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포토북 시장은 오히려 성장 중 '스냅스 김성경 대표'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사진을 찍으면 꼭 인화했다. 인화하지 않으면 사진을 볼 수 없으므로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 때문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사진관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점점 인화하지 않게 되고, 사진관도 설 자리가 좁아졌다.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과연 사진을 인화하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 나 또한 10년 넘게 사진을 인화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스냅스'가 이 시장에서 올린 작년 매출이 무려 200억 원가량이나 된단다. 처음 스냅스 김성경 대표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김성경 대표는 200억 원이 절대 크지 않단다. 1000억 원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장이란다.

스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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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냅스 김성경 대표(출처 = 스냅스)

인화가 아닌 인쇄

스냅스가 주력하는 제품은 포토북이다. 포토북은 엄밀히 말하면 인화가 아닌 인쇄다. 인화는 암실에서 약품 처리하는 방식의 낱장 사진을 말한다. 양면이 아닌 한 면만 인화를 할 수 있으며, 사이즈가 고정되어 있고, 제가공이 힘든 단점이 있다. 과거엔 인화가 대부분이었다.

포토북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진을 책처럼 만들어 주는 제품이다. 다양한 크기와 양면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화가 아닌 인쇄의 영역이다.

처음 스냅스가 만들어졌던 2003년은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나오던 시절이다. 김성경 대표는 당시 디지털카메라 유통을 했었는데, 관련 비즈니스를 고민하다 온라인으로 사진을 올리면 인화를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과 함께 좌절을 맛봤다. 이미 시장에는 150개가 넘는 업체들이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것.

김성경 대표는 "디지털 사진을 온라인으로 인화해 주는 비즈니스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았다"며 "장비 한 대 사면 바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보니 아이디어는 괜찮을지 몰라도 돈이 안 됐다"고 말했다. 150여 개의 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가격 싸움으로 빠져 포기도 생각했었단다.

하지만 고객 한 명으로 인해 사업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 돌잔치 초대장을 디자인해 인화를 의뢰한 고객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김성경 대표는 우리가 살 방법이 이거라는 걸 직감했단다. 템플릿을 제공해 사용자 사진을 꾸밀 수 있다면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 템플릿을 도입한 것. 당시 사진 1장 인화에 120원이었지만, 템플릿을 도입하고 400원에 팔았음에도 잘 되었다.

김성경 대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이렇게 인화한 사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들여다봤다. "사람들은 인화한 사진을 포켓 앨범에 꽂아 보관하더라"며 "그래서 책으로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김성경 대표는 생각했다. 이미 템플릿은 제공해 주고 있었으니 이를 낱장이 아닌 여러 장으로 묶어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여겼고, 국내 첫 포토북 출시로 이어졌다. 업계 바닥에서 시작한 스냅스는 포토북 출시 이후 업계 수위로 올라서게 됐다.

감성 서비스

김성경 대표는 포토북에 대해 "디지털 감성이 아날로그와 융합되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보던 사진을 책으로 만들면 완전히 다른 감성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시대이다 보니 과거 필름 카메라처럼 촬영 횟수에 제한이 없다시피 하다. 한마디로 막 찍는 수준이랄까? 하지만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진 중에 특별한 걸 골라야 하고, 템플릿을 활용해 다양하게 꾸미게 된다. 한마디로 정성이 들어간다. 이렇게 나온 포토북은 스마트폰에서 대충 보고 넘기던 사진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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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형태의 포토북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스냅스 홈페이지 캡쳐)

김성경 대표는 "한번 만들어 본 고객은 재구매로 많이 이어진다"며 "재구매 비중이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 30% 이상이다"고 설명했다.

주요 타깃은 20~40대 여성 고객. 80% 이상이 여성 고객이다. 김성경 대표는 "사진은 아빠가 많이 찍지만, 포토북 특성상 편집 등을 해야 하다 보니 다소 귀찮아 남자들이 잘 안 한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한다.

업계 수위를 유지하는 비결

전체 인화 시장은 여전히 많은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포토북 시장만 놓고 보면 20여 개 업체가 경쟁 중이다. 스냅스는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경 대표는 "저희 상품이 업계에서 가장 비싸다"며 "하지만 품질을 생각한다면 저희 스냅스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 자신감을 내비쳤다. 좋은 종이, 6도 인쇄, 자동화된 생산 시설 등 일정한 품질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가를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있단다.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도 품질이 더 좋다"고 김성경 대표는 말한다.

품질에 자신 있어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김성경 대표는 "국내 고객들은 수준이 높고 깐깐하다"며 "제품을 받으면 정말 디테일한 이야기로 피드백을 준다"고 밝혔다. 그 수준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품질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미국, 유럽 업체들의 포토북과 비교해 보면 가격은 더 저렴하지만, 품질은 더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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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냅스 김성경 대표 (출처 = 스냅스)

여기에 자체 R&D를 꾸려 기술 개발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타사의 경우 포토북을 제작하는 툴이 설치 위주인데, 스냅스는 HTML5로 개발해 어떠한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디자인할 수 있다.

김성경 대표는 "개발은 외주에 맡기는 게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지만, 그럴 경우 고객의 니즈에 바르게 대응할 수 없다"며 "돌잔치 초대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즈스를 만든 것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비즈니스가 진화되어야 한다"고 R&D 조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R&D 조직은 스냅스의 미래"라며 "여기서는 시장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 가능성

여전히 사진을 실물로 출력하는 이가 있다고는 해도 성장 한계는 있어 보인다. 디지털,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보관 등 점점 기회는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김성경 대표는 "그런 우려는 있지만, 그런데도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모니터에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은 차이가 크고, 특별한 사진은 유형의 물건으로 만들고 싶은 니즈는 더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을 보면 빠르게 성장해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성경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최소 1000억 원 이상은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물론 국내 시장뿐만이 아닌 아시아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생산은 거의 자동화로 이루어진다. 큰 장비에 한 두 사람만 붙어있다. 24시간 가동한다면 대략 1만 5000권 정도 만들 수 있다. 성수기는 연말과 졸업 시즌. 여름은 휴가가 지나면 낱장 사진 주문이 많단다.

영업 이익은 10% 수준인데, 매출이 올라갈수록 영업 이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미 최대 1000억 원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주문이 늘어나더라도 추가 비용 지출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상장할 것

스냅스는 내년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지금도 상장 요건은 갖추고 있지만, 회사 가치를 더 높여 상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 내놓을 신규 서비스와 신사업도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김성경 대표는 "인화에서 인쇄로 전환되면서 비즈니스가 달라졌다"며 "템플릿으로 사진 비즈니스를 바꾸었듯이 신사업도 시장에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말을 아꼈다.

이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일이 사진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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