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래그십과 중급기 사이의 경계, 니콘 D7500

강형석 redbk@itdonga.com

니콘 D7500.
니콘 D7500.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2015년 3월, 기자는 니콘의 중급 DSLR 카메라 D7200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카메라는 플래그십 카메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쾌적한 성능과 안정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다. 당시 출시했던 중급 풀프레임 DSLR 카메라 D750의 기술 일부를 이어 받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2년 가량 지난 2017년, 니콘은 창립 100주년을 맞으면서 D7200의 후속 제품인 D7500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상위 제품으로 D500이 존재하는 만큼, 그 영향을 어느 정도 흡수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이미지 센서와 영상처리엔진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요소에 있어 변화가 이뤄졌다.

D7000 시리즈의 공식을 따르는... 그러나

니콘의 D7000 시리즈는 중급 DSLR 카메라 라인업으로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본래 DX 포맷(35mm 필름 대비 1.5배 초점거리) 최고 사양 제품군이었지만 D500이 출시되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D7500 또한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다지인은 기존 D7000 시리즈와 다르지 않다. 당장 육안으로 봐도 과거 경험했던 D7200과 차이가 없다. 그저 카메라 한 쪽에 부착된 레터링의 숫자가 D7500이 된 것이 뚜렷한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라 하겠다.

니콘 D7500.
니콘 D7500.

크기와 무게는 조금 줄었다. D7500은 폭 135.5mm, 높이 104mm, 두께 72.5mm로 기존 D7200의 폭 135.5mm, 높이 106.5mm, 두께 76mm 대비 작아졌다. 무게도 720g으로 기존 765g 대비 45g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장 이 무게 차이가 실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구매했다면 그저 그런 무게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기존 D7000 시리즈 사용자가 이 제품을 선택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세부 디자인에는 변경이 이뤄졌다. 특히 손에 쥐는 맛을 좌우하는 그립에 변화를 집중시켰다. D7500은 D7200 대비 그립부가 높아졌다. 손가락을 카메라에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으므로 촬영 안정성이 높아졌다.

전면부 구성은 평범하다. 렌즈 교환을 위한 버튼이 있으며, 사용자 기능 설정 버튼(fn1)이 위치해 있다. 여기에 초점 모드 변경 스위치와 촬영 모드 변경 버튼이 렌즈 교환 버튼 아래에 있고, 내장 플래시 버튼과 브라케팅 설정 버튼도 전면에 잘 배치되어 있다.

니콘 D7500.
니콘 D7500.

상단 조작은 단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촬영 방식(P/S/A/M)을 결정하는 모드 다이얼 1개가 탑재됐고 연사 기능을 결정하는 다이얼도 아래에 제공된다. 오른 손이 닿는 위치에는 노출 보정 버튼과 감도 조절 버튼, 녹화 버튼, 셔터 버튼이 달려 있다. 셔터에는 전원을 켜고 끄거나 정보창의 백라이트를 켜는 스위치가 함께 포함된다.

니콘 D7500.
니콘 D7500.

기타 조작부는 후면에 집중된다. 다만 구성 자체는 기존과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 좌측에는 촬영보다 카메라 사전 설정에 필요한 메뉴를 집중 배치해 두었다. 메뉴, 설명 및 결과물 잠금(화이트밸런스), 확대 및 축소, 정보 버튼 등이 있고 추가로 촬영한 결과물을 액정으로 확인하는 리뷰 버튼과 이미지 삭제 버튼도 제공된다.

우측에는 노출고정 또는 초점고정 버튼과 함께 메뉴 조작 버튼, 라이브뷰 버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촬영 시 불필요한 조작을 막는 스위치와 라이브 뷰 적용 시 동영상/사진 촬영을 전환 스위치 등도 눈에 띈다. 조작을 빠르게 해주도록 돕는 조작 다이얼은 전면과 후면 각 1개씩 제공된다.

후면 디스플레이는 3.2인치 크기로 92.2만 화소 사양이다. 화질이나 시야각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밝은 야외에서도 액정 확인에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틸트 기능이 있어 라이브 뷰 촬영 시 다양한 각도로 기록할 수 있게 해준다.

니콘 D7500의 메모리 슬롯.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었다.
니콘 D7500의 메모리 슬롯.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었다.

D7500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메모리 슬롯의 축소다. 기존 D7200까지만 하더라도 SD 메모리카드 2개를 장착해 활용성 측면에서 높은 이점을 제공해왔다. 예로 메모리카드 2개를 모두 꽂아두면 촬영한 순서대로 메모리카드에 저장하거나 하나는 JPG, 다른 하나는 RAW(비압축) 촬영을 지원하는 식으로 운영 가능했다.

안정적인 결과물과 성능 돋보여

D7500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 렌즈는 AF-S DX 니코르 18-140mm f/3.5-5.6G ED VR을 사용했다. 전천후 줌렌즈로 가장 무난한 조합이다. 35mm 필름 대비 환산한 초점거리는 27-210mm에 대응한다. DX 포맷 이미지 센서 면적이 35mm 필름 대비 1.5배 작기 때문이다. 촬영은 카메라 기본 상태에서 감도와 조리개만 조절했다는 점 참고하자. 색감이나 결과물 등에 영향을 주는 픽처 컨트롤도 기본 설정을 사용했다.

니콘 D7500의 결과물. (감도 ISO 200, 셔터속도 1/125초, 조리개 f/6.3, 초점거리 75mm,
평균측광)
니콘 D7500의 결과물. (감도 ISO 200, 셔터속도 1/125초, 조리개 f/6.3, 초점거리 75mm, 평균측광)

뷰파인더를 보고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과정은 D7200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쾌적하고 스트레스가 없다. 자동 초점 성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속도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고 쾌적하며 거침 없다. 중급 DSLR 카메라지만 감각적으로는 플래그십 못지 않다. 다만 편의성과 묵직함, 완성도 측면에서 D500 대비 조금 부족할 뿐이다.

이는 기본적인 구조가 D7200과 다르지 않아서다. 자동초점 모듈은 기존과 동일한 멀티캠 3500 II를 쓴다. D7200, D750 등에 쓰인 것이다. D7500에도 이를 그대로 썼으니 감각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셈이다. D500은 이보다 더 앞선 멀티캠 20K를 써 55개 측거점과 98개의 보조 측거점을 쓸 수 있지만 D7200은 51개의 측거점만 제공된다. 아쉽지만 이것이 플래그십과 중급기를 나누는 기준 정도라고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측광 센서와 이미지 센서, 영상처리엔진은 D500의 것을 가져왔다. 화소는 2,088만으로 엑스피드5 프로세서와 호흡을 맞춰 ISO 100부터 5만 1,200까지의 상용감도를 지원한다. 확장하면 최대 5단계까지 대응하고 이는 ISO 164만 상당이다. 그러니까 D7500은 ISO 50부터 최대 ISO 164만까지 쓸 수 있다.

결과물은 차분하다. 18만 픽셀 RGB 측광 센서가 있어 노출 제어도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그에 따른 화이트밸런스 검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감도는 ISO 1만 2,800까지는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부터는 컬러 노이즈와 함께 세밀함이 떨어진다. 상용감도까지는 해상도를 줄이는 것으로 화질 확보가 가능하고 확장 감도 적용은 가급적 급할 때에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니콘 D7500의 결과물. (감도 ISO 1,600, 셔터속도 1/60초, 조리개 f/8, 초점거리 50mm,
평균측광)
니콘 D7500의 결과물. (감도 ISO 1,600, 셔터속도 1/60초, 조리개 f/8, 초점거리 50mm, 평균측광)

기존 카메라들을 통해 제공됐던 기능들도 충실히 담아냈다. 특히 선보정 및 후보정 같은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기능들이 대표적이며, 다중노출 기능도 제공한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강화됐다. 기존 풀HD만 가능하던 것(타임랩스만 4K)에서 이제 4K UHD 촬영이 가능하다. 풀HD 촬영을 한다면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액티브 D-라이팅을 적용할 수 있다. 카메라에는 동영상 전용 설정 메뉴도 있으므로 편리해졌다.

D500과 D7200 사이에서...

잠깐이나마 느껴본 D7500은 달라졌지만 애매해진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부는 D500의 것을 가져왔으나 플래그십의 강렬함을 주지 못했고, 일부는 D7200의 장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차별화되는 요소는 오히려 빠져버렸다. 기본기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분명 뛰어나지만 2년만에 등장한 후속기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가득한 요소들이 몇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개로 줄어버린 메모리 슬롯이 대표적이다. 타 동급 카메라들과 차별화되는 D7000 시리즈 유일한 아이콘이 사라져버렸다. 이제 그냥 다른 카메라와 같아진 것이다. 4K 영상 촬영 영역도 센서 전체가 아닌 1.5배 영역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니콘 D7500.
니콘 D7500.

그러나 기기 자체의 기본기와 기능적 측면을 고려하면 상당한 매력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진 전송과 클라우드 저장, 펌웨어 안내, 원격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스냅브릿지(SnapBridge)를 시작으로 안정적인 화질이나 성능은 동급 중급기 DSLR 카메라와 견줘도 손색 없을 정도다.

D7500의 가격은 148만 원. 가격대 성능을 고려했을 때 사진 입문자부터 하이 아마추어의 보조 카메라 등으로 폭넓게 대응할 수 있을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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