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디세이,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력 보여줄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삼성 오디세이 게이밍 노트북.
삼성 오디세이 게이밍 노트북.

[IT동아 강형석 기자] 삼성전자가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Odyssey)를 공개하고 시판에 들어갔다. 노트북은 2종으로 쿼드코어 기반의 7세대 인텔 코어 i5와 i7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으며, 가격은 사양에 따라 187만 원에서 208만 원에 책정됐다. 두 제품은 색상과 프로세서 구분을 제외하면 동일한 사양으로 구성했다. 그러니까 결국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프로세서 성능에 따른 것이다.

오디세이는 삼성전자가 처음 개발하고 판매하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선보인 노트북에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해 판매하는 경우는 많았으나, 게이밍 환경에 맞춰 본격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적용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노트북이 정말 게이밍 노트북으로써의 자질을 품고 있을까? 공개된 사양을 봤을 때 이 제품은 약간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무엇 때문일까?

애매한 저장장치 구성, 게이머 생각은 했을까?

쿼드코어 인텔 코어 i5와 i7 프로세서, 8GB 용량의 메모리(RAM), 256GB SSD와 1TB 하드디스크의 조합. 그리고 지포스 GTX 1050 그래픽 프로세서. 이것들을 화려하게 꾸민 본체까지 삼성 오디세이는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성공했다. 자주 쓰는 WASD 키패드를 더 붉게 표시하거나, 대시보드와 녹화를 단축키로 제공하는 등의 기본 편의성도 제공한다.

문제는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췄는데, 시스템 사양이 애매하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저장장치. 삼성이 공개한 제품의 사양을 보니 256GB 용량의 SSD를 운영체제 기반 하드디스크로 쓰고, 보조로 1TB 용량 하드디스크를 배치했다. 이 구성은 SSD에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하드디스크에 콘텐츠를 담아두는 것이 주 목적일 것이다.

오디세이 코어 i7 모델의 사양
일부.
오디세이 코어 i7 모델의 사양 일부.

그러나 요즘 게임들 용량을 보면 256GB 용량도 부족함을 느낀다. 국내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은 적어도 20GB, 콘텐츠 규모에 따라 많게는 40GB 가량의 용량을 쓰기도 한다. 해외 유명 패키지 게임도 적게는 20~30GB, 많게는 50GB도 쓰는 경우도 있다. 256GB SSD에 운영체제 설치하고 적당히 쓸 애플리케이션과 게임까지 설치하면 금세 공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많아봐야 게임 3~5개 가량 설치하면 용량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게임을 1개 진득히 즐기는 게이머를 위한 설계인 것일까? 물론 하드디스크에 게임을 설치해도 된다. 하지만 5,400rpm의 속도로 작동하는 모바일용 하드디스크는 대형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기에 부족한 성능을 제공할 것이다.

자연스레 업그레이드를 하게 될 것인데, 노트북 가격이 180만~200만 원을 상회하는 것도 모자라 추가 비용을 들여 성능을 높여야 한다. 과연 삼성전자는 게이머들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왜 지포스 GTX 1050을 탑재했는가

오디세이는 두 제품 모두 동일하게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인 지포스 GTX 10 시리즈를 적용했다. 문제는 보급형에 속하는 GTX 1050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노트북용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데스크탑 PC와 동일하게 구성한 상태다. 최고의 성능을 내는 지포스 GTX 1080부터 숫자가 10씩 내려가 최종적으로 지포스 GTX 1050까지 확보했다. 이렇게 보면 총 4종의 그래픽 프로세서가 제공되는 셈인데, 사실 지포스 GTX 1050만 사양에 따라 두 라인업으로 분리해 놓았다.

이 부분 역시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 동일한 것인데, 엔비디아에서도 지포스 GTX 1050 Ti와 GTX 1050을 구분해 놓았다. 물론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내부 코어 수와 작동 속도 등에 차이를 보인다. 그 중에서도 GTX 1050은 가장 낮은 성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지포스 10 시리즈 노트북용 라인업. GTX 1050은 타 제품과 비교해 가장 낮은 성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지포스 10 시리즈 노트북용 라인업. GTX 1050은 타 제품과 비교해 가장 낮은 성능을 제공한다.

흔히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하면 노트북 PC에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몇몇 노트북 제조사들은 사양이 매우 낮은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하고서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홍보해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적어도 중급기 이상의 성능을 내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달고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오디세이는 최소한 지포스 GTX 1060급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지포스 GTX 1050으로는 가벼운 게임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어도 최신 게임을 화려하고 부드럽게 가속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굳이 이전 세대 그래픽 프로세서를 놓고 보자면 지포스 GTX 960M 수준이다. 전체적인 사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데스크탑용 지포스 GTX 1050의 성능은 지포스 GTX 950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세대 그래픽 처리 기술을 품었지만 결국 보급형. 지포스 GTX 1050의 한계다. 지포스 GTX 1060을 바라는게 큰 욕심이었다면 하다 못해 지포스 GTX 1050 Ti라도 탑재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오디세이. 삼성전자의 첫 게이밍 노트북이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더하고, 용량이 크거나 혹은 빠른 속도의 SSD를 라인업에 추가하거나 옵션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과연 삼성전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