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지포스 RTX 공개, '빛'에 힘준 나머지...

강형석 redbk@itdonga.com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를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를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IT동아 강형석 기자]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튜링(Turing)에 도달할 수 있었다. 200억 개에 달하는 트랜지스터를 탑재, 슈퍼컴퓨터 버금가는 큰 칩을 구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공지능을 위한 텐서코어(Tensor Core)와 광원추적을 위한 레이 트레이싱(RT) 코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향상된 성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시간으로 8월 21일, 독일 쾰른메쎄에서 열린 게임스컴(Gamescom)에 모습을 드러낸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 설계(아키텍처)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일반 소비자용 PC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시리즈'를 공개했다. 공개된 지포스 RTX 시리즈는 총 3개로 RTX 2070과 2080, 2080 Ti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 동안 지포스는 주요 라인업에 GTX라는 이름을 따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RTX로 이름을 바꿔 변화를 꾀했다. 여기에서 R은 광원추적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에서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월 14일, 시그래프 2018에서 연사로 나선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새로운 쿼드로 RTX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시장은 차기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동일한 이름을 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행사는 그 심증을 확실하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빛'과 '질감'에 집중한 엔비디아

구체적인 사양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엔비디아는 새로운 지포스 그래픽카드도 쿼드로에 쓰였던 튜링 설계에 기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튜링은 볼타(Volta) 설계 다음으로 개발된 것으로 기초적인 설계는 유지하면서 광원추적에 필요한 RT 코어를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과거 엔비디아는 현재 운영 중인 10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파스칼 설계) 다음은 볼타 설계 기반의 칩을 적용, 2배 빠른 성능을 낼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RTX를 위해 개발한 튜링(Turing) 설계가 핵심이다. 여기에는 광원추적용 코어와 인공지능 전용 코어가 포함되어
있다.
RTX를 위해 개발한 튜링(Turing) 설계가 핵심이다. 여기에는 광원추적용 코어와 인공지능 전용 코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의 발언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지포스 RTX 2080 Ti는 4K 해상도 기준 이전 세대인 GTX 1080 Ti 대비 2배 가량 빠를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비록 2016년 출시된 지포스 10 시리즈 이후 차기 제품 소개가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튜링은 볼타의 구성 일부를 어느 정도 적용 받았으니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내용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차세대 지포스 RTX 그래픽 프로세서는 빛과 그에 따른 질감에 큰 초점을 맞췄다. 화질에 대한 시장의 요구 사항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기존 그래픽 프로세서 내에 탑재된 코어가 아닌 별도의 광원 처리 코어를 탑재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구현하고자 한 것은 동시 처리에 있는 듯 하다. 기존 순차적으로 처리되던 구조는 상황에 따라 병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우선권 분배나 기타 잔여 자원을 활용하려고 해도 이들 신호가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이 한계를 보이며 성능 향상에 발목을 잡는다.

지포스 RTX는 광원과 질감에 많은 초점을
맞췄다.
지포스 RTX는 광원과 질감에 많은 초점을 맞췄다.

튜링 설계는 이를 각각의 코어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광원 추적은 RT 코어가, 정수와 부동소수점 연산이 필요한 처리는 코어가, 심층신경망(DNN) 처리가 필요할 때에는 텐서 코어가 각각 배정된 파이프라인을 따라 동시에 처리되는 방식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스컴 이전에 시그래프 2018에서 언급한 하이브리드 렌더링 파이프라인(Hybrid Rendering Pipeline)이 이를 의미하지 않나 예상해 본다.

이와 별개로 엔비디아는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e)와 NGX를 앞세웠다. 모두 화질 개선을 위한 것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그래픽 프로세서 내에 있는 텐서 코어를 중심으로 작동하는데, 화질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해상도를 높인다거나(업스케일링) 거친 경계선을 깔끔하게 다듬는(안티앨리어싱) 등의 용도로 쓰이게 된다.

많은 것 담았지만 한계도 분명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발표 대부분을 '빛'에 할애했다. 지포스 RTX를 언급하면서 함께 공개한 게임 4종에서도 거의 대부분 빛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함께 공개한 게임은 개발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협력한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 메트로 엑소더스, 아세토코르사, 배틀필드V 등 4가지.

문제는 RTX 기술이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광원 추적 기술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4,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이렉트X 레이 트레이싱(DXR), 옵틱스(OptiX), 벌칸(Vulkan) 등에 대응할 정도로 범용성이 있지만 게임 개발사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여러 게임들이 RTX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뛰어난 경험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여러 게임들이 RTX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뛰어난 경험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엔비디아는 광원 기술인 RTX 대응 게임이 곧 늘어난다며 배틀그라운드와 파이널판타지 15 등 약 20여 종의 게임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신작도 있고 일부는 패치를 통해서 RTX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존 게임들이 새 기술을 접목해 얼마나 달라질까하는 의구심이다. 자칫 과거 물리연산 기술인 피직스(PhysX)처럼 홍보용 단어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부분은 엔비디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사에 알리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좋은 신기술도 큰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모든 게이머의 PC 사양이 동일하다면 광원이나 기타 효과를 적용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게이머가 보기 좋다고 적용한 효과들이 정작 실제 게임을 즐길 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예로 배틀그라운드만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그래픽카드를 써봐야 모든 그래픽 설정을 활성화하지 않고 일부만 적용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대다수다. 좋은 그래픽 효과로 얻어지는 시각적 요소가 적을 판별하는데 오히려 방해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성능에 대한 언급이 애매한 점도 차기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엔비디아는 발표 내용에서 지포스 RTX 2080 Ti는 이전 세대 GTX 1080 Ti 대비 성능이 4배 가까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광원과 인공지능 등 기타 성능을 종합적으로 따진 자체 기준(RTX-OPS)에 따른 것으로 사용자가 실제 인지할 수 있는 성능 지표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못내 아쉽다.

세대교체는 1개월 뒤에...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시리즈를 오는 9월 20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제품을 공개한 8월 20일 이후에는 사전 주문을 받는다. 가격은 지포스 RTX 2070이 499달러(원화 환산 약 56만 원 상당), RTX 2080이 699달러(원화 환산 약 78만 원 상당), RTX 2080 Ti가 999달러(원화 환산 약 112만 원 상당)에 책정됐다.

총 3가지 라인업의 지포스 RTX가 오는 9월 20일 출시될
예정이다.
총 3가지 라인업의 지포스 RTX가 오는 9월 20일 출시될 예정이다.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제법 많겠지만 구매는 가급적 상황을 관망한 다음 진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지포스 GTX 10 시리즈 출시 때에도 그랬지만 초기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한 제품의 인기를 예감한 유통사 혹은 도소매 매장에서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해 판매할 수도 있다.

초기 판매 가격은 지포스 RTX 2070이 약 70~80만 원대 사이, RTX 2080이 약 90~100만 원대, RTX 2080 Ti가 130~140만 원대 사이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통 마진이나 사후 서비스 관련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도 쉽게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임에 틀림 없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한 브랜드가 있다면 즉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디까지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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