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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 눈치? 이통 3사 요금제 개편 완료

권명관

[IT동아 권명관 기자] 보편요금제. 월 2만 원대 요금으로 데이터 1GB, 음성 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현 정권이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제시한 정책이다. 지난 5월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국회 법안 통과 과정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뒤 10월~11월경 법안심사 때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하지만, 금일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이 가족 데이터를 늘리고 요금을 낮춘 'T플랜'을 출시, 이통 3사가 요금제 개편을 완료하며 사실상 보편요금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요금제로 시장이 재편되어 머쓱한 상황이다. 참고로 SK텔레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위치로 타 이통사와 달리 요금제 변경을 위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요금제 개편이 다소 늦어졌다.

KT가 지난 5월말 내놓은 '데이터ON 요금제'의 경우 '월 3만 3,000원인 LTE베이직이 1GB', '월 4만 9,000원인 톡은 3GB', '월 6만 9,000원인 비디오는 100GB', '월 8만 9,000원인 프리미엄은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중 LTE 베이직 요금제는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경우 2만 4,75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수준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월,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월 8만 8,000원)를 출시하며 요금 경쟁의 포성을 울렸지만, 당시 중저가 요금제 개편은 없었다. 금일 SKT 요금제 개편으로 KT와 SKT가 중저가 요금도 손질함에 따라 중저가요금제 개편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새 요금제를 설명힌 KT 유무선사업본부 박현진 상무, 출처: KT
< 지난 5월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새 요금제를 설명힌 KT 유무선사업본부 박현진 상무, 출처: KT >

알뜰폰 업체들은 이미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혜택에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 6월, 알뜰폰사업자 에넥스텔레콤은 월 9,900원으로 음성, 문자, LTE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LTE99' 요금제를 출시했다. LTE 99 요금제는 평균 사용량에 맞춘 제공량으로 음성 100분, 문자 50건, 데이터 2GB를 제공한다. 해당 요금제는 오는 10월 2일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사업자 큰사람은 월 1만 4,850원에 음성 2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이야기 보편 1GB'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월 3,990원에 음성 40분, 문자 10건으로 데이터를 차단할 수 있는 '안심 무약정3', 월 9,900원에 음성 60분, 문자 60건, 데이터 700MB를 제공하는 '안심 무약정2+700MB' 요금제도 공개했다.

이외에도 KT엠보바일, 미디어로그 등 여러 알뜰폰 업체들은 보편요금제에 준하거나 가격이 저렴한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시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T플랜'

SK텔레콤의 새로운 요금제 T플랜은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Data인피니티(이하 인피니티)' 등 총 5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 밴드데이터 9종과 비교해 요금제 명칭과 개수를 간소화했다. 모든 구간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확대했으며, 이동전화와 집전화 음성/문자를 기본 제공하는 형태다.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개편, 출처: SK텔레콤
<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개편, 출처: SK텔레콤 >

월 3만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스몰은 선택약정 시 2만 4,750원에 가입할 수 있으며, 데이터 1.2GB를 이용할 수 있다. 미디엄은 월 5만 원에 데이터 4GB를, 라지는 월 6만 9,000원에 데이터 100GB를, 패밀리는 월 7만 9,000원에 데이터 150GB를 이용할 수 있다.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 소진 시 최대 5Mbps 속도로 계속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피니티는 월 10만 원에 데이터 완전무제한과 VIP혜택을 제공한다.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내용, 출처: SK텔레콤
<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내용, 출처: SK텔레콤 >

T플랜 요금제의 핵심은 가족끼리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가족 중 한 명만 패밀리 또는 인피니티를 이용하면, 매월 각각 20GB, 40GB 데이터를 가족들에게 나눠 줄 수 있다. 온 가족이 20GB, 40GB를 실시간으로 나눠 쓰거나, 구성원 별로 데이터 사용한도를 할당해 사용할 수도 있다. 기존 데이터 공유 방식은 별도 앱을 통해 매번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했고, 선물 한도(1회 1GB) 또는 횟수(월 4회)에 제한이 있었지만 SK텔레콤은 이번 T플랜 요금제에 이러한 불편함을 없앴다.

또한, 가족이 공유 데이터를 다 소진했더라도 최대 400Kbps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매월 데이터 소진 없이 뮤직메이트 음원 300곡(월 3,300원)을 무료로 들을 수도 있다. 주말엔팅, 쿠키즈스마트 이용자도 가족 결합할 수 있으며, 결합 인원은 최대 5명이다. 이용 절차도 간소화했다. 별도로 가족관계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최초에 MMS 인증만 한번 거치면 된다. 무엇보다 기존처럼 일부 구성원이 데이터를 초과 사용해 요금을 더 내는 경우가 사라진다.

SK텔레콤 T플랜 데이터 가족 공유 혜택 예시, 출처: SK텔레콤
< SK텔레콤 T플랜 데이터 가족 공유 혜택 예시, 출처: SK텔레콤 >

예를 들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등 4인 가족이 각각 밴드데이터 '퍼펙트(6만 5,890원)', '3.5G(5만 1,700원)', '6.5G(5만 6,100원)', '주말엔팅세이브(3만 1,000원)'를 이용하다가, T플랜 '패밀리(7만 9,000원)', '스몰(3만 3,000원)', '스몰(3만 3,000원)', '주말엔팅세이브(3만 1,000원)'로 변경했다고 가정하자.

결과적으로 이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량은 81.8GB에서 153.2GB로 늘어나며, 어머니와 아들은 모두 5만 원대 3만 원대로 요즘이 낮아졌다. 그리고 아버지의 기본 제공 데이터에서 매월 20GB를 공유 받아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전체 가계통신비는 기존 20만 4,690원에서 17만 6,000원으로 약 15%(2만 8,690원) 줄어들며, 선택약정할인(25%)을 받으면 13만 2,000원으로 낮아진다.

T플랜 스몰, 보편요금제 보다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SK텔레콤은 이번 요금제 개편을 통해 각 구간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다. 특히, 가장 저렴한 스몰은 기존 300MB에서 4배 늘어난 1.2GB 제공해 보편요금제로 거론된 월 1GB 데이터를 상회한다. 미디엄도 5만 원에 데이터 4GB를 제공해, 기존 '밴드3.5G(월 5만 1,700원)' 보다 낮은 요금으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추가로 SK텔레콤은 스몰, 미디엄 이용자에게 기본 데이터 이외에 여러 혜택을 강화했다. 자정(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데이터 사용량의 25%만 차감한다(실제 데이터 100MB를 사용하면 25MB만 소진). SK텔레콤은 0시부터 7시까지 발생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2015년 대비 4배 증가했으며, 24시간 전체 트래픽 가운데 16%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영상/부가통화 제공량도 확대한다. 스몰은 50분에서 100분, 미디엄은 50분에서 300분으로 늘었다. SK텔레콤은 스몰, 미디엄 금액 대 이용자 가운데 약 40만 명이 부가통화 제공량을 초과해 사용했지만, 이번 개편으로 부가통화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보편요금제 눈치 보지 않았다지만…

금일 T플랜 요금제를 선보이며,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 규제개혁위원회 통과와 상관없이 자체 혁신 프로그램 일환으로 이번 개편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단기적인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인식변화를 이루자는 게 기본철학이라고 강조한 것. 이어서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 시행에 대해 요금제는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강제적인) 보편요금제 시행은 제한으로 작용해 걱정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이야기가 없었다면, 담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이통 3사의 고정된 요금제에 지금 같은 변화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이번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 개편으로 통신 사용자는 이전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더 많은 데이터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직 LG유플러스가 남았지만, KT와 SK텔레콤에 준하거나 더 낮게 중저가 요금제를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독일 월드컵 독일전에서 승리한 뒤 MBC 안정환 해설위원이 던진 "욕 먹기 전에 잘하지"라는 한 마디가 왜 떠오를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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