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세요'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CEO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고교 시절 미국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영어를 6년 정도 배웠으니 자신 있었는데, 막상 처음 간 타코벨 매장에서 "나는 물을 마시고 싶다(I want to have a water)"라고 말하니 통하지 않았어요. 그 때 "아...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됐나"라고 생각했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거라 보고 일리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웨어러블 음성 번역기, 일리(ili)를 개발한 로그바의 요시다 타쿠로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개발 동기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의사소통을 즐겁게 하게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리를 개발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일리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리는 지난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처음 등장해 당시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현재 스마트폰에서도 번역기 앱이 많아 일리의 존재 자체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지만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스마트폰 번역 앱과 달리 기기 자체만으로 번역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용 제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최고경영자.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최고경영자.

요시다 타쿠로 CEO는 일리를 2015년부터 개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반지 모양으로 개발했지만 크기에 의한 제약이 너무 커 현재 막대 형상의 디자인으로 최종 결정했다. 조작도 마찬가지. 현재 음성 인식을 위한 버튼 1개와 전원 버튼 1개, 기능 버튼 1개로 총 3개의 조작 버튼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음량 조절 버튼도 있었는데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좋지 않아 과감히 제거했다. 개발은 약 60~70세 가량의 부모님도 쉽게 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번역기의 근간이 되는 언어 데이터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기관의 것을 사용한다. 음성과 번역, 발화엔진 등 3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일리다. 로그바는 향후 업데이트로 데이터가 늘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도 있어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번역 정도는 충분히 서비스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완전히 구현하기 위해 사용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번역기를 표방한
일리.
웨어러블 번역기를 표방한 일리.

스마트폰 번역 앱에 대한 견해도 언급했다. 요시다 타쿠로 CEO는 번역 앱은 도움이 되는 듯 하지만 실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무선 통신이나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고 혹여나 어떤 외부 요인으로 인해 무선 속도가 느려져도 대화에 애를 먹는다. 반면 일리는 버튼을 누르면 최대 0.2초 이내에 번역을 마친다. 무선 연결도 필요 없다. 긴 문장을 전달할 때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이 부분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쌍방향 통신이 되지 않는 것은 못내 아쉬웠다. 일리는 사용자가 상대방에게 묻는 것만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쓸 수 없다. 그 역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우선 사람들이 번역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번역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쌍방향 번역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리를 활용한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다양한 방향으로 연계할 계획을 준비하는 듯 했다. 현재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마이크를 쓴 기술로 협업하고 싶은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 관련 제안도 많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언어는 조만간 설문조사를 통해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어가 유력해 보인다.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최고경영자.
요시다 타쿠로 로그바 최고경영자.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시티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조금 보수적이었다. 우선 실용화되는 시기는 약 20년 정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약 2~3년 전부터 스마트홈 붐이 온다고 했지만 아직 규격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때문에 스마트홈은 아직 시간이 더 소요될 듯 하지만 일리도 관련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언어에 대한 부담을 안고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가지고만 있어도 안심이 되는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요시다 타쿠로 CEO.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리만 가지고 있어도 타국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할까? 앞으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그와의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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