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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40년 콘텐츠 제국 닌텐도.. 부활 비결은 '침대용 게임기'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기 '스위치(Switch)'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닌텐도는 지난 해 12월 31일 기업 공시자료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의 전 세계 판매량이 1486만 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제품을 출시한지 고작 9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비디오 게임기의 판매량이 연말과 연초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못해도 1700만 대 이상의 스위치가 판매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닌텐도의 원래 목표는 출시 후 1년 동안 1000만 대의 스위치를 판매하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호조를 바탕으로 20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한 상태다. 현재까지의 판매 속도를 볼때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닌텐도
<닌텐도 스위치 로고>

심지어 스위치는 닌텐도의 수요 예측 실패로 시장에 제대로 물건을 공급하지 못했던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이다. 미국, 일본 등지에선 스위치가 매장에 입고되기 무섭게 품절되었다. 게이머(게임을 즐기려는 소비자들)들은 스위치를 구매하기 위해 몇 개월씩 기다려야 했고, 일부 매장에선 추점을 통해 스위치 구매자를 선정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파는 물건이었다. 이러한 물량 부족은 닌텐도가 부품공급사들과 협약을 맺고 스위치 생산량을 늘린 지난 해 10월 이후 해소되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량도 눈에 띈다. 스위치는 지난 해 12월 1일 국내에 정식 출시 되고 불과 3일 만에 5만 5000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위치의 국내 유통사인 대원미디어에 따르면 12월 한 달 동안 판매된 스위치는 11만 대에 이른다. 미국, 일본,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스위치 붐이 일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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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게임기>

닌텐도는 사업 초기 화투와 완구 제조를 거쳐 1980년대부터 가정용 게임기(콘솔) 시장에 뛰어들면서 거대한 콘텐츠 제국을 건설했다.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 등 대형 히트작을 통해 세계 최대 게임기 회사로 거듭났으나 이후 콘솔 분야 후발주자였던 소니에 역전을 허용했고, 최근엔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커질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2011년엔 1962년 상장 이래 첫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닌텐도는 스위치를 통해 극적 반전을 이뤄내면서, 또 다시 게임기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스위치가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결국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1)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 개척' 2) '40년간 쌓아온 강력한 콘텐츠 파워' 3)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구매력 결집'이다.

이해하기 힘들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쉽게 이유를 풀어써보자. 1) '침대용 게임기라는 독특한 분야 개척' 2) '마리오, 젤다, 그리고 포켓몬' 3) '키덜트 세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정용도 휴대용도 아니다. 침대용이다

비디오 게임기는 그 형태와 성능에 따라 '가정용(거치형)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로 구분할 수 있다. 가정용 게임기란 티비나 모니터 등과 연결해 거실과 방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기를 의미한다. 고품질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려는 게이머들에게 적합하다. 대표적인 가정용 게임기로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4',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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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로 침대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 플리커 제공>

휴대용 게임기란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넣어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기를 의미한다. 적당한 품질의 게임을 가볍게 즐기려는 게이머들에게 적합하다. 대표적인 휴대용 게임기로 '닌텐도 3DS',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비타' 등을 들 수 있다.

스위치는 대단히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기다. 두 가지로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기존의 구분법을 따르지 않고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을 반반씩 갖추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처럼 티비나 모니터와 연결해 고품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휴대용 게임기처럼 들고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 개척. 이것이 바로 스위치의 첫 번째 경쟁력이다. 스위치는 가정용과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을 함께 보유함에 따라 스위치는 가정용 게임기를 구매하려는 게이머와 휴대용 게임기를 구매하려는 게이머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스위치가 이러한 콘셉트를 갖춘 이유는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유와 휴대용 게임기 3DS의 공동 후속기기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위유는 크게 실패한 제품이라 하루 빨리 후속 제품이 등장해야만 했다. 3DS는 매우 성공한 제품이라 후속 제품이 등장할 시기가 점점 늦춰졌다. 원래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는 전혀 다른 수명 주기(라이프 사이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이유로 둘의 수명 주기가 겹치게 되었고 그 결과로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을 함께 보유한 스위치가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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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는 상황에 따라 게임기 형태를 바꿔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닌텐도 홈페이지 캡쳐>

물론 스위치가 완벽한 제품인 것은 아니다. 가정용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완벽히 하나로 합치기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 스위치는 가정용 게임기라고 하기에는 제품 성능이 뒤떨어지고, 휴대용 게임기라고 하기에는 제품의 크기가 너무 크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별개의 시장으로 존재해왔던 가정용 게임기 시장과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통합하려는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할만하다.

스위치가 등장함에 따라 비디오 게임기는 가정용, 휴대용에 이어 혼합형(하이브리드)이라는 새로운 분류가 추가되었다. 게이머들은 스위치와 같은 혼합형 게임기를 '침대용 게임기'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게이머들에 따르면 스위치와 같은 혼합형 게임기는 침대에서 게임을 즐기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일단 거실이나 방에 있는 티비나 모니터를 다른 가족들에게 빼앗기더라도 침대에 누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위치의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과 들고다니자니 부담스러운 제품 크기는 침대 위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터리 충전량이 바닥나면 전원 케이블을 연결한 후 게임을 즐기면 된다. 이렇게 침대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티비나 모니터가 비면 바로 연결해서 대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면 되고,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스위치와 보조배터리를 함께 들고다니며 게임을 즐기면 된다. 침대를 중심으로 거실과 야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모든 서비스 업체들이 추구해야한다는 '끈김없는 경험(Seamless Experience)'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마리오, 포켓몬... 40년 동안 쌓아온 콘텐츠 제국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에 디즈니가 있다면, 게임 시장에는 닌텐도가 있다. 그만큼 1980년대 이후 닌텐도가 쌓아온 게임 관련 지적재산권은 막강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아는 '마리오 시리즈', 평론가들에게 가장 뛰어난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젤다 시리즈', 게임을 넘어 하나의 사회 신드롬으로까지 확대된 바 있는 '포켓몬 시리즈'까지 모두 닌텐도의 게임 콘텐츠다. 이러한 세 가지 핵심 콘텐츠 외에도 닌텐도는 게임 시장을 들썩이게 할 수 있는 수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8비트 게임 시절부터 이어져내려온 슈퍼마리오 게임 속 캐릭터는 이제 닌텐도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닌텐도 제공 스위치는 이러한 닌텐도의 핵심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비디오 게임기다. 이것이 스위치의 두 번째 경쟁력이다. 닌텐도의 콘텐츠는 오직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다. 과거 '슈퍼 마리오 런', '포켓몬 고' 등 마리오, 포켓몬 관련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출시되기도 했으나, 모두 본래 시리즈와는 거리가 있는 외전격 게임이었다. 특히 포켓몬 시리즈의 경우 닌텐도의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용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었고 가정용 게임기에서는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스위치로 포켓몬 시리즈가 출시되기로 결정됨에 따라 티비와 모니터에서도 포켓몬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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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대표적인 콘텐츠 포켓몬스터. 플리커 제공>

닌텐도의 콘텐츠는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닌텐도 키드(Nintendo Kid)'라는 닌텐도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들은 1980~1990년대 마리오와 젤다 시리즈로 닌텐도의 팬이 된 1세대 닌텐도 키드와 2000년대 포켓몬 시리즈로 닌텐도의 팬이 된 2세대 닌텐도 키드로 나눌 수 있다. 30~40대인 1세대 닌텐도 키드는 주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를 구매했고, 20대 중후반인 2세대 닌텐도 키드는 주로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위치를 통해 두 팬층은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고, 덕분에 스위치는 초반부터 강력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

키덜트가 뭐가 나빠? 가끔은 어른이 아닌 아이이고 싶다

스위치는 모바일 게임보다 우수한 품질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40대 성인 남성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이것이 스위치의 세 번째 경쟁력이다.

대부분의 20~40대 성인 남성은 마음 한 구석에 어린 아이가 숨어 있다. 이들은 직장과 사회에서는 당당한 성인 남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더라도 집에 들어오면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한다. 키덜트(kidult) 세대라는 얘기다. 이들에게 스위치는 게임에 몰입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꼭 가져야 할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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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에 위치한 닌텐도 본사. 닌텐도 제공>

20~40대 성인 남성은 알다시피 모바일 게임을 통해 그 구매력이 입증된 세대다. 여성 게이머를 노리는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예외없이 이들을 타겟으로 한다. 그런 그들이 스위치에 큰 관심을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용으로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지만, 가정용 게임기로 나오는 양질의 게임을 아직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반면 스위치는 가정용 게임기와 대등한 수준의 양질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해준다. 30만 원대 중반이라는 스위치의 가격도 이들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취미 생활을 위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다.

스위치는 플레이 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경쟁 제품보다 유리한 점이 하나 더 있다. 20~40대 성인 남성은 퇴근 후 집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지만 티비와 모니터는 쉽게 그들의 것이 되지 않는다. 부모, 아내, 자녀 등 같이 사는 다른 가족들에게 양보해야만 한다.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가정용 게임기와 PC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키덜트 세대에게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스위치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사실 앞에서 설명한 침대용 게임기란 표현은 이렇게 거실과 방에서 밀려나 침대로 들어가 게임을 즐겨야 하는 20~40대 성인 남성의 애환을 담은 표현이기도 하다.

닌텐도의 다음 목표는 체험용 게임기 시장의 영광 재현

지난 1월 18일 닌텐도는 스위치와 전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골판지, 노끈, 베어링 등이 들어 있는 DIY 키트(구매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제품)를 조합해 RC카 조종, 낚시, 피아노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닌텐도 라보(Nintendo Labo)'를 발표했다. '놀이의 본질'을 추구하는 닌텐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많은 게이머들이 환호했다.

닌텐도 라보는 닌텐도의 최고 전성기였던 위의 영광을 스위치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위의 핵심 경쟁력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체감형 게임에 있었다. 닌텐도 라보를 활용하면 스위치에서도 위에 버금가는 체감형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골판지 등을 이용한 DIY 키트인 만큼 무엇인가를 조립해서 완성한다는 만족감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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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체감형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비디오 게임기의 주요 소비층인 20~40대 남성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이는 후속 제품인 위유의 실패로 이어졌다. 스위치는 이러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20~40대 남성을 먼저 만족시킨다는 전략을 취해 작은 성공을 거뒀다. 이제 닌텐도는 이러한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스위치에 체감형 게임을 추가해 스위치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 2의 위가 되도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닌텐도 라보의 성패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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