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 90D' 서울 도심서 타보니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테슬라가 드디어 국내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주문 페이지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정식으로 오픈하고, 누구나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현재 국내는 모델 S 트림 중에서 상위 모델인 90D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옵션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을 경우 1억 2100만 원, 모든 옵션을 적용한 최고가는 1억 6135만 2000원입니다. 첫 인도일은 6월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국내 도로서 테슬라를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셈인데요.

드디어 저번 주 기회가 되어 서울 도심서 모델 S 90D를 직접 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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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차량에 탑승하기 전 외관에서 눈에 띈 점이 2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가 차량 문손잡이인데요.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이긴 한데, 테슬라 차량은 문을 여는 손잡이가 다른 차들처럼 곁으로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슬쩍 손잡이 부분을 터치하면, 부드럽게 튀어나옵니다. 튀어나온 손잡이는 탑승 후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시 들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충전 포트의 위치입니다. 내연 기관은 주유구가 있습니다. 전기차도 기존 주유구와 비슷한 형태로 보통 만드는데요. 모델 S 90D는 이런 주유구 모양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전 포트가 운전석 쪽 후미등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외형은 눈에 거슬리는 어떠한 군더더기도 없이 매끈합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디자인에서도 기존 자동차 업체랑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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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에 앉으니 17인치의 널찍한 터치스크린이 눈에 들어오네요. 차량 제어는 바로 요 터치스크린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선루프, 서스펜션, 주행모드, 열선 패키지, 주행 거리계, 디스플레이, 브레이크 및 차량 전원 등의 메뉴를 제공합니다.

터치스크린이 넓어서 좋았던 부분 중의 하나는 1/2 영역에 후방 카메라를 켜놓고 운전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백미러를 거의 보지 않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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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은 LTE를 지원합니다. 차량 소유자가 통신비를 내지는 않습니다. 항상 무선이동통신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스마트폰에서 앱을 통해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국내 서비스가 적용됩니다. 원래 테슬라는 구글맵을 사용하지만, 국내에서는 구글맵을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가 없습니다. 관계자는 이통사와 내비게이션에 대해서는 어딘지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시승 차에는 아직 내비게이션 적용이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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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띠를 맨 후 주행 모드로 바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봤는데요. 가속력이 장난 아닙니다. 사실 테슬라는 더 강력한 모터를 장착한 P 모델에 루디크러스(ludicrous) 모드를 제공하는데, 시속 60마일(96km) 도달 시간이 2.5초의 엄청난 가속력을 지닙니다.

하지만 90D는 일반 모델로 전륜, 후륜에 각각 모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루디크러스 모드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액셀러레이터를 훅 밟으니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차가 튀어 나갑니다. 참고로 현재 판매 중인 모델에서는 P100D만 루디크러스 모드가 지원됩니다.

클러스터(계기판)에는 총 3가지 정보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좌측과 우측 편은 간단한 차량 제어부터 이동 거리, 타이어 공기압 등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중앙에 보여주는 정보였습니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 기능을 위해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을 활용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게 되는데요. 자율 주행 기능을 쓰지 않더라도 클러스터에서는 차선을 인지해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방 차량을 인식해 표시해 줍니다.

국내서도 테슬라의 자율 주행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법에 따라 레벨 2가 제공됩니다.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자율주행을 레벨 0~4 로나누는데요. 레벨 2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들이 통합되어 기능하는 통합적 능동제어 단계입니다. 운전자들의 시선은 전방을 유지해야하지만, 운전대와 페달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입니다.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제어하며, 핸들도 단순히 차선을 유지할뿐만 아니라 장애물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시승차에서는 자율 주행이 아직 적용되어 있지 않아 이용해 볼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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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회생 제동이 적용됩니다. 회생 제동은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입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는 계속 굴러가게 되는데, 이때 회전하는 바퀴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들어 줍니다. 제동력도 생기기 때문에 차의 속도는 서서히 느려집니다.

시승했던 90D는 회생 제동을 표준과 낮음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낮음은 기존 차와 크게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지만, 표준에서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강한 저항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전기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주행 거리는 늘어납니다.

내연 기관차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요. 테슬라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갑자기 발을 떼면 움찔하기 때문에 천천히 떼야 합니다. 그럼 회생 제동이 되면서 차량 속도가 줄어들고 완전히 서게 됩니다. 한발로 가고, 서고를 할 수 있어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저도 기존 내연 기관에 길들어져 있다 보니 한발 운전이 쉽지 않았는데요. 금방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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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은 기본적으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떼면 서지만, ’크립 모드’를 켜면 내연 기관 차량처럼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아도 느리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대신 브레이크를 깊숙히 꾹 밟으면 홀드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정차합니다. 크립 모드는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주차를 쉽게 하기위해 켜놓는 이가 많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고 달리고 있는데, 클러스터에서 특이한 내용을 띄웁니다. 서스펜션의 높이가 낮아졌다고 합니다. 테슬라 차량의 서스펜션은 속도에 따라 높이를 조절합니다. 속도가 높을수록 낮아집니다. 재밌는 부분은 위치에 따른 서스펜션의 높이를 저장해 높을 수 있습니다.

출퇴근은 항상 다니던 길로 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에서는 길이 험난해서 충격 흡수가 많이 필요하다면 서스펜션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GPS를 활용해 위치를 파악하고 서스펜션의 높이를 지정하면, 이후부터는 해당 지역에서 서스펜션의 높이가 자동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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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짧은 시승 시간으로 인해 명확히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운데, 나쁘지 않습니다. 운전대의 감도도 바꿀 수 있으며, 서스펜션의 쪼임도 기본은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 S 90D를 타고나니 기존 차들처럼 승차감이나 따지는 것은 어리석어 보였습니다.

테슬라 차는 덩치가 좀 큰 디바이스입니다. 단지 바퀴가 달려 있고 자동차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죠. 이동통신에 상시 접속해 있고, GPS가 있으며, 터치스크린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위치에 따른 서스펜션의 높이 변경은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입니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고, 바퀴의 방향을 바꾸는 일을 제외하면, 모든 작동은 터치스크린에서 이루어지죠.

직접 운전해서 몰아봤음에도 차에 앉아 있다는 생각보다는 디바이스를 다루는 듯 했습니다. 전기를 쓰는 제품입니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전기차를 차로 규정하고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모델 S 90D를 직접 경험해 보니 명백해 보였습니다. 이것이 자동차의 미래라는 것을.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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