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NGA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시대? 구글 클라우드 오토ML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인간은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 버금가거나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알아서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은 그 혜택만 누리면 된다는 주장이다.

기술적 특이점이 언제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되었다. 바로 구글 오토ML(AutoML)이다. 오토ML은 학습이 잘 된 선배 인공지능이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기술이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세상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세상으로, 이어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이 사람을 가르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구글 클라우드 오토ML<구글 클라우드 오토ML>

오토ML의 비밀은 최신 기계학습 기술인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과 '러닝 투 런(Learning2learn)'에 있다. 구글은 이 두 기술을 활용해 오토ML을 개발해서 공개했다.

전이학습이란 특정 용도로 완성된 인공지능을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바둑을 가르친 인공지능에게 체스도 하라고 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학습시킨 데이터에 따라 인공지능을 한 가지 용도로밖에 이용할 수 없었다. 바둑을 배운 인공지능은 바둑을 두는데 밖에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전이학습 기법이 개발된 이후 하나의 인공지능을 유사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바둑을 배운 인공지능이 체스를 두게도 할 수 있고,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운 인공지능에게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라고 시킬 수도 있다.

전이학습의 원리는 간단하다.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 또는 강화학습 같은 주요 기계학습 방법론으로 인공지능을 만들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인공신경망도 함께 강화된다. 전이학습의 핵심은 이렇게 완성된 알고리즘과 인공신경망을 재활용하는 것에 있다. 강화된 알고리즘과 인공신경망을 재활용하면 인공지능은 유사한 데이터를 빠르게 익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을 통해 인공지능의 지능 수준을 3살 유아에서 20살 청년 수준으로 강화한 후 이렇게 강화된 인공지능에게 지금까지 배운 것 말고 다른 일도 해보라고 시키는 셈이다. 3살짜리 유아는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지만, 20살 청년은 손쉽게 해낸다. 이러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러닝 투 런은 원래 선생님이 새로운 것을 익히면서 이를 바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육학 기법을 의미하지만, 기계학습에서는 인공지능이 강화된 자신의 알고리즘과 인공신경망을 다른 인공지능에게 전달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컴퓨터 비전
<컴퓨터 비전 기술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은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구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오토ML은 인공지능 학습 및 상용화에 애를 먹는 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실무와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에게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만나 오토ML의 상용화가 시작되었다.

구글은 지난 17일 자사의 클라우드인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을 통해 오토ML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클라우드 오토ML'을 공개했다. 클라우드 오토ML은 GCP를 통해 기업이 좀 더 쉽게 오토ML을 자사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클라우드 오토ML은 기존 오픈소스 기반 인공지능 라이브러리나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API 대비 세 가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오토ML<클라우드 오토ML의 세 가지 장점. 간단, 안전, 유연>

첫 번째 장점은 '인공지능 모델의 뛰어난 정확도'다. 클라우드 오토ML은 구글이 미리 학습시켜놓은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기업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기업에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전문가가 없더라도 비교적 학습이 잘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의 보는 능력을 평가해주는 이미지넷 벤치마크 결과 클라우드 오토ML을 활용해 개발한 인공지능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개발한 인공지능보다 이미지 인식 능력이 우수하고, 오류가 적었다.

두 번째 장점은 '보다 빠른 제작 속도'다. 클라우드 오토ML을 활용하면 오픈소스나 API를 활용할 때보다 빠르게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서비스에 적용할 간단한 모델은 몇 분만에 만들 수 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서비스인 완전한 인공지능 모델은 하루나 이틀이면 완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빨라도 몇 주, 길면 몇 달씩 걸리는 기존 인공지능 개발 방식보다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쉬운 인터페이스'다. 클라우드 오토ML은 어려운 텍스트 기반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대신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파이썬, R 등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지 않아도 인공지능 개발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관련 지식은 필요하다.)

구글 클라우드 오토ML<클라우드 오토ML을 활용하면 웹 서핑을 하듯 편리한 GUI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클라우드 오토ML은 이제 막 시작된 서비스다. 때문에 아직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첫 번째 단점은 인공지능의 세 가지 핵심 능력 중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 관련 인공지능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오토ML은 현재 '클라우드 오토ML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비전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만 개발할 수 있는 기능만 공개되었다. 이 기술로 사람 또는 사물을 구분하거나 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챗봇이나 번역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는 없다.

리 페이페이(Fei-Fei Li) 구글 클라우드 AI 수석과학자는 "클라우드 오토ML은 이제 막 시작된 기술이다. 현재는 컴퓨터 비전 관련 기능만 공개되었지만 향후 자연어 처리나 음성 인식 같은 다른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도 개발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오토ML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단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개 서비스가 아니라 구글에게 신청을 한 후에 이용할 수 있는 알파 테스트 서비스라는 것이다. 알파 테스트인만큼 기본 서비스 이용은 무료로 할 수 있고,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이용하면 별도로 요금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아직 한국어로 이용할 수는 없고, GCP 오토ML 영문 페이지(https://cloud.google.com/automl/)에서 사용 신청을 할 수 있다.

리지아(Jia Li) 구글 클라우드 및 AI 개발 총괄
<리지아 구글 클라우드 및 AI 개발 총괄>

리지아(Jia Li) 구글 클라우드 및 AI 개발 총괄은 "어반 아웃피터스, 디즈니, 런던동물학회 등 인공지능 기술과 큰 연관이 없는 유통, 미디어 기업과 학계에서도 클라우드 오토ML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상용화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오토ML이 보급되면 인공지능 개발 인력이 없는 기업도 뛰어난 인공지능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클라우드 오토ML이 상용화됨에 따라 기업이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직접 개발, 오픈소스 이용,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 API 이용 등 세 가지에서 클라우드 오토ML을 포함한 네 가지로 늘어났다.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거나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지만, 기술 개발에 많은 인력, 비용, 시간 등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API나 클라우드 오토ML을 이용하면 빠르게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지만, 기술 및 인프라 종속이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자사 비즈니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게 주어진 숙제다. 기업은 이제 자사의 역량을 파악해 어떤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클라우드 오토ML은 인공지능 개발 역량이 거의 없는 기업도 인공지능을 만들어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때문에 비즈니스 전반에 큰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구글은 현재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에게 밀려 클라우드 사업에서 3~4위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인프라 서비스 사업에서 뒤쳐진 간격을 메우기 위해 클라우드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하는데 자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클라우드 오토ML은 그러한 성과 가운데 하나다. 구글의 다양한 인공지능 API와 함께 구글이 나날이 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