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신간산책] 거꾸로 읽는 4차 산업혁명,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싸고 다양한 예측과 함께 미래의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지난 해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을 통해 온 국민에게 각인된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빅데이터에 입각한 모든 산업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을 총칭한다.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 도래에 주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뉴스와 세미나, 포럼, 강연 등이 이어진다. 출판계도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관련 도서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신간, [제4의 물결, 답은 역사에 있다/한빛비즈]를 소개한다.

제4의 물결 표지
제4의 물결 표지

모두가 미래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거꾸로 과거로 돌아가는 미래 서적이라니… 예스러운 표지조차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는 디지털 교육사업가이자 인문학과 디지털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인문디지털 커넥터', 고평석 칼럼니스트다. 디지털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를 알려면 우리가 걸어 온 역사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도 기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 일부인 기술의 측면에서 디지털(Digital)을 바라본다면,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기술은 있었고 그에 따른 사회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모습만 바뀔 뿐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디지털 기술은 새로울 수 있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은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이름 하에 인류 문명이래 지속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해왔고, 또 현명하게 극복해왔다. 그러니 역사라는 이 좋은 선례를 불안한 미래 준비에 활용하자는 취지다.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지능혁명이다', '초-연결사회다' 등과 같이 어렵게 말하지만, 결국에 크게 보면 '패러다임의 변화'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변화를 크게 다섯 가지 항목, '시스템', '창의성', '연결', '힘의 변화', '경계'로 정리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본보기가 될 역사적 사건들을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관련 이슈들을 설명하며 역사적으로는 한족과 지식인 탄압을 위해 거행됐던 청나라의 '문자의 옥'을 빗대어 거론한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이전, 기술의 힘이 없었을 때도 국가는 자유자재로 데이터를 다뤘고 억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21세기판 '문자의 옥'이 될지도 모르는 빅데이터 활용과 견제에 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의 다독과 자료수집력, 그리고 풍부한 역사상식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에 적합하게 재편집한 데에 있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큰 기쁨은 나와는 전혀 다른 타인의 관점과 지식을 간접 체감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책이 반드시 세계적인 학자나 명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독자이자 저자가 될 수 있듯이, 자신만의 사유로 응축된 유일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꿰뚫어 보는 힘은 지금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읽어내는 데에서 나온다. 저자는 우리가 지나 온 흐름과 더불어 디지털 전문가다운 시선으로 지금의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주고 있다. 현재와 미래, 나아가 역사를 통한 통찰까지 더해진 한 권의 좋은 책을 읽어 기쁘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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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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