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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용어사전]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상품, 베이퍼웨어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과거에는 산업이나 군사용으로 쓰이던 기술이 오늘날 우리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고, 이에 따라 우리가 접하는 기술의 종류도 상당히 많아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는 기술 자체의 이름이나 기술이 나타내는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가 있다. 다양한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새로운 용어가 너무나도 많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아예 기술 이름을 약어로만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혹은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조차 이 것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말도 존재한다. [IT용어사전]은 이처럼 다양한 IT 관련 기술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했다.

도대체 언제 출시합니까! 베이퍼웨어

조만간 출시될 것처럼 애호가를 들뜨게 하지만, 출시가 차일피일 연기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출시 계획이 이 '영원히' 미뤄지는 제품이 있다. IT 업계에서는 이를 베이퍼웨어(Vaporware)라고 부른다. 증기 혹은 허상이라는 뜻의 단어 'vapor'에 특정 상품을 뜻하는 접미사 '-ware'를 더해 만든 단어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등을 출시하겠다며 발표하고, 심지어 광고까지 하고 있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았거나 출시될 가능성이 없는 제품을 말한다.

베이퍼웨어는 증기와 상품의 합성어다

하프라이프3는 게임 애호가 사이에서 대표적인 베이퍼웨어다. 우리에게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익숙한 게임 개발사 밸브 코퍼레이션은 과거 하프라이프 시리즈를 출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출시된 작품은 하프라이프2: 에피스드2(2007 출시)로, 시리즈의 스토리를 마무리하고 이른바 '떡밥'을 회수해야 할 다음 작품이 10여년 간 출시되지 않고 있다.

밸브 코퍼레이션은 번번히 하프라이프3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으며, 심지어 주요 임직원 역시 인터뷰를 통해 게임 출시를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게임 티저 영상은 물론, 스크린샷 조차 공개되지 않았으며, 잠정적으로 출시 계획이 폐기된 듯하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게임을 개발 중에 있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낚시'에 가깝다.

게임 업계에서 하프라이프3는 대표적인 베이퍼웨어로 손꼽힌다

베이퍼웨어가 등장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아이디어 단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예산 부족, 개발력 부족 등으로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업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사의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 몇 달 뒤 출시할 계획인 자사 제품을 미리 공개하고, 곧 출시할 것처럼 광고까지 해버리면 경쟁사에게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베이퍼웨어는 더 성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투자금을 끌어들이고 잠적하는 '먹튀'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들이 현재 개발 중인 상품을 소개하고, 이 제품에 흥미를 가진 일반인이 투자 형태로 제품을 사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투자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그들의 펀딩 페이지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품 콘셉트만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펀딩 중인 제품에 잘못 투자하면 실제 제품을 손에 잡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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