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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신상공개] 가질 수 없는 너, 올림푸스 M.ZUIKO ED 17mm f/1.2 프로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 사진에 흠뻑 빠져 미친 사람처럼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렀던 적이 있다. 지금은 현자타임(욕구 충족 후 찾아오는 공허한 시간)이 와서 잠시 쉬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좋은 사진 한 번 건져보겠다고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를 구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남대문 시장을 휘젓고 다녔었다.

줌렌즈와 단렌즈

여기에서 흔히 좋은 렌즈라고 하면 단 하나의 수치를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리개. 카메라에서 <f값>이라 부르는 이 수치는 빛을 다루는 장치가 제공하는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밝은 렌즈'라고 말한다. 밝다는 것은 빛을 1에 가깝게 통과시킴을 의미한다. 즉, 조리개가 렌즈 구경에 맞춰 활짝 열리고 그에 맞춰 빛이 통과하는 것이다. 빛을 많이 통과하니 어두운 곳에서도 셔터 누르기가 좋다. 빛이 아주 없다면 밝은 렌즈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렌즈의 조리개 수치가 낮을수록 가격이 높았고 곧 취미 사진가들에게는 꿈의 렌즈로 추앙 받기도 한다. 니콘의 N, 캐논의 L, 소니의 칼자이즈는 노란띠~ 빨간띠~ 파란방패~(자이스 로고가 방패와 유사하다)하면서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고가 렌즈 라인업들이다. 일반적으로 100만~300만 원 사이의 고가에 판매된다. 더 비싼 것도 있다.

렌즈들 사이에서 가장 밝은 조리개를 따져 보자면 대강 이렇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줌 기능이 있는 렌즈는 f/2.8, 그렇지 않으면 초점거리에 따라 f/1.2에서 f/4 정도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저렴한 것들은 이들보다 조리개 수치가 더 높아(어두위)진다. 이 같은 고성능, 고급 렌즈가 곧 브랜드의 사활에 관련이 있다. 얼마나 좋은 렌즈를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가치도 달라진다.

올림푸스 M.ZUIKO ED 17mm f/1.2 프로.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다소 낮지만 그래도 국내 시장에서 열심히 노력 중인 올림푸스한국에서 모처럼 고급 렌즈를 선보였다. <엠.즈이코(M.ZUIKO) ED 17mm f/1.2 프로(PRO)>가 그것. 무려 조리개 f/1.2라는 매우 밝은 렌즈에 속한다. 올림푸스 내에서 이 같은 조리개 수치를 자랑하는 렌즈는 25mm와 45mm에 이어 세 번째다.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올림푸스의 모든 광학 기술을 담아 넣었다. 특수 저분산(ED) 렌즈에 듀얼 슈퍼 비구면(DSA) 렌즈를 적절히 섞은 ED-DSA 렌즈를 채택해 렌즈 크기는 작아지게 됐다. 물론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데, 동급 DSLR 카메라 렌즈들이 88mm 이상의 직경을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67mm인 이 렌즈는 작고 귀여운 편에 속한다.

렌즈들을 참 실하게 넣었다.

또한 대구경에 엄청나게 밝은 조리개를 가진 렌즈는 주변부가 어두워지거나 흐려지면서 색이 번지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별도의 코팅 기술(Z-나노 코팅)을 통해 최적의 화질을 구현한다. 이 외에도 최단 20cm에 달하는 촬영 거리와 초음파 모터를 활용한 정숙성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수치는 17mm인데 올림푸스 렌즈교환식 카메라 특성상 초점거리가 2배가 된다. 면적이 필름 대비 절반에 머물러 있어서다. 그래서 17mm는 어느덧 34mm 표준 화각대 렌즈로 재탄생 된다. 이 때 구조의 특성상 배경 날림 효과가 필름 판형의 이미지 센서 대비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이걸 f/1.2의 밝은 조리개로 상쇄하고는 있지만 사진 애호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여기에 가격도 무려 152만 9,000원에 달한다. f/1.2의 조리개에 대구경 렌즈 채용 등 장점은 많지만 진입 장벽 자체가 높으니 벌써부터 탄식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듯 하다. 구할 수 없어 구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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