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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중심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오라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종잡을 수 없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용되는 절대적인 법칙이 하나 있다. "영원한 사업(비즈니스)은 없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기업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 변하지 못하면 도퇴될 수밖에 없다. 세상이 아날로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변하고 있으니, 기업 경영도 아날로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기업 경영의 디지털화)이다.

디지털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기업으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오라클(Oracle)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목해야 한다. 오라클은 태생이 디지털 기업이다. 전 세계 7위의 부자인 천재경영자 래리 엘리슨이 197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이 기업은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해왔다. 지난 40년 동안 오라클을 빼고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쌓아왔다. 지금도 DBMS에서 오라클의 입지는 굳건하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는 여전히 전 세계 수 많은 기업이 이용하고 있고,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오픈소스 DBMS MySQL에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보했다.

오라클

하지만 이러한 오라클의 사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오라클이 실수해서 찾아온 위기가 아니다. 오라클의 주력 사업인 DBMS 시장에 변화가 찾아옴에 따라 나타난 위기다. 오라클의 DBMS는 유닉스 서버, x86 서버, 메인프레임 등 기업의 자체 인프라(온프레미스)에 설치해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인프라 시장의 흐름이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로 변함에 따라 기업들이 오라클의 DBMS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오라클 대신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제공하는 DBMS 'AWS 오로라'와 '애저 SQL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래리 엘리슨과 오라클은 변화함으로써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선택을 내렸다. DBMS 중심의 기업에서 클라우드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선택이다. 전사의 모든 역량을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투입하고 93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해 클라우드의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디지털 기업이 다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의 두 가지 사업 형태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사의 핵심 사업이었던 DBMS와 기업용 소프트웨어(ERP, CRM, 파이낸스 등)를 클라우드에 올려 이를 서비스 형태로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소프트웨어 서비스, SaaS)이다. 이는 타사의 클라우드를 인프라로 채택한 기업들도 오라클의 DBMS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높은 인프라 도입 비용과 라이선스 비용이 부담돼 오라클의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던 SMB(스몰 미디움 비즈니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도 오라클의 DBMS와 소프트웨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두 번째는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제공하는 것(인프라 서비스, IaaS)이다. 오라클의 방대한 인프라와 DBMS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클라우드를 위한 새로운 조직,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

오라클의 변화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이 변한 것뿐만 아니라 내부 영업팀과 마케팅팀도 함께 변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ODP)' 조직이다. ODP는 오라클 클라우드 고객을 위해 새롭게 구성된 영업과 마케팅 전담 조직이다.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

DBMS에서 클라우드로 주력 비즈니스가 변함에 따라 오라클의 고객도 함께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오라클의 DBMS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주요 대기업들만 관리하면 되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모든 기업이 고객이 될 수 있다. 대기업부터 SMB까지 고객의 폭이 매우 넓다. 일반 인터넷 기업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ODP는 오라클이 달라진 고객에 맞춰 업무 방식과 모습을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일신한 조직이다. 사실 오라클은 실리콘밸리 기업답지 않게 일하는 방식과 모습이 전통적인 형태에 갖혀있었다. 그들의 주요 고객이 전통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양복을 갖춰입고 출근하고 파티션을 통해 질서있게 나눠진 환경에서 일했다. ODP는 다르다. 클라우드의 주요 고객인 SMB들은 양복과 파티션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근무환경을 답답하게 여긴다. 자유로운 복장과 소통을 위해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들의 맞춰 ODP에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티셔츠와 청바지로 대표되는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오픈된 공간에서 서로 협력하며 일한다. 고객에 맞춰 사업 아이템뿐만 아니라 업무 방식까지 바꾼 것이다.

이제 오라클의 클라우드 영업과 마케팅은 두 가지 축을 통해 함께 전개된다. 전통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은 오라클의 기존 사업팀에서 담당한다. 자유로운 복장과 IT 기술을 통한 원거리 소통을 어색하게 여기는 이들을 위해 오라클의 직원 역시 양복을 입고 1:1 직접 대면을 통한 상담을 진행한다. 오라클의 새로운 고객이 될 SMB는 ODP에서 담당한다.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원거리 소통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ODP는 단순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이 아니다. 소셜을 적극 활용한 홍보와 디지털 세일즈까지 담당하는 복합 조직이다. 새로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라클의 다짐이 엿보이는 팀이다.

이러한 ODP가 한국에도 생겼다. 지난 9월 20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16층에 한국오라클 ODP 조직이 들어왔다. 인도 방갈로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생긴 ODP 조직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ODP 아시아태평양지역 리더인 마리아 자난 오라클 부사장이 방한했다.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마리아 자난 오라클 ODP 아시아태평양지역 리더>

다음은 OPD를 두고 자난 부사장과 나눈 1문 1답이다.

Q. 오라클은 왜 이런 팀과 공간을 만들었나?

A. 사람들이 오라클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매우 거대한 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 업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오라클의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ODP는 오라클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조직이다.

현재 오라클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에 맞춰 서비스 판매 방식도 새로워져야만 한다. 새로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업무와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을 통째로 바꿔야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과거의 공간에서 일하면 고객과 소통하기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다.

Q. 오라클의 직원들은 ODP에서 어떤 형태로 일하게 되는가?

A. 사실 오라클이 실리콘밸리의 다른 스타트업처럼 모든 업무 공간과 업무 방식을 자유롭게 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점진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일단 직원들 좌석의 경우 자율이 아니라 지정 좌석이다. 하지만 파티션을 없애 직원들끼리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했고, 별도의 협업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고객과 원격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원격 회의실도 곳곳에 만들었다. 물론 모든 고객과의 대화를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고객들의 경우 원격 대화보다 직접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오라클의 직원들을 만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ODP를 고객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당연히 고객이 원하면 ODP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기도 할 것이다.

Q. ODP 내에선 어떤 직렬의 직원들이 근무하는가?

A. 세일즈나 마케팅에 관련된 직원들뿐만 아니라 콘텐츠 매니저, 디지털 미디어 분석가, 서비스 지원가, 채널 매니저 등 다양한 직렬의 직원들도 함께 일하게 된다. 이곳은 매우 유연한 부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새로운 부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로바로 인력이 충원되고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질 것이다.

Q. ODP는 오라클이 SMB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인가?

A.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에는 제한이 없다. 새로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SMB 영업 강화는 그러한 도전의 일환이다. ODP는 전 세계적으로 1년 정도된 조직이고, 실제로 가동된 기간은 8개월 남짓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십 건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클라우드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조직이 될 수 있었다.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ODP 근무방식을 설명 중인 마리아 자난 오라클 부사장>

Q. ODP 소속 직원들은 기존 오라클 직원과 어떻게 다르게 일하는가?

A. 큰 움직임면에선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고객과 시장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지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ODP 직원은 모든 일을 고객 중심으로 처리한다. 해외 고객들은 원거리 소통을 선호한다. 이에 맞춰 ODP 직원들은 원거리 소통을 진행했다. 반면 한국 고객들은 대면 소통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ODP 한국 직원들은 고객에 맞춰 대면 소통을 진행할 것이다.

일하는 시설과 일할 때 입는 옷을 바꾼 것은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ODP는 영업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오라클 직원이 특정 사업 영역과 특정 고객을 정해서 관리했다. ODP는 관리할 고객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 기업이 고객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 움직인다.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찾아다닐 것이다. 고객 만족 중심의 영업에서 신규 고객 확보 중심의 영업으로 변할 것이다.

ODP는 좀 더 역동적인 고객 소통을 진행한다. 소셜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널리 이용되는 카카오톡 등 모든 채널을 활용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에반젤리스트(디지털 전도사)를 활용한 고객 확보 및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Q. 다른 인터넷 기업의 영업 방식과 너무 유사한 것은 아닌가?

A. 핵심은 성과다. 오라클의 기존 직원과 파트너사의 저항이 있었으나, ODP가 좋은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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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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