발한 'F 마운트' 하나로 말이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오랜 시간 유지해 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다. 5년 남짓한 시기에 공들여 만든 플랫폼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린 모 카메라 브랜드와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니콘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경쟁에서 뒤쳐졌기 때문. 2011년 하반기에 '니콘 1'이라는 미러리스 플랫폼을 제안했지만 앞서 선보인 소니와 삼성 등 경쟁사 제품 대비 상품성에서 밀리며 고전한 것이 원인이다. 니콘 1은 크기는 작았지만 상대적으로 사양과 가격적인 면이 아쉬웠고, 비교적 시장에 안착한 타 경쟁사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시장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쓴 맛을 본 니콘이 다시 한 번 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들고 왔다. 오랜 시간 소니가 독식해 오던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사실 피할 수 없는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을 뿐.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곧 펼쳐질 진검승부에 카메라 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띄는 듯한 모습이다.

니콘의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Z7의 첫 인상은 신선했다.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의 정신을 미러리스로 이어가겠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니콘 1과 달리 Z 시리즈는 엄연한 니콘의 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립부에 있는 붉은색 캐릭터 라인. 니콘 SLR 카메라는 그립부(손잡이) 상단에 붉은 포인트가 있는데 Z7에도 이를 볼 수 있다.

크기는 경쟁사 대비 조금 크지만 그만큼 다루기는 좋아졌다.

뷰파인더가 있는 머리 부분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최근 출시한 니콘 DSLR 카메라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전반적인 라인은 차이가 다소 있으나 니콘 특유의 곡선이 남아 있다. 이는 곧 사용 편의성에서 장점을 안겨준다. 미러리스지만 DSLR 카메라와 같은 감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크기만 봐도 그렇다. 폭 134mm, 높이 100.5mm, 두께 67.5mm로 DSLR 대비 작지만 타 미러리스에 비하면 몇 mm 단위로 조금 크고 두껍다. 그만큼 손에 쥐는 느낌이 좋고 안정감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수적인 인상을 준다는 것. 조금 인상을 단순하게 다듬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 675g 가량이다.

기존 F 마운트 대비 직경을 크게 늘린 Z 마운트를 채용했다.

Z 시리즈의 핵심은 마운트에 있다. 기존 니콘이 운영하던 F 마운트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최신 흐름에는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직경(지름)이 짧아서 밝은 조리개 값의 렌즈를 만드려면 길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휴대성과 무게에서 약점이 되는 부분. 그래서 Z 시리즈에서는 이 마운트 직경을 55mm로 늘렸고 렌즈 끝과 센서의 거리(플렌지백)가 16mm로 짧다. 대구경이지만 작은(짧은) 렌즈를 만드는데 유리해졌다.

전면부 조작계는 마운트 좌측에 있는 기능 버튼 2개와 우측에 렌즈 결속 해제 버튼 1개, 그립부에 있는 명령 다이얼이 전부다. 흥미로운 것은 기능 버튼인데, 누르기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써보면 의외의 만족감을 준다. 중지와 약지로 두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능을 기록해 둔 다음 촬영에 활용하면 용이하다.

상단부 조작은 니콘 DSLR 카메라와 비슷하다.

상단부는 의외로 잘 다듬었다. 좌측에 모드 다이얼로 수동 및 장면 모드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우측에는 전원 스위치를 시작으로 셔터 버튼과 녹화 버튼, 감도 조절 버튼, 카메라 노출 설정 버튼 등이 있다. 그 사이에는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감도 등을 표시하는 LCD 창을 얹어 설정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도록 만들었다.

상단 정보창은 의외의 포인트다. 대부분 미러리스는 카메라 촬영 설정을 액정에 의존한다. 보기에 좋지만 디스플레이이가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배터리 지속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반면, 상단에 작은 LCD 창을 얹으면 굳이 화면을 켤 필요가 없다. 간단한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잠깐 촬영 설정을 확인할 때 좋다. DSLR 카메라의 장점을 잘 가져온 예가 아닐까 싶다.

오른손 엄지가 닿는 부분에는 명령 다이얼이 자리하고 있다. 측면에 요철이 있어 돌리는데 어려움이 없다. 전면에 있는 명령 다이얼과 함께 카메라 셔터 속도와 조리개 등을 조작하면 된다.

측면 단자부. USB-C 단자를 채용한 점이 특징.

측면에는 카메라 액세서리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단자들이 마련되어 있다. 마이크 단자를 시작해서 유선 셔터 릴리즈, HDMI 출력 단자 등이 마련되어 있다. 기존 니콘 액세러리를 위한 전용 터미널 단자와 유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진 전송이 가능한 RJ-45 규격 단자 등은 크기를 이유로 제외된 듯 하다. 대신 해당 기능은 USB-C 단자의 데이터 전송 기능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XQD 메모리를 채용했다.

반대 측면에는 메모리카드 슬롯이 있다. 기본적으로 니콘 Z 시리즈 카메라는 XQD라는 카드 규격을 쓴다. 자사 플래그십 DSLR 카메라에 쓰이는 규격인데 속도 때문에 채용했다지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메모리카드와 관련 액세서리를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 차라리 XQD와 함께 SD카드 슬롯을 함께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후면 조작은 한 손으로도 가능하도록 꾸몄지만 조금 복잡하게 느껴진다.

후면은 여러 버튼들이 마련되어 있고, 뷰파인더와 액정 디스플레이까지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버튼은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엄지로 대부분 기능을 쓰도록 설계했다. 이 부분을 먼저 살펴보면 가장 위에 디스플레이 변경 버튼과 촬영 모드(정지/동영상) 변경 스위치, 초점 고정 버튼, 조작 스틱, 정보 버튼, 상하좌우 이동 가능한 원형 버튼과 메뉴, 확대/축소 버튼, 연사 변경 등이다. 좌측 상단에는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하는 리뷰 버튼과 삭제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조작감은 니콘 카메라 특유의 느낌 그대로다. 다만 조금 복잡해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루기 편하지만 이래서는 DSLR 카메라와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 조작 버튼 구성을 조금 단순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는 최고 수준이다. 일단 뷰파인더는 약 369만 화소 사양의 QVGA OLED를 채용했다. A7R M3와 캐논 EOS R도 같은 것을 쓴다. 다만 배율이 0.8배로 더 넓고 시원한 시야를 제공한다. 이 부분에 있어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액정도 3.2인치 210만 화소 사양으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틸트 기능도 있기 때문에 활용도 역시 높은 편이다.

화질은 좋지만 카메라 완성도는 조금 더 다듬어야

니콘 Z7과 함께 촬영에 나섰다. 렌즈는 Z 마운트를 위해 새로 개발한 니코르(NIKKOR) Z 24-70mm f/4 S. 초점거리 24-70mm에 모든 영역에서 최대 개방 조리개 값 f/4를 제공한다. f/2.8은 아니지만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촬영 모드는 수동, 감도는 상황에 따라 조절했으며 픽처 컨트롤은 표준에 설정해 두었다.

4,575만 화소 센서와 렌즈의 조합은 촬영자 입장에서 보면 득이다.

카메라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 D850에 쓰인 것과 마찬가지인 4,575만 화소 사양이다. 감도 역시 ISO 64에서 2만 5,600까지 상용으로 제공하며, 확장하면 ISO 32부터 10만 2,400까지 대응한다. 이 정도면 고화소 카메라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형태다. 감도를 고려하면 이 제품이 화질에 초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사용한 날 대부분 촬영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어서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저감도에서 촬영했을 때의 화질은 인상적이었다. 위 이미지는 ISO 250, 조리개 f/5.6 설정으로 빌딩 외부를 촬영한 것인데 100% 잘라냈을 때에도 선이 세밀하게 보일 정도다.

고감도 촬영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화질을 보여준다.

고감도에서의 화질도 충분하다. ISO 6,400까지는 실내에서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 ISO 1만 2,800 이후부터는 화질 저하가 뚜렷해지지만 크기를 줄이면 활용 가능하다. 화이트밸런스 검출 실력은 최근 니콘 카메라답게 안정적인 수준이다.

동영상 성능과 기능도 Z7에 와서는 대폭 강화됐다. 4K 해상도 초당 30매(30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추가로 엔-로그(N-Log)의 추가로 HDR 표현이 가능하다. 기존 카메라 대비 나아진 부분이라 하겠다. 물론 제대로 촬영하려면 외부 레코더 등 장비가 필요하다.

Z7의 동영상은 센서 전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렌즈 초점거리와 화각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에는 일부 영역만 사용하던 것에서 발전이 이뤄진 것이다. 렌즈와 카메라의 손떨림 방지 기능을 적절히 조합한 하이브리드 VR(Vibration Reduction)로 선명한 화질로 기록할 수 있게 해준다.

4,500만 화소가 넘는 이미지를 담다 보니까 XQD 메모리를 쓰더라도 초당 약 5매 정도(제조사 기준 5.5매) 기록되는 느낌을 받는다. 확장하면 초당 9매 정도로 조금 나아지는데 카메라 사양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이라 하겠다.

이제부터 시작, 시간이 중요할 듯

Z 시리즈는 니콘의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 나아가 두 번째 미러리스 카메라다. 그간 있었던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도전보다는 안정감에 많은 무게를 실었다. 그만큼 거부감이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개성은 조금 희생된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경쟁사 제품을 벤치마킹해서 부족한 부분을 적절히 채워 넣은 점은 니콘이 이 시장을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부족한 Z 시리즈 렌즈 라인업은 니콘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니콘에게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Z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관련 렌즈 수가 빨리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는 어댑터를 활용해 기존 F 마운트 렌즈를 쓰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귀찮음을 계속 인내해 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9년 6종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12종의 렌즈를 확보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가격은 니콘 온라인 스토어 기준 본체만 369만 9,000원이다. D850이 398만 원이니까 조금 저렴한 셈. 그렇다 해도 화질, 성능, 기능 등을 고려하면 Z7은 충분히 경쟁력 있으며, 이는 소니 A7RM3의 389만 9,000원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의외의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어떻게 화답해 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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