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JTBC 뉴스룸 프리랜서 작가의 담담한 기록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10월 시작과 함께 유난히 길어 더 달콤했던 추석연휴를 보내니 확연히 쌀쌀해진 날씨가 이제 겨울만이 남아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덕분에 조금씩 초조해지는 요즘이다.

초조해지는 연유는 어느덧 2017년도가 끝나가고 있다는 자각과 남은 시간의 양일 터.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나 온 1년 여를 떠올려본다. 무슨 일들이 있었지?

그러고 보니 2017년 대한민국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뉴스가 드라마나 여느 예능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충격적이었던 지난 1년, 믿기도 힘들 만큼의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외면할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여기 그 현장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전해야 했던 한 사람의 담담한 기록이 있다. 신간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부키]의 임경빈 작가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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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표지

이 책의 부제는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작가의 보도일기'지만, 저자는 JTBC 소속이 아니다. 프리랜서 시사전문 방송작가다. 2012~2017까지 5년 동안 8~9 군데의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프로그램을 거쳐 JTBC의 <뉴스룸>의 메인 작가를 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국에 소속된 앵커도 기자도 직원도 아닌, 말 그대로 소속 없는 그의 포지션이 편향되지 않은 '거리두기'로 현장을 전달해 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물론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손이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해 진다.

종편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고 이제는 신뢰 뉴스의 상징이 된 JTBC의 <뉴스룸>. 이 책은 단순한 일방적인 뉴스 전달에서 함께 생각하고 참여하는 뉴스로 TV 앞으로 다시 시청자들을 불러모은 <뉴스룸>의 제작과정을 작가의 감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나아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새로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 '뉴스(NEWS)'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업되는지,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가려진 현장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일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중에서 어떤 것을 전달할지, 제한된 시간과 형식 안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더 파고들어야 할지 끝없이 체크하고 분석하고 결정해야 하는 반복되는 사투 현장을 케이스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채널의 다양성으로 가히 뉴스폭발의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나 뉴스를 접하는 사람 모두 그만큼 진짜 뉴스를 잘 걸러내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만드는 사람은 저널리즘의 본령으로 돌아가 타협은 단호히 잘라내고, 가짜 뉴스를 분리해 내기 위해 눈과 귀는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

저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취재해서 잘 만드는 수 밖에는 없다고 말한다. 관찰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단을 먼저 하고 관찰을 갖다 붙이는 사태를 피하기 위한 건조한 시각도 필수다. 때로는 차마 보고 싶지 않는 부분까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고, 고통스러울수록 더욱 더 파고들어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정치 혐오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닌 '정치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소신에서 내일의 희망을 본다.

저자는 책을 통해 방송작가들의 삶도 비중 있게 조명하고 있다. 소속이 없는 방송작가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비 정규직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 그리고 경쟁이 낳은 외주제작 하청의 열악한 환경까지 후배작가들에게 '그저 버티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업에 대한 고찰이 애잔하다. 프리랜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가려진 불안한 노동자들의 가혹한 현실이 부쩍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매섭고 씁쓸하다.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방전되어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꾸역꾸역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저자에게 있어 일은 무엇일까? 왜 다시 뉴스를 붙잡고 뉴스를 만들어 내는가. 스스로 정말로 뉴스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이야기이자 필요한 이야기,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작업 중 하나이자 늘 새로운 작업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열정 가득한 행복한 지옥을 응원한다! 유난히 뉴스가 기다려지는 오늘이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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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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