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구글 I/O 17] 스마트폰 가상현실에 이어 단독 가상현실 기기 꿈꾸는 구글

강일용 zero@itdonga.com

[마운틴뷰=IT동아 강일용 기자] 구글 I/O 2017 2일차 행사의 키노트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관련된 얘기만 따로 떼어내서 진행했습니다. 1일차 행사의 키노트가 인공지능에 관련된 얘기였다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즉, 이러한 키노트 주제 선정은 구글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회사를 먹여 살릴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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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증강현실/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클레이 베이버 구글 증강현실/가상현실 담당 부사장입니다. 과거에는 구글의 일반 제품 담당 부사장이었는데, 가상현실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보직을 변경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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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탱고, 카드보드 등 구글의 증강현실/가상현실 프로젝트 모음>

키노트는 베이버 부사장이 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을 정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 세상의 비중이 높으면 현실, 실제 세상과 컴퓨터 공간이 반씩 혼합되어 있으면 증강현실, 컴퓨터 공간의 비중이 높으면 가상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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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정의한 현실, 증강현실, 가상현실의 개념도입니다. 컴퓨터 공간이 얼마나 많이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갈립니다>

구글은 먼저 탱고의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탱고는 구글의 스마트폰용 증강현실 기술입니다. 깊이, 명암, 사물의 윤곽 등을 파악하는 3개의 특수 카메라를 활용해 현실에 가상현실을 실감나게 융합하는 기술입니다. 지난 해 12월 레노버와 구글이 공동 개발한 탱고 스마트폰 팹2 프로가 국내에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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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의 기술적 원리를 설명하는 동영상입니다. 탱고는 3대의 특수 카메라가 공간을 3차원으로 스캔해 스마트폰에 저장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 위에 가상현실을 입히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증강현실보다 보다 사실적으로 현실 위에 가상현실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탱고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국립박물관은 구글, 레노버와 협력해 증강현실을 활용한 동물원을 만들었습니다. 탱고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빈 벽을 스캔하면,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나무가 자라나고 동물들이 뛰어 놀기 시작합니다. 증강현실의 표현력이 실제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어디서나 동물원에 간 것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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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이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동물원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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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실제라기 보다는 3D 그래픽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 동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그래픽을 만들었기 때문에 움직임의 사실성만은 실제 동물 못지 않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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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를 활용해 집안의 와이파이 신호의 세기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장소에서 신호의 세기가 강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탱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익스피디션 AR(Expeditions AR)’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익스피디션은 구글이 초고해상도 카메라로 전 세계 유명 관광지, 박물관 등의 사진을 찍은 후 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서비스입니다. 방안에서 해당 관광지에 간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학생들을 위한 수업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익스피디션 AR은 이러한 익스피디션을 증강현실 기술과 접목한 것입니다. 탱고를 활용해 전 세계 유명 예술품이나 장소를 학생들의 눈앞으로 끌고 와 줍니다. 학생들이 시선을 바꾸면 이에 맞춰 예술품과 장소의 모습도 변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보다 실감나게 체험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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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피디션 AR을 활용해 예술품을 감상 중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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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모습이나 행성의 움직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탱고는 참 놀라운 기술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탱고는 작년에 정식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탱고를 지원하는 기기는 단 3개에 불과하며, 판매량도 영 신통치 않습니다. 탱고용 앱도 50개가 채 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구글 I/O 2017 키노트 시연현장에서 탱고의 신기술을 시연하는 도중 연결이 끊겨 시연이 중단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습니다. 보통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한 후 이어서 기술을 시연하는 게 관례입니다만, 구글 관계자는 '쿨'하게 시연을 넘겨버렸습니다. 구글 내부에서 탱고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구글이 집중하고 있는 증강현실/가상현실 프로젝트는 탱고가 아니라 '데이드림'입니다. 삼성 기어 VR처럼 스마트폰의 성능과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데이드림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와 연결해서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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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현재 8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일단 올해 여름 삼성전자 갤럭시S8과 갤럭시S8 플러스가 데이드림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LG전자가 올해 3분기에 출시하는 최신 스마트폰도 데이드림을 정식 지원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모토로라, 에이수스 등에서도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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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만을 위한 전용 모바일 HMD(Standalone VR Headsets)도 출시됩니다. 구글, 퀄컴, HTC, 레노버 등이 손잡고 만드는 이 모바일 HMD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데이드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모바일 프로세서와 센서 같은 하드웨어는 퀄컴이 담당합니다. HTC와 레노버는 이 둘을 조합해 모바일 HMD의 완성품을 만들어 낼 예정입니다.

데이드림 모바일 HMD의 가장 큰 장점은 단독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PC나 스마트폰이 있어야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다른 가상현실 HMD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해당 제품만 보유하고 있으면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선 연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모바일 HMD는 안드로이드 O로 실행됩니다. 내부에는 가상현실에 맞게 커스텀된 사용자환경이 존재합니다. 사용자는 데이드림 컨트롤러 또는 제스처를 활용해 기기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데이드림 모바일 HMD는 올해 말 정식 출시됩니다. 스마트폰과 동일한 부품을 투입해 만들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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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데이드림 모바일 HMD를 제작하기 위해 퀄컴과 협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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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모바일 HMD는 안드로이드 O로 구동됩니다. 물론 사용자환경은 가상현실에 맞게 변경되어 있습니다>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늘어나고 데이드림 모바일 HMD가 출시되는 호재에 맞춰 구글도 데이드림 플랫폼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입니다. 올해 여름 데이드림 헤드셋용 업데이트인 ‘데이드림 유프라테스(Daydream Euphrates)’가 진행됩니다.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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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유프라테스는 사용자가 보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업데이트입니다. 사용자가 보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TV나 모니터로 출력해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화면 출력에는 크롬캐스트를 활용합니다. 데이드림를 경험하던 도중 구글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크롬캐스트에 연결된 TV와 모니터에 가상현실 화면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

데이드림 유프라테스에는 가상현실에 최적화된 크롬 웹 브라우저가 추가됩니다. 글씨와 이미지를 큼직하게 볼 수 있고, 머리 움직임이나 제스처를 활용해 웹 페이지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HMD를 벗지 않아도 됩니다.

구글은 가상현실 콘텐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유튜브VR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360도 동영상만 모아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적어도 가상현실 동영상 시장에선 다른 서비스에 뒤지지 않겠다는 구글의 결의가 느껴지네요.

구글 I/O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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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 유프라테스의 기본 사용자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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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를 활용해 TV나 모니터에 사용자가 보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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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 목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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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VR을 활용해 가상현실 동영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와 기술이 있더라도 콘텐츠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일 것입니다. 때문에 구글은 개발자들이 데이드림용 콘텐츠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3가지 신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빠른 반복'입니다. 콘텐츠를 개발할 때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환경을 개선했습니다. 데이드림용 게임은 유니티 엔진과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데이드림용 앱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3.0을 활용해 빠르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뛰어난 그래픽'입니다. 데이드림은 스마트폰용 모바일 프로세서를 활용해 가상현실을 구현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PC용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는 다른 가상현실 플랫폼에 비해 3D 그래픽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3D 그래픽 처리 기술 ‘쇠라(Seurat)’를 개발했습니다.

쇠라는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려냈던 기존 3D 기술과 달리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의 그래픽을 자동으로 제거해주는 기술입니다. 그만큼 모바일 프로세서의 부담이 줄어들고, 남는 성능을 사용자에게 보이는 부분의 그래픽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이용할 수 있습니다. 쇠라를 활용해 데이드림은 기존 모바일 가상현실 플랫폼보다 더 뛰어난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사실 보이지 않는 부분의 그래픽 데이터를 제거하는 것은 현업에서 자주 이용되는 기술입니다. 다만, 이를 제거할 부분을 개발자들이 일일이 지정하는 것은 매우 지루한 작업입니다. 쇠라는 이러한 제거 작업을 자동화해 개발자와 모바일 프로세서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웹앱 기반의 가상현실'입니다. 기존 가상현실 콘텐츠는 앱의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이제 가상현실용 크롬 웹 브라우저를 통해 가상현실 콘텐츠도 웹앱(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구동되는 앱)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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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반복, 뛰어난 그래픽, 웹앱 기반의 가상현실. 개발자를 위한 데이드림 유프라테스의 세 가지 신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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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에서 구현된 3D 그래픽. 사용자들은 이 정도 그래픽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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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의 개념도입니다.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의 3D 그래픽은 알아서 제거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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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 기술을 활용해 스타워즈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한 ILMxLAB의 존 놀 대표. 존 놀 대표는 우리에게는 포토샵의 개발자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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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를 활용하면 예전에는 1시간 동안 렌더링해야했던 3D 그래픽을 13 밀리세컨드(1/1000초)만에 렌더링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은 5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증강현실 기술 탱고와 탱고의 콘텐츠 공급을 담당하는 익스피디션AR,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과 데이드림의 동영상 콘텐츠 공급을 담당하는 유튜브VR & 앱과 게임 콘텐츠 공급을 담당하는 데이드림 개발도구가 그것입니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가상현실 시장을 놓고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올해 연말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용자는 이들의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고,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가상현실 플랫폼을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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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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