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성비 끝판왕' 같은 무선 이어폰, 엔보우 노블 X7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음악을 들으려고 너도 나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길을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기자 또한 음악 감상을 위해 이어폰 또는 헤드폰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선을 선호하기 때문에 무선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었다.

무선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은 그만큼 만족스러운 음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인상이 컸기 때문이다. 스피커나 이어폰/헤드폰에서 중요한 것은 소리를 전달하는 유닛의 영향도 적지 않지만 대체로 사운드 기기에서 무선이라 하면 무선 기술에 초점을 두고 소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은 10만 원대 이하 중저가 라인업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그러나 엔보우 노블 X7은 이런 편견을 어느 정도 지워주기에 충분했던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단순히 소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IPX7 등급 방수와 노이즈 억제 기술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담아 넣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넥밴드형 이어폰이 아닙니다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 중 목에 거는 넥밴드형 제품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이 이어폰 또한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LG 톤플러스와 같은 형태가 아닌 이어폰 유닛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한 모습이다. 때문에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스포츠형 이어폰이라는 느낌은 존재한다. 유닛에 있는 귀 지지대(이어훅)가 이런 인상을 주는데 힘을 보탠다. 하지만 이 고정 지지대는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보조 장비이기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케이블 디자인은 일반적인 것과 달리 여러 가닥의 케이블을 꼬아놓은 킴버 케이블(Kimber Kable)처럼 만들어 두었다. 이를 트위스티드 페어(Twisted Pair) 방식이라고 부른다.

케이블을 꼬아 놓은 것은 멋을 챙기기 위한 용도는 아니다. 여러 가닥의 동선을 꼬아 하나로 만들면 여러 케이블이 한 피복에 모여 있는 것보다 노이즈 유입이 줄어든다. 조금 더 나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케이블을 꼬아 쓰는 경우는 고가 라인업에서는 흔하다. 하지만 가격이 매우 높은 것이 흠. 이 제품에서는 가격을 볼 때, 최대한 노이즈 유입을 막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기울였다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엔보우 노블 X7 블루투스 이어폰.

우측 이어폰 유닛 근처에는 리모컨이 달려 있다. 전원을 켜고 그는 것부터 음악 재생/정지, 음량 조절 등을 지원한다. 음량 조절 버튼을 길게 누르는 것으로 이전 또는 다음 음원을 재생하는 명령도 가능하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중앙의 전원 버튼을 약 5~7초 가량 누르고 있으면 블루투스 연결(페어링) 대기 상태로 전환한다.

리모컨 조작성은 무난하다. 버튼 간격이 넓어 조작에 불편함이 없기에 스트레스 없이 사용 가능하지만 위치가 조금 아쉽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상태에서 조작하려면 손을 조금 많이 올려야 했다. 지금 높이에서 약 2cm 정도 더 낮았으면 어땠을까?

노블 X7 이어폰의 유닛은 서로 부착
가능하다.
노블 X7 이어폰의 유닛은 서로 부착 가능하다.

엔보우 노블 X7에서 중요한 부분은 방수에 대한 부분이다. IPX7 등급 방수 지원으로 사용 제약의 벽을 허물었다. 일반적인 스포츠형 넥밴드 이어폰은 IPX5 정도의 생활방수를 지원한다. 샤워를 해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물에 장시간 두면 위험했다. IPX7은 15cm에서 1m 정도 깊이의 물 속에서 30분 가량 제품을 보호하는 수준이다.

유닛과 줄로만 이뤄져 있는 넥밴드형 이어폰은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데, 이를 최소화하고자 유닛 후면을 서로 가져가면 자력으로 부착된다. 약간 힘을 주어야 떨어지는 정도로 강하게 밀착되기에 목에 걸어두고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잠시 붙여 놓자. 또한 패키지 내에는 케이블과 옷깃에 걸 수 있는 클립도 제공되므로 불안하면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맑고 깔끔하게' 중고음 강조된 사운드

엔보우 노블 X7의 음악 재생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 재생은 보유하고 있는 LG V20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이 때 기기는 aptX 코덱을 사용해 음원을 재생하게 되는데, 일반 SBC 코덱과 달리 16비트/44kHz에 해당하는 CD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외 플레이어나 스마트 기기 등에서 해당 코덱을 지원하면 블루투스 연결 시 자동으로 고음질 재생을 제공한다. 기기 내 음원은 모두 24비트/96kHz로 생성된 고해상 음원(FLAC)을 사용했다. 사용된 음원은 모두 네이버 뮤직과 그루버스, 지니 등에서 비용을 지불해 구입한 것들이다.

음질은 주관적 요소가 다분하다. 이에 기자는 최대한 느낀 부분을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때문에 가급적 참고만 하는 것을 권장한다. 소비자에게 맞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 청음 또는 제품 취급 매장을 찾아 청음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처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맑은 고음이 들려온다. "잠깐, 이 제품이 얼마였지?"하며 인터넷 최저가를 확인한 기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 4만 7,000원에서 4만 9,000원 사이. 5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인데, 제법 맑은 소리를 재생해 낸다. 무엇보다 저가 이어폰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잡음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습기 가득한 목욕탕 내에서 듣는 소리가 아닌 맑은 날 실내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보컬과 고음을 내는 악기들의 소리는 잘 표현해낸다. 덕분에 전반적인 해상력은 좋게 느껴진다. 대신 저음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분명히 필요할 때 저음은 들려주지만 다른 고가 이어폰과 비교하면 타격감이 아쉽다.

엔보우 노블 X7의 음질은 중고음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엔보우 노블 X7의 음질은 중고음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음질에 신경 썼다는 것은 단순히 aptX 코덱에 기인한 것은 아닌 듯 했다. 확인해 보니 이 제품에는 CVC 에코 소음 절감(Echo Noise Cancellation)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 aptX를 개발한 CSR의 기술로 다중 오디오 프로세싱을 거쳐 주변 소음을 억제해 준다. 이 이어폰을 착용하면서 차음성이 좋다 느껴진 것도 이 기술 때문으로 풀이된다.

CVC 에코 소음 억제 기술은 자동 입력값 제어, 적응형 이퀄라이저, 비선형 처리, 울림 제어 등을 접목해 주변 소음을 억제하고 효과적인 사운드 재현을 돕는다. 이는 통화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실제 통화 시에도 상대방 목소리를 깨끗이 들을 수 있었다.

블루투스 4.1에 대응하게 되면서 100mAh 용량의 배터리로 오랜 시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여러 상황에 의해 달라질 수 있지만 최대 음량으로 음악을 감상한 환경이라면 약 6시간 30분 정도 연속 재생 가능했다. 음량을 조금 줄이면 이보다 더 오랜 시간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매력

4만 9,800원. 엔보우 노블 X7의 가격표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4만 원대 중반에 구매 가능한 수준이다. 고급 무선 이어폰이 대체로 2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고, 그나마 음질이 괜찮다고 하면 10만 원 이상은 지불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제품은 5만 원 이하에 구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범주에 속해 있다.

엔보우 노블 X7에는 소음 제거 기술도
적용됐다.
엔보우 노블 X7에는 소음 제거 기술도 적용됐다.

중요한 것은 이 이어폰이 품은 매력들이다. 비슷한 가격대 무선 이어폰과 비교하면 소리나 기기 완성도가 높다. 10만 원대 유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도 이 제품을 접해 본다면 탄탄한 기본기에 수긍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그만큼 소리 재생 능력은 동급 대비 수준급이다.

여기에 다양한 장비들, 이어훅이나 메모리 폼팁, 실리콘 이어팁에 파우치까지 풍성하게 제공된다. 방수에 가격대를 잊게 만드는 기교(트위스티드 페어 케이블)까지 더해졌다. 이 정도면 합리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 제품을 설명하기가 미안해질 정도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유선 리모컨 위치가 다소 높고, 기기 전반적으로 단일 색상이어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이 부분을 차기 제품에서 보완해 준다면 더 높은 완성도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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