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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in IT] ICO로 조(兆) 단위 자금 조달이 가능한 세상이 왔다

권명관

[금융 in IT] 시리즈 기획기사는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전문 핀테크 업체 핀다(FINDA)와 함께 한주간 이슈되고 있는 경제, 금융 관련 뉴스를 쉽게 풀어 제공합니다.

최근 외신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업체 텔레그램이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무려 9,000억 원(8.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는 사전 판매(Pre-sale) 금액이고, 앞으로 있을 공개 판매까지 진행하면 ICO를 통한 텔레그램의 총 유치 자금은 2조 원을 넘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텔레그램'이란?

텔레그램 메신저 서비스, 출처: 앱스토어, 이미지 편집: 핀다
< 텔레그램 메신저 서비스, 출처: 앱스토어, 이미지 편집: 핀다 >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Pavel Durov'와 'Nikolai Durov'가 2013년에 시작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카오톡, 라인 등과 비슷하며, 암호화 모바일 메신저로 보안을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불거졌을 때 입소문을 타며 '사이버망명지'로 많이 알려졌다. 현재 텔레그램 이용자는 약 10억 명으로 알려졌다.

다만, 텔레그램은 아직 수익 창출 모델이 없다. 일례로 텔레그램과 유사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판매와 같은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며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지만, 텔레그램은 메신저 서비스 기능만 제공한다.

ICO란?

ICO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이를 주식 시장 상장(IPO, initial public offering)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이 암호화폐를 사업자가 만든 인터넷 생태계에서 거래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만약 해당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이를 판매할 수도 있다.

2015년말 500억 원(약 4,000만 달러)에도 못 미쳤던 전세계 누적 ICO 규모는 불과 2년 뒤인 2017년말에 이르러 6조 원(약 57억 달러)을 돌파했다. 앞서 살펴본 텔레그램 ICO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수치는 올해에도 매우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ICO 규모 - 누적 기준, 출처: Coindesk, 이미지 편집: 핀다
< 전세계 ICO 규모 - 누적 기준, 출처: Coindesk, 이미지 편집: 핀다 >

사업자 입장에서 ICO는 사업 아이디어만으로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텔레그램과 같이 수익 창출 모델이 아직 없는 회사의 경우,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으로는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ICO를 통해 9,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향후 텔레그램이 개발할 블록체인 시스템과 암호화폐의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회사가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투자자들은 그 회사의 지분을 받는다. ICO는 다르다. 텔레그램 ICO에 참여하면, 텔레그램의 지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GRAM)를 받을 뿐이다.

ICO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경제 전문 언론사 포브스(Forbes)는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시스템과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적 수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보도했다. 지난 2017년 9월, 중국 정부는 ICO를 금지시켰으며, 같은 달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모든 ICO를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모든 ICO를 금지시키겠다는 발표 이후 실제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진행된 ICO는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ICO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참여 금지국으로 지정되어 있다. 때문에 국내 창업자들은 ICO가 적법한 국가를 선택하고 있고, 일례로 '아이콘(ICON)'과 '보스코인(BOSCoin)'은 스위스, '메디블록(Medibloc)'은 지브롤터 등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다른 국가들이 ICO에 대처하는 자세

우리나라와 중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ICO에 대응하는 국가들도 있다. 최근 스위스 연방금융감독청(FINMA)은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ICO를 금지하기보다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것을 막고, ICO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며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지원했다.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주도해서 개발한 암호화폐 '페트로(petro)'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페트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석유, 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원자재를 담보해 발행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입장에서 암호화폐가 금융거래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 것.

ICO는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하는 투기일 뿐일까? 아니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혁신일까? ICO를 통해 조(兆) 단위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시기다. 이에 국내에서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배정훈, 핀다 CFO

서울대 경제학부 학사. 과거 모건스탠리와 UBS 홍콩/서울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14년간 근무했으며, 현재 핀다에서 소비자를 위한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핀다 배정훈 CFO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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