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X·쓰레드리퍼' 인텔·AMD의 초고성능 프로세서 경쟁 점화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텔과 AMD 사이의 다중코어 프로세서 경쟁이 뜨겁다. 듀얼코어, 쿼드코어 수준이 아닌 데카(10)코어 이상인 초고성능 라인업(HEDT)에 두 기업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 일반 사용자가 많이 쓰는 라인업은 아니지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머와 다중 작업이 잦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COMPUTEX) 2017에서는 두 제조사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기회 중 하나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인텔은 분주했고 AMD는 자신감이 넘쳤다.

X로 통일한 인텔, 배수의 진 치나

5월 30일, 인텔이 먼저 컴퓨텍스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고성능 프로세서 라인업을 공개했다. 코어 X-시리즈가 그 주인공. 새로운 프로세서들은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K 라인업의 부재. 기존 인텔은 프로세서 이름 뒤에 K라는 알파벳을 붙여 오버클럭(Overclock)을 지원하도록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K가 사라졌다.

인텔은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인텔은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참고로 오버클럭은 사용자가 임의로 프로세서 내부의 설정 값을 바꿔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말한다. 흔히 프로세서는 내부 작동속도(BCLK)와 배수(Ratio)의 조합으로 결정되는데 이 수치를 변경해 최고의 작동속도를 구현한다.

코어 X-시리즈는 라인업 자체가 방대하다. 코어 수와 구성에 따라 9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 중 5개 프로세서 라인업은 2분기 내 출시로 결정되어 조만간 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12~18코어 라인업은 아직 출시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사실 이 제품군이 핵심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은 인텔이 상당히 다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인텔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의 사양.
인텔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의 사양.

공개된 5개 프로세서는 엄밀히 따지면 이전 세대 라인업과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을 꼽는다면 6코어부터 구성되던 이전 제품과 달리 코어 i5와 i7에서 K가 되었어야 할 프로세서까지 X로 통합되었다는 부분이다. 때문에 족보가 상당히 이상해졌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에도 K 라인업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제품들이 X-시리즈로 통합되었다면 오버클럭을 위해 무조건 X299 플랫폼을 선택해야 된다.

공개된 기본 사양에도 시장의 불만이 있다. 코어 X-시리즈는 제품에 따라 PCI-익스프레스 레인을 16~44개 제공한다. 이 레인은 그래픽카드나 SSD 등의 장비 사용을 위해 할당된다. 문제는 대형 플랫폼으로 구분됨에도 PCI-익스프레스 레인의 구성이 빈약하다는 평이다.

열설계전력(TDP) 구성도 일부 제품에 한해서는 과거만 못하다. 코어 i5 7640X와 코어 i7 7740X가 그 예다. 코어 i7 7600K나 7700K만 해도 91W의 TDP지만 이 두 프로세서는 무려 112W다. 두 제품은 X299 메인보드에 장착하면 메모리 슬롯의 절반을 쓸 수 없다. 다른 프로세서와 달리 듀얼채널만 지원하고 있어서다.

인텔의 빈틈을 파고드는 AMD

5월 31일, AMD도 자체 준비한 컨퍼런스를 통해 신제품을 공개했다. 그 중 고성능 프로세서 라인업 '라이젠 쓰레드리퍼(Ryzen Threadripper)'가 공개됐다. 인텔이 하루 전 코어 X-시리즈에서 18코어(36쓰레드) 프로세서를 공개한 상태였기에 힘은 약해졌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AMD 역시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라이젠 모바일을 공개한 짐 앤더슨 AMD 컴퓨팅/그래픽스 총괄
이사.
라이젠 모바일을 공개한 짐 앤더슨 AMD 컴퓨팅/그래픽스 총괄 이사.

라이젠 쓰레드리퍼에 대한 정보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AMD가 공개한 것은 최대 16코어 구성과 PCI-익스프레스 레인 64개 제공, 쿼드채널 DDR4 메모리 대응, X399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가 나온다는 것, 2017년 여름 내 출시 정도였다. 구체적인 라인업 구성과 작동속도 등에 대한 상세 정보는 모두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짐 앤더슨(Jim Anderson) AMD 컴퓨팅&그래픽스 상무 겸 총괄 이사가 “PCI-익스프레스 64레인”이라는 점을 언급할 때,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외 매체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오~'라는 탄성을 내뱉었다. 인텔의 44레인과는 비교되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인텔의 경쟁 제품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사양이다.
현존하는 인텔의 경쟁 제품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사양이다.

구성 자체는 라이젠과 큰 차이 없으므로 극적인 성능 향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라이젠 7과 5 등이 시장에서 충분히 성능 검증을 받았으므로 쓰레드리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2017-18 시즌, 다중코어 경쟁에 불 붙을 듯

인텔 코어 X-시리즈와 AMD 라이젠 쓰레드리퍼는 그 동안 인텔 중심의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항마의 존재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물론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10코어 기반의 프로세서가 1,700달러(원화 약 190만 원 상당)에서 코어 X-시리즈에서는 999달러(원화 약 112만 원 상당)가 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중코어 프로세서 경쟁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제 쿼드코어는 기본이고 앞으로 출시될 고성능 프로세서는 헥사(6)/옥타(8)코어 구조가 주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컴퓨팅 환경은 코어를 여럿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어 다중코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두 프로세서 제조사의 경쟁에 시장의 시선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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